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만 아니면 괜찮습니다."
2일 경남 창원 성산에서 만난 한 자유한국당 지지자의 말이다. 3일 경남 창원 성산, 통영·고성에선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국회의원 의석 두 개를 놓고 여야는 한 발짝도 양보 없는 유세전을 펼쳤다. 언론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거의 모든 언론이 이번 보궐선거를 '미니총선'이라고 대서특필했을 정도다.
이번 보궐선거는 문재인 정부들어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새 정부 임기 3년차에 치러지는 선거라 자연스럽게 중간평가 성격을 갖게 됐다. 더구나 꼭 1년 뒤면 총선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다음 총선 판세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총선 바로 전날인 2일엔 황 대표가 차기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만약 4.3보궐선거에서 승리한다면 황 대표는 당권은 물론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황 대표는 이번 보궐선거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특히 격전지로 꼽혔던 창원 성산의 경우 황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원내대표, 강효상 원내부대표, 민경욱 대변인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그러나 잡음도 없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이른바 축구장 유세전이었다. 지난 달 30일 황 대표는 창원 성산 지역구 후보인 강기윤 후보와 함께 축구팀 경남FC 홈경기가 열리는 창원축구센터를 찾아 유세전을 펼쳤다. 황 대표는 이때 붉은색 자유한국당 점퍼를 입고, 관중에게 지지를 호소했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대한축구협회는 경기장 내 정치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결국 경기장 유세로 인해 '애꿎은' 경남FC는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2천 만원 벌금을 부과 받게 됐다.
창원 성산 지역구의 경우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단 504표 차이로 강기윤 후보를 이겼다. 강 후보는 개표 중반까지 5~10%p 차이로 여 후보를 앞서 나갔다. 그러나 개표 종료 직전 판세는 뒤집혔다. 마지막 개표된 사파동과 상남동에서 여 후보에게 몰표가 나와 판세가 역전됐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사파동은 경기장 유세 논란이 있었던 경남FC 홈구장이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개표결과를 두고 황 대표의 경기장 유세가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황 대표의 해명도 논란을 키웠다. 논란이 일자 황 대표는 "앞으로 법을 잘 지키겠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역사학자인 전우용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건 중고생이 아니면 무단횡단하다 걸린 초범이나 할 수 있는 말"이라며 "만우절 가짜뉴스로 치기에도 수준이 너무 낮다"고 비꼬았다.
잇단 논란 무력화할 정도로 두터운 신임
그러나 지지자들에게 이 모든 논란은 무의미해 보였다. 한 번은 지원유세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고 노회찬 의원을 '돈 받고 목숨 끊은 분'이라고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일정 수준 이 같은 주장에 공감했다. 올해 정년 퇴임했다는 A씨는 "고 노회찬 의원이 자신의 흠결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만큼 정의당은 후보를 내선 안됐다"고 말했다.
황 대표에 대한 신임도 두터웠다. 황 대표는 과잉의전,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 등 여러 논란이 따라 다닌다. 최근엔 '별장 성범죄' 의혹 장본인인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동영상을 봤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개신교 편향 논란도 단골메뉴다.
그러나 이 점 역시 지지자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60대 자영업자 B씨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이비 종교만 아니면 괜찮지 않나?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황 대표를 감쌌다. 다른 지지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은 창원 성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자유한국당 지지층이 황 대표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여러 논란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 주목해야 한다.
개신교 편향 논란 하나만 따져 봐도 심각하다. 내년 총선, 2022년 대선에서 황 대표가 선거 전면에 나설 경우 개신교계 결집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중요한 선거국면에서 개신교계 결집 효과를 경험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