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는 <어벤져스 - 엔드 게임> 출연진의 공식 내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엔 연출자인 앤소니·조 루소 형제,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 주연배우 브리 라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레미 레너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 가운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가장 즐거워 보였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진행된 포토타임에서 흥에 겨운 듯 춤을 췄다.
그는 기자회견 전날인 14일 숙소에서 춤추는 장면을 찍어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고, 이 영상은 금방 화제가 됐다. 그런 그가 공식 기자회견 석상에서 '댄스본능'을 '시전'한 것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08년 <아이언맨> 홍보 차 처음 온 뒤로 지금까지 네 번 한국을 찾았다. 팬들은 그를 '로다주'로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아래에서 로다주로 쓰기로 한다.
지난 10년 동안 로다주는 '아이언맨' 시리즈와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입지를 탄탄히 했다. <아이언맨> 3편은 한국 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익을 거둬들였다. 그러니 그가 한국을 찾아 취재진 앞에서 흥겹게 춤을 춘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언맨' 이전 로다주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바로 마약 때문이다. 마약 중독 경력 때문에 일본을 방문했을 땐 6시간 동안 억류되는 일까지 당했다. (일본은 마약전과자의 입국을 엄격히 통제한다)
하지만 로다주는 마약의 유혹에서 벗어났다. 어느 날 햄버거를 먹다가 그 맛을 느끼지 못했다. 마약으로 인해 입맛까지 잃었던 것이다. 그 순간 로다주는 마약에 탐닉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아이언맨> 1편에서 토니 스타크는 아프가니스탄 군벌에게 붙잡혀 동굴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아이언맨 수트를 만들어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탈출에 성공하자 토니 스타크는 가장 먼저 치즈버거를 찾는다. 이 장면은 로다주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인 셈이다.
격려는 없이 선정적 시선만
요즘 우리 연예인의 마약 스캔들이 언론에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팬으로서는 이만저만 실망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언론 보도는 선정적 어조 일색이다.
마약 스캔들에 연루된 어느 남성 연예인이 제모했다는 소식이 큼지막한 헤드라인으로 나오는가 하면, 심지어 더 큰 사회적 이슈를 가리기 위해 연예인 마약 스캔들을 '키운다'는 음모론까지 불거지는 와중이다.
이토록 선정적인 시선은 가득하지만 격려의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마약 행위를 격려하라는 뜻이 아니다.
마약 스캔들에 연루된 연예인은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적절한 사법조치를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들이 연예계를 떠날 수도, 아님 활동을 계속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연예인들은 젊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언론이, 사회가 젊은 연예인이 마약의 유혹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위로해야 하지 않을까?
마약에 '쩔어' 살았다가 진정한 별로 거듭난 이들은 많다. 지금 주제로 삼은 로다주가 그랬고 소울의 제왕 레이 찰스가 그랬다. 영국 출신 4인조 록밴드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도 한때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들을 약쟁이(?)로 기억하지 않는다.
젊은 연예인의 마약 스캔들을 그저 입방아 소재로 소비하기보다 이들이 갖가지 유혹을 이겨내고 진짜 빛을 발하도록 지켜보고 격려하자. 마약 혹은 다른 유혹에서 원천적으로 거리를 둘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일은 팬에게만 한정돼 있지 않다. 언론, 더 나아가 시민사회가 함께 담당해야 할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