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복동 할머니가 천안 망향의동산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1일 오후 망향의동산 장미묘역에서는 고 김 할머니의 하관식이 열렸다.
하관식엔 윤미향 정대협 대표, 고 김 할머니의 동료이자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주인공 이용수 할머니, 그리고 천안지역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 2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고 김 할머니에게 작별을 고하며, 슬픈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 번 태어나면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창조주 하느님께서도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창 3:19)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고 김 할머니와의 이별은 깊은 상실감을 안겨준다.
생전에 고 김 할머니는 일본인에겐 관대했다. 지진피해를 당한 일본인에게 구호 성금을 내놓았고, 사죄하겠다며 찾아온 일본인 교수에게 "일본인은 죄가 없다"고 달랬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만큼은 단호했다.
유감스럽지만 고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사과를 끝내 받아내지 못했다. 지금 일본은 어떤가? 아베 정권 집권 이후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호시탐탐 넘본다. 이와 함께 과거사 지우기 공작도 착착 진행중이다. 지난 달엔 초계기 근접비행으로 군사갈등까지 일으켰다.
그러나 이 모든 책임을 일본에게만 물을 수 있는가? 역대 한국 정부는 고 김 할머니의 죽음 앞에 책임이 없는가?
1965년 국교 정상화 하면서 일본에게 과거사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와 배상은 유야무야 넘기지 않았던가? 또 정확히 반세기 뒤인 2015년 위안부 동원의 불법성, 그리고 불법의 주체가 일본임을 규정하지 않은 채 12.28 위안부 합의를 밀어 붙이지 않았던가?
한국 교회, 특히 ‘정통'과 ‘주류'임을 자처하는 보수 교회 역시 고 김 할머니의 죽음 앞에 책임이 없는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에 공감하기보다, 위안부 합의를 이끈 박근혜 전 정권을 찬양했지 않았던가? 박근혜가 몰락하고 새정권이 들어선 뒤 처음 맞는 광복절에 '우리는 일제의 만행을 용서할 때도 되었다'는, 값싼 용서의 복음을 설파하지 않았던가?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 그리고 한국 정부의 직무유기 와중에 고 김 할머니는 눈을 감았다. 실로 통탄스러운 일이다.
생전에 고 김 할머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단장들의 방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때가 위안부 합의 다음 해인 2016년 3월이었다.
당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위안부 합의에 반대해 정의기억재단 설립을 추진 중이었다. 고 김 할머니는 회원 교단장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더러운 일본 돈 받기 싫어 정의기억재단을 만들고 있다. (국민들이 나서서) 서로가 재단을 만들겠다고 한다. 믿을 데라곤 교회 밖에 없다. 교단장님들께서 협조해 줘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다. 교회가 우리들을 살려 달라."
교회를 향해 ‘살려달라'던 고 김 할머니의 외침은 이제 한국교회가 짊어져야 할 역사의 십자가로 남았다. 교회의 어깨가 실로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