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먼저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 동남노회 새임원진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새임원진은 기자회견에서 총회재판국을 향해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 결의 재심 결론을 신속히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또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가 정당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현안과 관련, 총회재판국은 지난 해 3월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지난 해 10월 동남노회는 제75회 정기노회를 열어 김수원 목사를 선임했었다. 이러자 당시 명성교회 측 장로와 명성교회에 우호적인 노회원들은 이를 막기 위해 집단행동을 벌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명성교회 세습에 노골적으로 찬성해 온 남삼욱 전 동남노회 재판국장이 '제75회 노회 임원선거 무효(당선) 소송'을 낸 것이다.
한편 최관섭 목사 등은 사회 법원에 ‘총회 판결에 대한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차례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도 지난 달 22일 역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사회 법원마저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를 인정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총회재판국의 판단이다. 이에 새임원진은 총회재판국원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선임은 "총회재판국의 확정판결에 따른 집행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면서 "판결로서 제75회 정기회에서 이루어진 집행의 효력을 인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새임원진은 이어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도 정조준했다. 새임원진은 아래와 같이 요구했다.
"헌법정치 제28조 제6항을 정면으로 위배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안을, 회의 정족수(정회 후 속회 정족수는 재적의 과반수)에도 못미치는 회원들(450명 재적에 176명 출석)이 모여서 처음부터 자격이 없는 자를 노회장으로 추대해 청빙 허락 결의한 것에 대해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조속히 내려주어야 할 것이다."
동남노회는 현재 노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10월 새임원진이 꾸려진 직후 11월 정기노회를 열고자 했으나 구임원진의 사무실 폐쇄로 무산됐다. 직전 노회장 고대근 목사외 1인은 10월 31일과 11월 1일, 9일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총회에 사고노회 규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총회는 12월 전 총회장 채영남 목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수습전권위원회를 조직했다.
여기에 3월 총회임원회에서 동남노회를 사고노회로 지정할 것이란 총회 서기 김의식 목사의 발언이 최근 언론 보도로 불거지기도 했다.
김 목사 발언에 대해 새임원진은 "노회임원 선거의 합법성 여부에 관한 총회재판국 판결을 앞둔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며 "이는 재판 결과를 미리 알고 있거나 총회재판국과 모종의 합의를 거쳤다는 뜻으로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재판국의 신속한 판단만이 노회정상화 가능케 해"
총회재판국은 오는 12일 모임이 예정돼 있다. 이날 모임에서 동남노회 관련 현안이 논의될 것이 유력하다. 그러나 총회재판국이 두 현안 모두에 결론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노회장인 김수원 목사는 "이날 모임에서 결론이 다 날 것 같지는 않다. 단, 임원 선거 무효 소송에 대한 결론부터 내려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새임원진은 관련 현안에 대한 최종판단 시한을 4월 초로 못 박았다. 4월 말 정기노회 이전에 최종 판단이 이뤄져야 노회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동남노회 비상대책위원인 안대환 목사는 "이주노동자 지원 사역을 하는데 노회 기능 정지가 된데다, 불법단체를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아 지원이 끊겼다"라면서 "개인적인 견해지만 총회재판국 결정을 기다리기보다 사회법정으로 끌고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수원 목사는 사회법정으로 가자는 발언에 조심스럽게 거리를 뒀다. 김 목사는 "교회법을 지키면서 총회와 노회 모두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동남노회 관련 현안은 복잡해 보이지만 줄기는 하나다. 즉, 명성교회가 세습에 반대하는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를 막기 위해 노회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게 사태의 핵심이다.
동남노회 새임원진도 이 점을 강조했다. 동남노회 서기 대행을 맡고 있는 이용혁 목사는 "총회재판국이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가고 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