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를 살해하면서 중동지역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화통위, 위원장 허원배 목사)는 7일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의 도발이 한반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를 표시했다.
NCCK는 "미국 정부가 이라크 정부 당국자들과의 협의 없이 이라크 영토에서 타국의 지도자를 향한 공습을 자행한 것은 한 국가의 주권을 침해한 행위"라면서 "이러한 주권침해의 행위가 한반도를 포함한 그 어느 나라에서도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과 우려를 떨쳐낼 수가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또 미국 정부를 향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상대로 군사적 긴장을 조장하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한국 정부에겐 "미국의 패권적 군사정책에 협력하는 호르무즈 파병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고 했다.
아래는 NCCK가 발표한 성명.
- 미국의 카셈 솔레이마니 폭살에 대한 성명서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가 미군의 공습으로 인해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금치 못하며, 이와 같은 미국의 도발이 중동을 비롯한 동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에 미칠 부정적이며 위협적인 악영향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한다. 아울러 우리는, 전쟁과 테러의 위협을 동반한 미국의 군사정책이 중동과 국제사회를 넘어, 이 땅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의 삶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미국과 이란의 정부지도자들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재의 갈등을 외교적 수단과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란의 정부인사가 전장이 아닌 민간공항에서 살해당한 사태에 대해 이란 국민들과 함께 공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분노가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한국전쟁 70년의 아픔을 안고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전쟁이 초래한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양 국이 이번 사태를 외교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미국 정부가 이라크 정부 당국자들과의 협의 없이 이라크 영토에서 타국의 지도자를 향한 공습을 자행한 것은 한 국가의 주권을 침해한 행위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목도하면서, 이러한 주권침해의 행위가 한반도를 포함한 그 어느 나라에서도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과 우려를 떨쳐낼 수가 없다.
2. 미국이 이 같은 선제적 공격행위를 국가안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한다. 선제적 행위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최악의 비상 상황에 돌입될 때 가능하다는 국제법적 관례로 볼 때, 과연 이번 행위가 합법적인 선제적 정당방어였는지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태가 선제적 공격을 포함한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 갈등상황의 맥락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
3. 우리는 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상대로 군사적 긴장을 조장하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패권적 군사정책에 협력하는 호르무즈 파병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 우리는 이번중동지역의 갈등과 군사적 긴장이 해당 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걸을 염려하면서 미국과 관계 당국들이 외교적 수단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평화를 바라는 세계 시민들은 이란이나 북한 보다는 미국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간주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교회와 함께 전 세계의 평화 정착을 위해 기도하면서 폭력과 테러로 희생된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0년 1월 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장 허원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