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언론위, 위원장 권혁률)는 1월의 ‘(주목하는) 시선'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공포'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를 선정했다.
아래는 NCCK가 밝힌 선정 취지 전문이다.
중국 우한(武汉)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에 대한 공포 심리가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감염으로 인한 사망 같은 직접 피해는 물론, 이로 인한 경제적 간접 피해가 급증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신종 바이러스'라는 막연한 공포에 편승한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 그리고 부당이득자들까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원적 무지와 공포에 편승한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는 집단 증오와 혐오를 유발하는 ‘인간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 공포에 편승한 부당이득자들은 공생의 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인간 독버섯' 같은 존재이다.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공포'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를 ‘1월의 주목할 만한 시선'로 선정했다.
신종 코로나발(發) 세계 경제의 불안 심리가 퍼지는 배경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은 지난해 12월 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견되어, 그해 12월 12일 최초 보고된 급성 호흡기 증후군이다. 인간에게 없었던 코로나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에 ‘신종(novel)'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2019-nCoV'로 명명했다. 2019년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의미다.
앞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사스나 메르스보다 치사율은 높지 않지만, 의심 환자 중 확진 환자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신종코로나 확진자 수는 물론, 사망자 수에서도 이미 사스를 앞지른 상황이다.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간접 피해도 도처에서 급증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의 온갖 행사와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겨울축제, 심지어 각급 학교의 입학·졸업식까지 줄줄이 취소되는 형국이다. 백화점 매출이 급락하는 등 소비 위축이 뚜렷해진 가운데, 졸업식 한철에 맞춰 꽃을 키운 화훼농가도 한철 농사를 망치게 생긴 형편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공장 가동이 지연되거나 멈춤에 따라 세계의 생산·교역과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를테면 중국 생산 의존도가 50% 이상이고 중국 시장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애플'은 신종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 자동차 업계도 중국산 부품 재고 소진에 따라 쌍용차가 공장가동을 멈췄고, 현대·기아차도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었다. 신종 코로나발(發) 불안 심리가 퍼지는 배경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무지(無知)와 치료 백신의 부재(不在)가 공포의 근원
질병은 오랫동안 인류에 대한 최대의 위협이었다. 14세기의 흑사병은 그 이전과 이후에 인류가 벌인 어떤 전쟁보다 많은 인명을 앗아 갔다. 또한 1918년에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직전의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보다 다 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는 1500만 명인데, 스페인 독감 사망자는 4000~5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현대의학의 발달은 인간의 기대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렸지만, 지금도 해마다 유행하는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이번 겨울에 무려 1500만 명이 독감에 걸려 82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럼에도 독감보다 신종코로나의 확산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인간이 이 바이러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초기 대처에 안일했던 중국 정부는 1월부터 국내외로 전파돼 감염자가 급증하자 인구 천만 명이 넘는 우한시를 봉쇄했다. WHO도 1월 31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PHEIC)'를 선포했다. 우한에서 시작된 ‘봉쇄의 동심원'은 중국을 넘어 국경봉쇄로 확장하는 추세이다. 미국과 호주, 일본 등에 이어 한국도 신종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에서 온 외국인의 전면 또는 부분(후베이성 방문자)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집단 혐오 유발하는 ‘인간 바이러스', 공생 무너뜨리는 ‘인간 독버섯'
집단 증오와 혐오를 유발하는 ‘인간 바이러스'와 공생의 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인간 독버섯'은 그런 다원적 무지와 생물학적 오염에 대한 방어기제, 그리고 집단적 공포에 편승해 스멀스멀 퍼진다. 중국인을 혐오하는 ‘차이나 포비아'를 부추기는 허위조작정보와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마스크를 대량구매해 중국에 보내느라 시중에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했다는 정치권발(發) 가짜뉴스, 마스크 사재기 같은 감염병 예방 물품의 매점매석 등이 그것이다.
WHO는 "정보 범람으로 인해 대중이 괴담과 사실을 분간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를 '인포데믹(infodemic)' 즉, 정보감염증으로 표현했을 정도다. 인포데믹은 '정보'와 '감염병 확산'을 뜻하는 영어단어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에피데믹(epidemic)'을 합친 신조어다.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카롤린 엠케의 〈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에 따르면, 인간의 무의식적 방어심리로 인한 혐오와 증오는 느닷없이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고 양성된다. 프랑스 노동계급이 민족주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에 동조하는 경향 등 유럽에서 공격적이고 증오를 조장하는 대중 선동적인 정당이나 운동이 득세하는 현상이 그것이다. 정치권의 혐오와 증오 조장은 광신도를 낳는다는 점에서 조작된 공포에 편승한 부당이득자들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자유한국당 일부 최고위원들은 "중국인 입국 전면금지"를 주장하거나 "정부가 세금으로 마스크를 대량구매해 중국에 보내느라 시중에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했다"는 허위조작정보로 대중을 선동했다. 일부 지방정부와 민간단체들이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 도시에 마스크를 구매해 보낸 것은 사실이다. 또 정부가 중국에 500만 달러 지원 방침을 밝힌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인도주의와 선린우호 외교의 문제이지 정치 공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한국의 방역도 중요하지만, 중국이 진정되어야 한국도 안전하다. 지금은 14억 중국 인민에게 마스크를 보내 ‘기침'을 막는 것이 한국에서 검역과 예방 활동에 드는 예산보다 ‘저비용 고효율'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성적 판단에 따른 이타적 행동이 나를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 방침과 지자체와 한국 기업들의 의료물자 지원은 이미 중국 언론과 여론에서 우호적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티븐 핑거 교수(하버드대 심리학과)는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라는 부제를 붙인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인간 내면의 다섯 가지 악마(포식성 혹은 도구적 폭력, 우세 경쟁, 복수심, 가학성 이데올로기)와 함께 네 가지 선한 천사를 제시한다. 그 천사들은 △감정이입(공감) △자기 통제(충동 절제) △도덕 감각 △이성(理性)의 능력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의 해결책도 ‘이성의 힘'이 작동하는 것이다. ‘국경 봉쇄'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1차적 방책이다. 하지만 봉쇄는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다. 근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제적 거버넌스의 강화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가짜뉴스와 조작된 공포에 대항하는 중요한 태도는 ‘배제'와 ‘혐오'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이성적 판단에 따른 ‘연대'와 ‘지원'이다. 일찍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설파하신 하나님나라의 가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많은 신도가 다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서,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중략) 그들 가운데는 가난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사도행전 4:32,34)고 했던 처음교회의 정신을 실천하는 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자세이다.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에 대한 혐오가 계속 심화되고 확대되면 결국 모든 사람이 해를 입게 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신종코로나 사태는 이번에도 감염병에 대처하는 인간의 태도와 자세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NCCK 언론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현재 진행형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공포'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를 1월의 주목하는 시선으로 선정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