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인접국인 한국이 느끼는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벌써부터 거리 풍경이 달라졌다. 중국인 쇼핑객이 자주 다니는 동대문 일대엔 행인 열 명 중 일곱 가까이가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는다. 상점 점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점원들은 중국인 고객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고객을 응대한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또 다른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 바로 '혐오'다. 중국인 밀집 거주지역에 음식 배달을 기피하는 현상이 이는가 하면, 아예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을 내건 서울 도심의 한 음식점도 생겼다. 이뿐만 아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이 올라왔는데, 여기에 29일 오후 2시 기준 57만 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원인 모를 괴질의 공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공포가 타자에 대한 배제나 혐오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선 안 된다.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중국인을 향한 혐오와 배제가 정당화 된다면, 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을 학살한 일본의 행태 역시 정당화가 가능하다.
지금은 국경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희미해진 시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말고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각종 괴질의 창궐이 공포를 주는 건, 확산경로가 무한대로 열려 있기 때문이다.
생활 반경이 자신이 태어난 지역에 한정된 과거 시절이라면 역병의 창궐은 어디까지나 지역의 문제에 불과했을 것이다.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에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중국을 오가는 인구가 많다는 이유 때문 아닐까?
괴질의 창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헐리웃 미남 스타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월드 워 Z>에서 전세계는 한국에서 창궐한 좀비 바이러스 때문에 생존의 위기를 겪는다.(그런데 영화 어디에서도 한국을 혐오하거나 비하하는 대목은 없다)
좀비 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운 곳은 북한과 이스라엘 단 두 곳이었다. 이스라엘은 일찌감치 쌓은 장벽 때문에 안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좀비 바이러스를 피해 예루살렘으로 오는 아랍인을 받아들인다. 무척 의외다. 이스라엘과 아랍권이 오랜 기간 적대해 왔음을 감안해 본다면 말이다. 이스라엘이 아랍인을 받아들인 건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아랍인을 방치했다간 결국 이들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예루살렘을 공격해 올 것이고, 이스라엘도 더 이상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중국에서 역병이 창궐했다니까 중국과 모든 교류를 끊을 기세다. 정치권도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양새다. 이런 일들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려움을 당한 중국과 연대해야 한다느니 하는 순진한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전략적으로라도 혐오와 배제 대신 연대의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하나, 개신교계는 첨예한 사회적 쟁점이 불거질 때 마다 일부 목회자들의 천박한 설교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때도 이런 일을 반복할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