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 처음 맞는 월요일,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이 뉴스의 중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박 전 사령관의 발언이 엄청난 파장을 몰고오는 양상이다.
박 전 사령관은 4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을 겨냥해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 번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사령관은 최근 자유한국당 입당을 두고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박 전 사령관 영입에 공을 들였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여론은 물론 당내에서도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한국당은 박 전 사령관 영입을 일단 보류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박 전 사령관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뤄졌다.
박 전 사령관은 2년 전인 2017년 8월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한 창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이 논란을 처음 폭로한 진원지는 군인권센터였다. 그래서인지 박 전 사령관은 삼청교육대 발언 외에도 군인권센터와 임태훈 소장을 향해 거친 발언을 내뱉었다.
평등과 인권존중은 개신교 신앙의 핵심
박 전 사령관은 개신교 장로다. 그래서 군 복무 당시 여러 교회를 돌며 간증집회 강사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맛 잃은 소금'의 비유를 들며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면서 군 전력이 약화됐다고 비판했고, 공관병을 뽑을 때 개신교 신자만 뽑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사령관의 신앙은 어딘가 모르게 공허해 보인다. 개신교, 가톨릭을 아우르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일체의 위계를 거부한 평등을 가르친다.
그러나 박 전 사령관은 "공관에 열린 감을 따는 일은 장군의 직무가 아니다. 감 따고 골프공 줍는 것은 공관병의 업무"라고 강변했다.
실로 어처구니없다. 군에 보낸 아들이 장군 공관에서 감을 따고 골프공이나 주우러 다닌다는 걸 부모가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더구나 박 전 사령관의 주장은 사실과도 다르다. 육군규정 제120호 52조 1항과 2항은 각각 "부대활동과 무관한 업무부여 또는 사적인 지시 행위는 할 수 없다", "어패류, 나물채취, 수석·과목 수집 등은 지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에 대한 인식에 이르면 한숨마저 나온다. 박 전 사령관은 군의 특성을 무시한 채 인권이 들어와 지휘권 행사마저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늘어놓았다. 박 전 사령관에게 되묻고 싶다. 병사의 인권을 지켜주면 군 기강이 해이해 지는지 말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한 생명의 고귀함을 설파한다. 그러나 공관병에게 자행한 행위, 그리고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에 비추어 볼때, 박 전 사령관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러 온 귀한 젊은이를 한갓 부속품처럼 여겼다고 밖엔 보이지 않는다.
박 전 사령관은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앞서 언급했듯 황 대표가 박 전 사령관 영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황 대표는 개신교 전도사 시무 이력이 있는 개신교인이고, 박 전 사령관 역시 개신교 장로다.
세상이 개신교를 또 어떻게 바라볼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