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 어느 원로목사의 ‘오바’

손봉호 명예교수 거취 끌어들인 정주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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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코람데오닷컴 화면 갈무리)
▲교계 원로로 교계 문제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아온 정주채 향상교회 은퇴목사가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매체 <코람데오 닷컴>에서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공격했다.

개신교 시민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아래 기윤실)이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 앞으로 보낸 공개서신이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거취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의 진원지는 향상교회 정주채 은퇴목사다. 정 목사는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코람데오 닷컴> 18일자 '기윤실의 공개편지에 대한 유감'이란 제하의 칼럼에서 기윤실의 공개 서신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기윤실이 홍 목사님에게 보낸 공개편지를 보면서 충격받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기윤실을 후원하고 과거에 실무에도 관여했던 사람들이다. 특히 기윤실의 설립자요, 이사장을 역임했고, 지금까지 자문위원장으로 있던 손봉호 교수는 즉각 자문위원장을 사임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즉 기윤실의 공개서신이 부적절했고, 이게 원인이 돼 손 명예교수가 자문위원장을 사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 명예교수의 자문위원장 사임은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기윤실 쪽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바 없고, 손 명예교수의 사임은 정 목사가 다른 경로를 통해 전해들은 건데 이를 단정적으로 칼럼에 반영했다고 알려왔다.

여러 정황상 정 목사가 '오바'했다는 게 사실에 가깝다. 정 목사는 문제의 칼럼에서 "기윤실은 문재인 정권이 뻔뻔하게 보여준 비윤리적이고 불의한 행태들을 보면서도 이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성명서 한 번 낸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특별히 동성애와 같은 반복음적인 일들이 거센 기세로 일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윤실은 이에 대해 늘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며 지내왔다"며 "그런 단체가 평생 복음주의의 중심에 서서 한국교회를 이끌어 오신 홍 목사님을 비복음적인 설교를 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고 날을 세웠다.

만약 기윤실을 향한 비판이 여기서 그쳤으면 논란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기윤실을 비판하면서 확정되지도 않은 손 명예교수의 거취까지 끌어들여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이는 은퇴목사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기윤실은 문재인 정권이 뻔뻔하게 보여준 비윤리적이고 불의한 행태들을 보면서도 이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성명서 한 번 낸 적이 없었다"는 정 목사의 비판은 본인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비판 받을 지점은 없지 않다. 그러나 '뻔뻔하게 보여준 비윤리적이고 불의한 행태'라는 다소 수위 높은 비판을 가할 수 있는지는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 앞선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은 문재인 정부 보다 훨씬 더 후안무치했다는 게 사실로 입증됐거나 입증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총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천이라는 중형을 선고 받고 구속 수감됐다.

그때 정주채 목사는 무엇을 했는가? 적어도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 시절 지금보다도 더 심각한 부조리와 권력형 비리가 만연했어도 정 목사는 불의한 정권을 향해 침묵을 지킨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더러 ‘뻔뻔하다'고 했지만, 정 목사는 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그리스도교 생명 윤리 보다 세상의 경제논리를 들이댔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대목이다.

정 목사는 자신의 칼럼을 마무리하면서 "여러분들의 앞날을 생각하며 가슴 아파하는 어른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그리고 그들의 가르침에 반발만 하지 말고 한 번쯤은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적어도 논란의 장본인인 홍정길 목사나 정 목사의 가르침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수차례 지적했지만, 이들의 가르침은 광장에서 반정부 선전선동을 일삼는 전광훈 목사나 다름없다. 그런 가르침에 귀 기울이는 게 더 문제다.

정주채 목사를 비롯, 언필칭 원로목사에게 부탁하고 싶다. 젊은이들을 가르치려고만 들지 말고 당신들의 사고가 온전한지부터 돌아보라고. 그리고 과거에 살지 말고, 바뀐 지금을 살라고.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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