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이만열 명예교수, ‘건국절’ 주장한 목회자에 일침

소셜미디어 통해 “역사의식 제대로 이해하라”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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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일부 목회자의 일그러진 역사관을 질타했다.

원로 역사학자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일부 목회자의 일그러진 역사관에 일침을 가했다.

이와 관련,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원로목사가 광복절 기념설교에서 1948년을 건국이라고 주장했고 뒤이어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도 사랑의교회 설교 강단에서 2019년 8월 15일이 해방 74주년이자 '건국 71주년'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도 일그러진 역사관을 보인 바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5일 중국 충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1945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라고 적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교수는 21일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이 같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교수는 먼저 임시정부 역사를 이렇게 설명했다.

"1919년 4월 10일 상해 김신부로의 어느 저택에서 민족대표 29명이 모여 그날 저녁 10시부터 그 이튿날 아침 10시까지 회의를 했다. 그들은 그 회의 이름을 ‘임시의정원'이라고 정했는데 지금 말로는 ‘임시국회'라는 말과 같다.

4월 11일 아침에 그들은 먼저 국호를 ‘대한민국'이라 정하고 임시헌장(헌법) 10개조를 발표했다. 그 제 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임"이다. 그 후에 이승만을 국무총리로 하고 안창호 내무총장 등 6부의 각부 총장을 임명하여 정부를 조직했다. 말하자면 대한민국 임시정부다."

이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있다. 실제 나 원내대표의 주장은 임시정부 청사에서 임시정부를 부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교수는 이어 임시정부와 해방 후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풀어 나간다. 이 교수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제헌국회에서 한 발언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교수의 말이다.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가 개회되었을 때 의장 이승만은 우리가 세울 ‘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후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것을 확증하기 위해 그 해 정부가 수립되자 대한민국의 연륜을 ‘대한민국 30년'이라고 표기했다.

이승만을 비롯한 당시 지도자들은 대한민국을 새로 건국한다고 보지 않고 1919년에 세워진 대한민국이 부활되었다고 보았다. 그러기에 제헌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이라고 명기하여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립되었음을 확실히 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1948년을 건국절로 보는 이들을 겨냥해 "이승만을 신주 같이 모시면서 또 이승만을 빙자하여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승만의 그 때 역사의식을 제대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승만은 제헌국회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강조, 대한민국 30년을 주장했을 뿐만 아니고 혹시나 뒷날 사람들이 대한민국이 언제 세워졌는가에 대해 허튼 소리를 할까봐, 그가 의장으로 있던 제헌국회에서 앞서 언급한 제헌헌법 전문의 그 구절을 만들어 내는 데에도 무던히 노력했다"고 못 박았다.

이 교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뜨겁던 2015년 11월 즈음에도 건국절의 허구성을 논파한 적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 하면서 1948년을 건국절이라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당시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린 '국정화 저지 시국기도회'에서 이를 뉴라이트 계열의 식민지 근대화론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식민지 근대화론은 '식민지하에서 근대화 되어서, 그 힘으로 1948년 대한민국을 건국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니 이승만은 국부로 치켜세워야 하고, 한일 회담 통해 받은 자금으로 제철소 만들고 고속도로 닦은 박정희를 치켜세워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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