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거리에서 만났다.
한국당 황 대표는 2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마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청와대 앞에서 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기도회를 진두지휘(?) 중이다. 이에 전 목사는 황 대표를 찾아 자신의 단식 경험담을 말해주며 "사실은 옆에 누군가가 지켜주는 것"이란 덕담을 황 대표에게 건넸다.
황 대표와 전 목사의 만남은 어색하지 않다. 이미 황 대표는 한국당 대표로 오른 3월 한기총을 예방했고, 이때 전 목사는 "일찍이 하나님께서 준비해주셔서 자유한국당 대표로 세워주셨고 이 행진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잇는 세 번째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고 황 대표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또 지난 달 3일 개천절 보수진영 집회에선 세를 규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기류는 어색했다. 전 목사는 황 대표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지만, 황 대표가 거리를 두는 듯한 인상이 역력했다. 사실 황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3일 개천절 집회 등 전 목사가 주도하는 문재인 정부 규탄집회에 참석했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20일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황 대표 단식투쟁 현장에 전 목사가 등장하는 장면을 본 몇몇 한국당 의원들이 탄식했다고 한다. 한 꺼풀 뜯어보면, 황 대표로선 전 목사의 등장이 반길 일만은 아니다.
반길 수도, 내칠 수도 없는
황 대표는 지금 리더십 위기에 처해 있다.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 영입 논란에 이어 보수대통합이란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되려 파열음만 일었다.
휴일인 18일 한국당 안에서 폭탄이 터졌다.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한국당은 수명을 다한 정당", "존재 자체가 민폐"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며 지도부 사퇴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저간의 사정을 볼 때 황 대표로선 일정 수준 정치적 성과를 이뤄야 하고, 이를 위해선 중도 보수를 붙잡아야 한다. 이런 와중에 극우 성향의 전 목사가 접근했으니 황 대표로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황 대표가 전 목사를 무조건 내칠(?)수도 없는 처지다. 보수 개신교는 한국당의 주요 지지기반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협동전도사로 시무한 경력이 있어, 보수 개신교는 국무총리에 오른 시점부터 황 대표를 주목해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은 보수 개신교계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니 황 대표로선 전 목사가 반갑지 않지만, 무작정 거리를 둘 수도 없는 지경이다.
황 대표는 세월호 수사외압, 아들 병역 특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그런데 황 대표는 의혹이 불거질 때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세월호 외압의혹에 대해선 "외압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아들 병역 특혜 의혹은 "군의 자대 배치는 훈련소에서 투명하게 하는 거로 알고 있다. 문제가 있으면 청문회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학의 성접대 사건 묵인 논란엔 "택(턱)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최근엔 군인권센터가 국군기무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촛불계엄령 문건을 공개하면서 황 대표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그때도 황 대표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황 대표는 단식투쟁이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냈다. 그의 단식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건, 황 대표가 그간 보인 행보는 책임 있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보수 개신교계 일각에서 그를 요셉에 빗대곤 했는데, 요셉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