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선 박사 (전 세계YMCA 회장)
편집자 주] YMCA 2018 세계평화대회가 공식 개막되기 전 10월 29일 인천하버파크호텔에서는 해외평화활동가들을 위한 환영만찬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서광선 전 세계YMCA 회장(1994-1998)이 환영사를 전했다. 영어로 전해진 연설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소개한다.
전 세계 각처로부터 평화활동가들을 맞이하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오래 살다보니 이런 기쁨도 맞보는 군요. 우선 "YMCA 2018 세계평화대회"라는 시의적절하고도 중요한 모임에서 여러분 모두를 환영하게 되어 기쁩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분단되고 전쟁으로 찢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우리와 연대하여 투쟁하고 있는 나의 오랜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더욱 기쁩니다.
1945년 8월 15일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선언하는 일본 황제의 떨리는 목소리를 내가 만주의 한 언덕배기에서 들었던 것이 지금으로부터 약 73년 전입니다. 그때 나는 15살로 일본인 중학교의 학생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때 만주와 북한지역으로 침공하는 소련의 탱크를 저지하기 위해서 깊은 구덩이를 파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황제의 선언이 끝나자 담임선생님은 눈물을 흘리면서 일본인 학생들에게 작별을 고했습니다. 나는 전쟁이 정말로 끝났나보다, 한반도에서는 더 이상 전쟁이 없나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온 세상 사람들도 모두 2차 세계대전이 끝났고 더 이상 식민지배도 없고 더 이상 원자폭탄 투하도 없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곧 알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핵전쟁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것이 아니라고. 일본의 항복으로 종전이 선언된 직후 그 전쟁은 오늘날까지 "냉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신식민주의"의 이름 아래 많은 다른 형태로 식민 지배와 착취가 자행되었습니다. 한국전쟁은 남북한 사이의 군사적 충돌, 즉 내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동서방의 초강대국들이 소련과 미국이 그어놓은 38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며 벌인 대리전이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의 너무 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2차 세계대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주민들이 식민지배로 인한 신체적이며 정신적인 상해와 피해로부터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 있습니다.
나는 감히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죽기 전에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진정한 종결과 한반도의 평화로운 통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수백 만 명의 한국 시민들, 민중들이 역사의 어두운 밤, 죽음의 군사문화와 전쟁의 사악한 잔재들, 그리고 정권과 지배권력자들을 몰아내고자 우리나라의 서울과 주요 도시들에서 촛불을 들고 길거리로 나왔었습니다.
나의 친구이자 동료이며 한국 국민의 지지자들이여! 한국의 에큐메니칼 기독교인들과 YMCA 활동가들이 실제적으로 가까운 미래에 미국, 중국 및 남북한의 정상들이 분단과 휴전의 상징적 장소이자 실제 현장이기도 한 판문점의 테이블에 앉아 한국전쟁의 실질적 종결을 선언하는 종전선언문에 서명하고, 그로써 한반도에서 2차 세계대전을 끝내게 될 날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우리 한국의 에큐메니칼 기독교인들을 위한 여러분들의 기도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이여, 거의 백년 가까이 되는 분단, 적대감, 상호증오, 불신, 갈등, 학살을 극복하고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한국 국민들의 간절한 희망을 전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을 여러분들이 지지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러분 모두를 이 테이블로 초청합니다. 그래서 평화를 향한 우리의 꿈과 희망과 비전을 한반도에서 뿐만 아니라 갈등, 증오, 총격, 학살, 전쟁이 있는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나누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전 세계에서 일하는 평화활동가 모두에게 강복하시기를 빕니다. 예수님께서 '로마의 평화' 아래 신음하던 주민들에게 말씀하셨듯이,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태복음5:9).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