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YMCA의 정체성: 기독성, 청년성, 운동성(정치성)

서광선 목사 (전 세계YMCA 회장, 본지 회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편집자주] 한국YMCA전국연맹은 12월 13일(목)일 김경민 사무총장의 취임식을 거행했다. 이 자리에서 서광선 전 세계YMCA 회장(본지 회장)이 축사를 하면서 YMCA가 남북의 평화통일 운동에 앞장서며 고유의 청년성과 기독성을 회복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동의를 얻어 그 내용을 전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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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지유석 기자 )
▲서광선 전 세계YMCA 회장 (본지 회장)

저는 1956년부터 김치묵 총무님의 소개로 강문규 총무와 함께 한국 YMCA에 참여해 왔습니다. 그리고 세계 YMCA 회장 일을 한 것도, 1994년부터 98년까지였으니까, 그 이후, 꼭 20년이 되었습니다. 강문규, 이남주, 이학영, 남부원, 이충재 총무 등, 다섯 분의 총무님을 모셨습니다. 오랜 세월을 YMCA에 참여해 오면서, 오늘 느끼는 것은 한국 YMCA에도 세대교체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페미니스트 소설이 밀리언셀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지만, 오늘 취임하는 김경민 한국YMCA 전국연맹의 사무총장님은 '81년 대학 졸업생, 김경민'입니다. 그러니까, 박정희 군사 정권이 궁정동 안가의 술 파티에서 터진 총소리로 막을 내리고, 전두환 장군이 정권을 잡으려고 광주에서 우리나라 국군이 우리나라 국민을 철천지원수처럼 학살하게 한, 그 암담한 시절에 대학생이었다는 말입니다.

저는 미안하지만, 지난 6월 말, 군산 전국대회에서 김흥수 이사장이 연맹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날, 축하하는 설교를 하면서 김경민 사무총장을 처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절실히 한국 YMCA의 지도력의 세대교체를 실감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초면이었을 뿐 아니라, 어떤 분인지, 그냥, 참 젊은 대구 양반이다 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말, 인천에서 우리 김경민 사무총장의 지도력과 시대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천에서, 기억하시겠지만, 한국YMCA는 "분쟁을 넘어 평화로, 평화는 공동의 미래"라는 주제로 <한반도 역사 화해와 상생을 위한 2018 세계 평화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대회는 그야말로 "세계대회"였습니다. 미국을 비롯해서, 캐나다, 아일랜드, 영국, 독일, 그리스, 러시아, 이탈리아, 팔레스타인, 남아공화국, 일본, 중국, 필리핀, 홍콩, 말레이시아, 동티모르, 캄보디아, 인도 등 세계 각국의 평화 운동가들이 참여한 명실상부한 평화 세계대회였습니다.

대회의 내용도 충실했습니다. 그 많은 해외 참석자들이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철원의 정지석 박사 평화학교를 방문하고 한반도의 남북 분단을 눈으로 확인하는 분단선을 밟고 소이산에 올라가, 한 세기 가까운 분단선, 세계 제2차 대전에서 승리한 동서 강대국의 제물로 갈라져서 한국전쟁을 치르고 서로 미워하며 지내야 했던 갈등과 증오의 역사를 뼈저리게 느끼고 왔습니다.

며칠 동안의 세계대회의 준비도 완벽했지만, 저는 우리 김경민 총장의 숨은 지도력에 감탄했습니다. 앞장서서, "나를 따르라!"하고 소리 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라, 뒤에서 동지들을 밀어 주고 격려하면서 함께 일하는 그런 지도자상을 보았습니다.

축사를 대신해서 몇 가지 부탁의 말씀이라기보다 확인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하나는 이미 시작한 남북 평화통일 운동을 이끌어 나가시기 바랍니다. 지난 6월 군산 전국대회에서 새로 취임하신 김흥수 이사장에게도 당부했지만, 내년 쯤, 남과 북의 철도가 연결되면, 70년 만에 재건되는 평양 YMCA 재건 대회에 우리 모두 기차 타고 참석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 평양 YMCA 재건대회에서는 3.1 독립운동과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주제로 3.1절 기념대회를 개최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와 관련해서 두 번째 당부의 말씀은 한국 YMCA의 청년성 회복입니다. 저 같은 꼰대, 그것도 "진보 꼰대"가 아직도 판을 치고 있으니, YMCA가 아니라 OMCA가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것도 YMCA 진보 꼰대의 쓸데없는 잔소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옛날에는 남북문제가 거론되면, 제일 먼저 38선 넘어 북으로, 평양으로 가자고 외치고 나서던 대학생들의 소리가 평창 동계 올림픽 이후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일자리를 찾으며 취준생 노릇하느라고 나라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이야기는 오늘의 대학생들과 젊은이들의 문제가 아니게 된 것인지를 물어 보게 됩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신나는 일이 아니면, 우리 늙은이들이 아무리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며 떠들어도, 의미 있는 희망 찬 운동이 될 수 없습니다. 정말 누구를 위한 평화통일 운동입니까? 젊은이들을 위한, 젊은이들이 주체가 되는, 젊은 세대들의 평화통일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가장 중요한 당부의 말씀은 YMCA의 기독성 회복입니다. 이 문제는 한국 YMCA의 문제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YMCA의 기독성이 훼손되고 왜곡되어 왔고, 필요 없게 되었으면, 미국의 YMCA는 M자, C자를 다 빼고 Y 한 자만 남기고 말았습니다. 미국 Y, 뉴욕 Y하니까 맥이 싹 풀리는 기분입니다. 한국의 기독교가 타락하고 있다는 비난과 비판을 공공연하게 듣게 되었습니다. "당신도 교회에 나가는 사람이요?"하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가나안" 교인이라는 말이 유행한지도 오래 됐습니다.

YMCA의 C자는 Church의 머리글자가 아닙니다. Christian의 머리글자입니다. 우리는 넒은 의미의 교회공동체의 하나이지만, 조직된 교회가 아닙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교회 밖의 교회, 교회 밖의 크리스천들입니다. 그래서 교회를 교회답게 교회를 크리스천 공동체로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을 변화시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하나님 나라로 만드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선포한 집단지성입니다.

우리 오늘 새로 취임하시는 김경민 사무총장님은 한국 YMCA의 기독성과, 청년성을 회복하면서 이 땅에 하나님나라 건설에 이바지하는 하나님의 정치 지도력을 발휘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총장님, 하실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다시 한 번, 총장님의 취임을 축하합니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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