오피니언

[기고] 기독교인은 성경을 우상화한다?

마이클 크루거 (Michael J. Kru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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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Christian Post)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자기숭배와 다르지 않다.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것은 비기독교인들에게는 혼란스러운 개념이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 그런 태도는 낯설고 구식인데다 의사우상숭배에 해당하며 현대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비친다. 결국 오늘날 사람들은 절대 권위에 더 이상 교조적으로 헌신하지는 않는다. 그렇다.

<허핑턴 포스트> 지에 실린 최근 기고문에서 진화론자인 마이클 다우드(Michael Dowd)는 기독교가 지닌 최대의 약점이 성경이라고 주장했다. 성경의 문제점 (혹은 최소한,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은 첫째, 성경이 절대적이고 교조적이며 불변의 것으로 간주된다는 점이고 (다른 한 편에서, 과학은 "확장되고 진화하는" 그 무엇이다), 둘째, "현대적 감성으로 보면 도덕적으로 모순된 것으로 간주될" 가르침, 그리고 "학대와 공포, 고문과 처형"을 정당화하는데 사용되어 온 가르침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이런 종류의 주장들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샘 해리스(Sam Harris),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 등 "신 무신론주의" 운동가들에 의해 자주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계속해서 답변이 제시되었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대답을 해보겠다.

첫째, 성경이 불변하는 절대적 권위로 간주되기 때문에 배척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낯설다. 다우드는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그 이유를 하나도 설명하지 않았다. 왜 우리가 변하는 권위를 불변의 권위보다 선호해야 하는가? 다우드 자신은 변하는 권위를 우선할지는 몰라도 그것은 논점을 구성하지 못한다. 왜 그의 개인적인 호불호에 우리가 지배당해야 하는가? 그는 그저 그것이 당연하다고 말했을 뿐, 그 어떤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 지점에서 실질적이고 (절대적인) 권위는 다우드 자신인 것 같다.

게다가, 진화과학이 변화와 진화에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교조주의적 주장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아무리 잘 보아도 기괴하다. 진화론은 철권으로 현대 학문을 지배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진화론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진화론은 절대적이며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누구든 무엇에 대해 헌신할 수 있는데, 기독교인들이 교조적인 권위에 헌신한다고 해서 비판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다우드가 도덕적 차원에서 성경을 배척한 것은 엄청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그가 도덕적으로 높은 자리에 앉아서 성경을 비도덕적이라고 비판하고자 한다면, 그는 이 우주에서 성경이 오류라고 증명해줄 모종의 절대적인 도덕적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다우드가 어디서 이러한 절대적인 도덕적 규범을 얻겠는가? 물론, 그는 한 번도 답한 적이 없다. 게다가 만일 진화론이 진실이라면, 도덕성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진화의 세계에서는 "옳거나 그른" 행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행위만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다우드는 절대적인 도덕규범을 실제로 파괴하는 세계관에 기초해서 성경의 도덕성을 비판하고 있다. 성경 속의 모순에 집착하는 그 사람은 자신의 세계관에 도사리고 있는 이 명백한 모순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다우드의 주장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는 처음부터 우리가 변화와 진화에 복무하는 권위 이외에 다른 절대적 권위를 결코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불변하는 도덕규범, 즉, 그가 성경의 내용을 비판할 때 학대와 공포와 고문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 등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원칙을 어기고 있다. 그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만일 모든 권위가 진화해야 한다면, 도덕적 권위들도 진화해야 한다. 만일 도덕규범이 진화해야 한다면 문화가 다르거나 시대가 달라질 때 고문과 학대도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모순을 저지르게 된다.

결국, 다우드는 대단히 모순적이며 내적으로 상충하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한편에서 그는 성경을 포함하는 모든 절대적 권위들을 배척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그는 세상에서 절대적인 도덕규범에 호소하기를 원한다. 그는 성경의 독단적 주장을 배척하기를 원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진화의 독단적 주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다우드의 기고는 성경을 궁극적 권위로 인정하지 않는 세계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즉 그 세계관이 대신에 다른 권위를 옹립하고 있을 뿐인 사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모든 세계관에는 모종의 권위가 필요하다. 하나님이 배척되면, 인간은 자신들이 돌아갈 수 있는 장소로만 돌아가게 되어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슬프게도 그것이 진짜 우상숭배이다.

기사출처: https://www.biblestudytools.com/blogs/michael-j-kruger/do-christians-make-the-bible-an-idol.html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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