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장면을 소개하면서 취재후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취재진이 소망교회 외경을 촬영하고 있을 때 교회 관계자가 황급히 뛰어나와 감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알고 나왔냐고 물었더니 CCTV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종일 CCTV를 감시하고 있냐고 묻자 관계자는 시치미를 떼며 이렇게 둘러댔습니다. '노숙자들이 본당에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소망교회 김지철 목사 거액 전별금 문제를 취재한 KBS 정연욱 기자가 남긴 취재 후기 마지막 문단이다. 이 문단은 세상 사람의 눈에 비친 보수 대형교회의 민낯을 고발한다.
정 기자는 두 차례에 걸쳐 소망교회 전별금을 취재해 보도했다. 정 기자는 먼저 21일 "김 목사 은퇴 직전인 지난해 10월, 소망교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회는 김 목사에게 재직기간 급여의 60%에 해당하는 730만 원가량을 향후 10년간 매달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이뿐만 아니라 교회가 소유한 시가 17억 원의 서울 광장동 아파트와 지난해 8억 5천만 원에 매입한 성수동 사무실을 제공하고, 매달 65만 원의 차량 렌트비용도 지원하고 있었다"라면서 "김 목사가 전별금을 한꺼번에 받지 않았을 뿐, 사실상 전별금과 다름없는 거액의 혜택을 소망교회로부터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 기자는 이어 23일엔 곽선희 원로목사의 전별금 내역도 공개했다. 정 기자는 "소망교회를 개척한 곽선희 목사는 2003년 원로목사로 퇴임했다. 소규모 기도 모임을 대한민국 대표 교회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퇴임 당시 교회로부터 10억 원의 전별금을 받았다"며 "2003년부터 2017년까지의 지원금액은 모두 91억여 원"이라고 밝혔다.
보수 대형교회 목회자가 호화생활을 누리고, 퇴임 후 거액의 전별금까지 살뜰히(?) 챙기는 건 이제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심지어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교회를 성장시켰으니 '그 정도' 전별금은 당연하다고 되물으니 말이다.
보수 대형교회의 특권의식 역시 어처구니없지만 '현실'이다. 소망교회는 김 목사에게 수십 억 전별금을 지급하면서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
문제는 전별금 지급 시점이 종교인과세가 시행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이다. 취재를 맡은 정연욱 기자는 소망교회의 특권의식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소망교회와 김지철 목사를 취재하면서 가장 놀란 대목은 그들의 독특한 특권의식이었습니다. 소망교회 현직 장로는 취재진에게 '세금문제는 우리 교회가 앞장서서 명확히 실천하자는 입장'이라며 '소망교회가 운영하는 서점과 복지재단 전부 세금 신고를 하고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반문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옛날에는 안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인 납세의 의무가 교회에서는 자랑할만한 '솔선수범'인 겁니다."
비단 소망교회만 특권의식에 젖어 있을까? 사랑의교회는 영적 제사법, 영적 공공재 운운하며 온갖 특혜로 교회 건물을 올렸다가 대법원 판결로 공공도로를 원상회복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사랑의교회는 대법원 판결 중 유리한 대목만 발췌해 설명자료를 만들곤 원상회복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적었지만 가장 가슴 아픈 대목은 정 기자가 취재 후기에 남긴 마지막 문단이다. 교회는 어느 누구에게라도 열려 있어야 한다. 걸인, 노숙자일수록 교회는 더욱 따스하게 맞이해야 한다. 예수께서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라 가르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 나라 보수 대형교회는 이명박 전 대통령 같은 사악한 권력자는 반기면서도 노숙인은 멀리하는 것 같다.
특권에 젖어 있으면서 가난한 이웃을 멀리하는 교회가 과연 교회일 수 있을까? 세상 사람에게 이런 교회의 민낯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