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독교' 빙자한 세결집, 바람직하지 않다"

NCCK 정평위, 한기총·기독정당 정치세력화에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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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11일 문재인 대통령 하야 기자회견을 갖고 릴레이 단식에 들어간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단식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위원장 최형묵 목사)는 지난 달 31일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책임과 정당한 주권의 행사'란 제하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NCCK는 오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맞이해 기독교를 표방한 세력들의 왜곡된 정치참여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 그리스도인들의 건강한 정치참여를 권장하고자 3차례 입장문을 발표할 방침을 밝혔고, 이에 정평위와 생명문화위가 차례로 입장문을 냈다.

정평위는 이 입장문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정치세력화에 우려를 표시했다. 한기총의 행태가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시대정신에 역행하여 퇴행적인 반공이데올로기를 반복하고,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의 정신에 반하여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고, 시민사회의 공공성을 위배하며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 행태는 결코 그리스도인의 바람직한 정치 참여일 수 없다"는 게 정평위의 입장이다.

또 '기독교 정당'에 대해서도 "그 정당이 표방하고 있는 정책이 과연 그리스도교 복음의 정신에 부합하는지, 다양한 시민사회 구성원들에게 보편적인 설득력을 지니는지 생각해야 할 일"이라면서 "그보다는 그저 ‘기독교'라는 이름만으로 세를 모으고자 한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다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정평위가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제21대 총선에 즈음하여 1>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책임과 정당한 주권의 행사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여러 일상생활이 제한되어 있는 가운데서도 4월 15일 예정된 제21대 총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세계적 위기로 우리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는 데서 민의를 따르는 민주정치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촛불의 민의를 비로소 현실정치에 온전히 반영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더욱 확대하고 강화할 수 있는 중대한 기회이다. 우리는 지금, 위기에 처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난을 겪었지만 마침내 부활의 새 아침을 열었던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모든 사람이 더불어 평화를 누리는 사회를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이러한 기도의 마음을 모아 우리 그리스도인은 시민으로서 부여받은 정당한 주권을 제대로 행사함으로써 오늘 우리 사회를 위한 정치적 책임을 감당하고자 한다.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책임과 참여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주권과 그리스도의 통치에 대한 신실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하나님은 세상 만물 가운데 함께 하시며 사랑하는 백성들 가운데서 그 뜻을 펼치신다.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는 이와 같은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셨다. 특별히 그리스도는 이 땅에서 차별받는 가장 연약한 사람들과 함께 하였을 뿐 아니라 그들과 스스로를 동일시하였고 나아가 하나님 나라의 주인공으로 선포하셨다. 그리스도께서는 이러한 뜻을 이루도록 우리를 부르셨고,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 부름 앞에 신실하게 응답하는 삶을 지향한다. 이 땅 위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책임과 참여는 바로 이 믿음에 근거한다.

한편 그리스도인은 저마다 땅 위의 나라 시민권을 갖고 있다. 여기서 오늘날 민주적 헌정국가의 한 근간으로서 정교분리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 요구를 받고 있다. 종종 이 원칙은 종교인의 정치적 참여를 배제하는 것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본래의 뜻과는 다르다. 정교분리는 정치의 종교화 또는 종교의 정치화를 배제하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곧 정치적 목적으로 종교를 이용하거나 간섭하는 행위를 배제하는 한편 종교가 정치권력에 기대어 특권적 지위를 향유하는 것을 배제해야 한다는 뜻을 지닌다. 그것은 정치와 종교의 자율성을 인정함으로써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는 한편 배타적 세계관에 좌우되지 않는 투명한 민주적 헌정질서를 지향하고자 하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이지 종교인의 신앙에 따른 정치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참여는 근원적으로 신앙의 요청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동시에 오늘날 민주적 헌정질서가 추구하는 정교분리의 취지에 따라 규율 받는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서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신앙의 요청에 부합하는 동시에 오늘날 민주주의적 가치와 그 소통방식에 부합하여야 한다. 특별히 오늘날 민주적 헌정질서가 지향하는 가치에 따른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의 방식에 대해서는 사려 깊게 성찰하여야 할 것이다. 신앙의 요청에 따른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세상 만민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동등성을 지닌다는 믿음에 기초하여야 하고, 따라서 그 방법은 각기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 가능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정치적 의제를 지지하거나 거부하는 태도에서, 또한 그에 대한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공히 지켜져야 한다. 나아가 마땅히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의 정신에 부합하여야 한다. 그것은 자신만의 신앙과 세계관을 강요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또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소리 높여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 방식이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현저하게 정치화되어 있는 종교세력, 특히 한기총을 중심으로 하는 개신교 정치세력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시대정신에 역행하여 퇴행적인 반공이데올로기를 반복하고,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의 정신에 반하여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고, 시민사회의 공공성을 위배하며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 행태는 결코 그리스도인의 바람직한 정치 참여일 수 없다. 이는 종교의 정치화로서 가장 타락한 형태이며, 나아가 정치의 종교화로 인한 해악을 동시에 안고 있다. 안타깝게도 근래 선거 때마다 시도되어 온 이른바 ‘기독교 정당'에 대해서도 우리는 우려를 표한다. 정치적 자유가 보장된 민주사회에서 특정한 종교를 배경으로 한 정당이 원칙적으로 불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경우 그리스도인 개인의 정치 참여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그 정당이 표방하고 있는 정책이 과연 그리스도교 복음의 정신에 부합하는지, 다양한 시민사회 구성원들에게 보편적인 설득력을 지니는지 생각해야 할 일이다. 그보다는 그저 ‘기독교'라는 이름만으로 세를 모으고자 한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다 할 수 없다. 이제까지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그 실패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우리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서, 동시에 건전한 시민으로서 이번 제21대 총선에서 각기 그 정치적 책임을 감당하고자 한다. 그것은 복음의 진실에 근거해야 함은 물론 성숙한 시민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정치적 선택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제21대 총선이 촛불 민의를 반영하여 충분한 국민의 대표성을 구현하는 선거가 되기를 기대해 왔음에도 그마저 거대 정당들에 의해 왜곡되어 심히 유감이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서도 현명한 정치적 선택으로 그 왜곡이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 왜곡된 정치지형은 민의에 의해 반드시 정상화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회적 의제들을 제시하고, 우리 사회가 과연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선택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번 제21대 총선거에서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숙한 시민으로서 당당한 주권을 행사함으로써 보다 평화롭고 안전한 민주사회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그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를 위한 우리의 결단과 선택이 고난과 죽음을 딛고 일어선 그리스도를 반기는 부활 찬양 가운데서 아름다운 봄꽃으로 피어나기를 기원한다.

2020년 3월 3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NCCK는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맞는 올해 2020년을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실현하는 "희년의 해"로 선포했다. ⓒ NCCK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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