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이번엔 신학자들이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신학자 302명은 2일 오후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프란시스홀에서 '명성교회 세습반대를 위한 신학자 성명서'를 발표했다. 신학자들이 특정 교회 문제에 성명서를 낸 건 이례적이다.
이번 성명서는 한국여성신학회 회장인 감리교신학대학교 김정숙 교수가 발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신학자들이 온란인 연서명을 받았고, 2일 기준 302명의 신학자들이 참여했다. 한국기독교윤리학회, 한국교회사학회, 한국여성신학회, 한국문화신학회 등은 성명서에 공식 지지입장을 밝혔다.
신학자들은 성명서 발표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숭실대 이용주 교수는 성명서에 대해 "한 교회를 정죄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함께 한국교회를 염려하고 미래를 향한 신학적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성명서 발의를 제안한 김정숙 교수는 "명성교회의 세습과 예장총회의 수습안이 교회의 공공성을 저버리며, 종교권력과 금권과 정치권력이 야합하는 중세교회의 추한 모습을 반복하면서, 한국교회의 자정능력 상실을 심히 염려한다"라면서 "대형교회 앞에서 유난히 작아지는 지식권력과 정치권력과 교회권력은 한국교회가 권력추구의 허영에 빠져 예수 그리스도를 상실한 결과"라고 규정했다.
성명서는 명성교회 세습을 2021년 1월 이후로 허용한 수습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신학자들은 성명서에서 "하나님의 진리는 강한 것이 진리가 아니라, 진리가 강하다는 것을 선포하고 실현하는 해석자들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 교회가 도리어 말씀을 뒤집어 강한 것이 진리라고 선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명성교회라는 대교회 앞에서 교단헌법까지 뒤집어 불법을 용인하는 수습안을 제시한 예장통합 총회의 결정은 한국기독교사의 가장 수치스런 결정들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학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를 떠날 것과 예장통합 총회가 세습을 용인하는 수습안을 낸 잘못을 철회하고 공개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아래는 신학자 302명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명성교회 세습반대를 위한 신학자 성명서
3.1 운동 백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해에 한국의 민족정신을 이끌던 기독교가 이제 도리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인 교회세습을 용인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참으로 수치스럽고 참담한 일이다. 교회는 모든 신자를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한 형제요 한 자매로 부르며, 모든 차이를 하나님 앞에서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하면서, 예배를 통해 시대를 일깨우며 하나님 앞에서 모든 사람들의 동등한 인권을 주창한 공동체였다. 그러나 지난 2019년 9월26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이하 예장통합) 104회 총회는 명성교회 부자세습을 용인하는 수습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참담하게도 하나님 앞에서 목회직이 신분제처럼 세습될 수 있음을 용인하고 말았다. 이는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우리가 구원받는다는 종교개혁 500주년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한 결정이며, 신분제 사회를 뒤집고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한 형제요 한 자매임을 선포한 공동체의 정신을 기독교의 등장 이전으로 되돌려 놓는, 도저히 신학적으로 묵과할 수 없는 퇴행이다.
사회적 격차가 가속화되고, 기득권의 대물림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이제 명성교회가 축적한 부와 권력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공모하는 김삼환 원로목사와 김하나 목사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당회 장로들과 평신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 신학자들은 하나님의 공의에 어긋나는 이 부정의에 동의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세습행위에 대한 신학적 판단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서 세습을 엄연히 금지하고 있는 교단 헌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예장통합 총회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각 교단에 속한 신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우리 신학자들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음을 느끼며, 명성교회가 즉각 세습을 중단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님의 교회는 진리의 공동체이다. 하나님의 진리는 강한 것이 진리가 아니라, 진리가 강하다는 것을 선포하고 실현하는 해석자들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 교회가 도리어 말씀을 뒤집어 강한 것이 진리라고 선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명성교회라는 대교회 앞에서 교단헌법까지 뒤집어 불법을 용인하는 수습안을 제시한 예장통합 총회의 결정은 한국기독교사의 가장 수치스런 결정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총회는 즉각 이 부당한 수습안을 취소하라.
적자생존과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을 꾸짖고, 세상의 없는 자를 선택하여 있는 자들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신 다는 사도 바울의 말씀을 선포해야 할 교회가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도리어 지키겠다는 욕심으로 교회를 세습하는 일은 신학적으로 도무지 양보할 수 없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다. 명성교회와 김삼환 목사 그리고 김하나 목사는 한국교회와 역사에 오욕이 될 세습을 즉각 중단하고 교회를 떠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세상이 아무리 힘과 권력의 논리에 굽어진다 해도, 교회와 신학은 아닌 것에는 아니오 라고 말하고, 올바른 것에는 예라고 말할 예언자적 사명이 있다고 믿는다. 대한민국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신학자로서 우리는 한국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평신도들의 올바른 신앙적 신학적 분별력을 호소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선언한다.
1. 명성교회는 불법적인 부자세습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한국교회와 신자들에게 사과하라.
1.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와 김하나 목사는 이 부정의하고 불법적인 시도의 책임을 지고 즉각 교회를 떠나라.
1.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는 불법을 불법으로 선포하지 못하고, 도리어 세습을 용인하는 수습안을 낸 잘못된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공개사과하라.
지금껏 이 잘못된 과정에 침묵해온 한국교회와 신학자들은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하나님의 백성들 앞에서 진심으로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함께 기도하고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2019년 11월2일
한국기독교윤리학회, 한국교회사학회, 한국여성신학회, 한국문화신학회와 더불어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한국 신학자들
참여신학자 소속기관:
감리교신학대학교, 강남대학교, 광신대학교, 계명대학교, 고려대학교, 고신대학교, 남서울대학교, 배재대학교, 백석대학교, 부산장신대학교, 삼원서원, 새길 기독교사회문화 연구원, 서강대학교, 서울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성결대학교, 성공회대학교, 세종대학교, 숭실대학교, 안양대학교, 연세대학교, 영남신학대학교, 예명대학원 대학교,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 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 치유상담 대학원 대학교, 평택대학교, 한국교회사학연구원, 한국목회상담학회, 한남대학교, 한신대학교, 한일장신대학교, 협성대학교, 호남신학대학교, 태평침례교회, KC대학교, Claremont School of Theology. 경희사이버대학교, 성락성결교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목원대학교, 방주교회, 삼원서원, 삼육대학교, 성북제일교회, 실천신학대학원 대학교, 은진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길루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