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개신교·불교·천주교 "노동자 생명 위해 선한 싸움 펼치겠다"

6일 오후 기자회견 열어....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 참석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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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가톨릭·불교·개신교 등 3대 종단 사회노동기구가 6일 기자회견을 갖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달 20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적 노동자 고 이아무개 씨가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사고가 난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27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태안서부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사망사건과 닮은 꼴이어서 노동계는 이 사건을 '제2의 김용균'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 가톨릭·불교·개신교 등 3대 종단 사회노동기구도 목소리를 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 스님, 불교),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이주형 신부, 가톨릭),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형묵 목사, 개신교)는 6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제철과 정부를 향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도 참석했다. 김 씨는 "정부와 노동청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고, 현장에서 사고가 생기면 빠르게 대처해야 하며 ‘살인기업처벌법'을 만들어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평위 위원장인 최형묵 목사는 처벌규정 강화를 강조했다. 최 목사는 "기업 부주의로 노동자가 숨지면 그것을 범죄로 보고 기업을 처벌하는 법안이 마련된 영국은 10만명당 산재사망자가 0.4명"이라면서 "한국에도 살인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대 종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상식적인 사회를 이루기 위해 의의 선한 싸움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생명을 집어삼켜 돈을 토해내는 죽음의 공장을 당장 멈춰라

또 다시 하청노동자가 열악하고 비인간적인 작업환경 속에서 참담하게 죽임 당했다.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죽음의 공장이라 불리던 그곳에서 늦은 신혼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던 50대 하청노동자 이재복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것이다. 고인이 일하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는 지난 13년간 무려 36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사측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하청 노동자들을 죽음의 라인으로 밀어 넣어 왔다.

정치권은 김용균법을 통과시킨 것으로 하청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처럼 자화자찬했지만 실제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부의 감시와 규제가 느슨한 가운데 하청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 현장에 내몰려 있으며 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4일에는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었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다시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심각한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언제까지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 것인가? 우리 종교인들은 생명보다 돈이 우선시 되는 비상식적인 사회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사람의 목숨을 비용절감과 이윤추구의 도구로 삼고 함부로 대하는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경제질서를 결코 두고 볼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상식적인 사회를 이루기 위해 의의 선한 싸움을 펼쳐나갈 것을 다짐하며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우리는 이번 참사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측이 조장한 비인간적인 작업 환경에서 기인한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위험천만한 작업현장으로 노동자들을 몰아넣고 자신의 안전을 고려할 여유조차 갖지 못할 만큼 몰아붙인 것은 사측이며 이는 명백한 범죄이다. 현대제철은 유족과 노동자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죄인 된 심정으로 사고 수습과 진상규명,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라.

2.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의 생명을 집어삼켜 돈을 토해내는 죽음의 공장을 당장 멈추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단행하라. 또한 철저한 안전대책 마련과 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성 강화,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 등 위험의 외주화를 끝장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여 다시는 대한민국 내 어떠한 기업도 노동자의 안전을 뒤로 한 채 생산 활동에 나설 수 없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

우리 종교인들은 참담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인과 남겨진 유가족들, 그리고 동료 노동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되는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함께 할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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