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신교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기독자유당이 1일 성명을 내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기독자유당은 "이번 패스트트랙안건은 사법권 침해, 검찰 중립성 훼손, 사회주의·인민민주주의화 개헌, 인권침해를 초래하는 경찰권 확대문제를 모두 수반하는 안건"이라면서 "‘신속처리'가 아닌 반드시 충분한 논의와 토의를 거쳐 전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었어야 할 안건"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회법 제48조 제6항은, 임시회의의 경우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특위 위원의 의사에 반하여 회기 중 사보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여당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사개특위 의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사보임 함으로써 대국민 사기극을 완성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기독자유당의 비판이 얼마만큼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일단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 달 22일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공수처법) ▲ 검경 수사권 조정법 ▲ 선거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에 올리기로 합의했다. 자유한국당은 이에 반발했고, 안건 상정을 막기 위해 4월 마지막 주말 동안 국회에서 집단행동을 벌였다.
이 와중에서 바른미래당은 오신환 의원이 사법개혁특위 위원으로 신속처리안건에 반대하자 채이배 의원으로 위원을 교체(사보임)했다. 이어 권은희 의원 역시 사보임 조치했다.
기독자유당은 사보임을 문제 삼으면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여당의 2중대 역할을 자처했다고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했다.
그러나 사보임은 정당 교섭단체장, 즉 원내대표의 고유 권한이다. 김 원내대표는 의정활동 기간 동안 정부와 여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른미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입지가 넓어질 것으로 보고 패스트트랙에 합의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적이다.
오신환 의원을 비롯해, 유승민 의원, 하태경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선거제 보다 공수처에 반대하면서 당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기독자유당의 '바른미래당 여당 2중대' 운운은 지나치게 자의적이다.
기독자유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역시 수위 높게 비판했다. 기독자유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결국 야당의 개헌저지선을 무너뜨리기 위한 도구"라면서 "정부의 목적은, 최대 야당의 표를 빼앗아 여당의 2중대인 정의당과 민중당 등에 표를 돌려 결국 자유진영의 개헌저지선 100석을 붕괴시킨 후 정부의 인민민주주의화 헌법개정의 길을 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4당은 의석수 300석은 유지하되 현재 253석인 지역구 의석수는 225석으로 줄이고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은 75석으로 늘리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에 넣었다. 개정안은 또 비례대표를 준 연동형으로 배분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A 정당이 지역구 10석에 정당 득표율 30%를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먼저 전체 의석의 30%인 90석에서 이미 확보한 지역구 10석을 뺀 다음, 그 절반인 40석의 비례대표를 얻게 된다.
정당 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보다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소수 정당에 더 유리하다. 이로 인해 여당인 민주당도 도입에 난색을 표했다.
이러자 지난 해 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까지 벌였다. 이런 이유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최대 야당의 표를 빼앗을 것'이란 기독자유당의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공수처가 검찰 중립 침해? 과연 그럴까?
기독자유당은 또 "공수처 설치는 검찰의 중립과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며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범죄 의혹이 최초 불거졌던 시점에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한 대안으로 공수처가 논의돼 왔고, 사회적 논의도 활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까지 내세웠다. 무엇보다 검찰이 중립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요약하면 기독자유당의 성명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현실을 무시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달 23일 열렸던 의원총회에서 (선거법 개정으로 원내 지형이 바뀌면) 반기업 규제 법안, 귀족노조 우대 법안, 원전 폐기 법안 등 이념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될 것이고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체제 수호 법도 줄줄이 폐지될 것이라면서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개헌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독자유당의 성명은 이 같은 황 대표의 주장을 빼다 박은 듯하다. 기독자유당과 자유한국당, 두 그룹 중간엔 사랑제일교회 담임이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자리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기독자유당 후원회장을 지낸 바 있고, 지금은 황 대표를 외곽지원 중으로 파악됐다. 이런 정황 때문에 기독자유당과 자유한국당 주장이 판박이인건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 목사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전 목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