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4년 마다 치러지는 행사이지만,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는 2월 말에서 3월 중순 사이 무서운 기세로 확산했다. 각 정당마다 후보자 공천을 마무리하고 선거운동을 준비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이런 이유로 각당 후보자들은 대면 접촉 보다는 온라인 선거운동에 주력했다. 정부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던 터라 정치인과 유권자의 대면 접촉 빈도는 떨어질 수 밖엔 없었다. 급기야 정치권에선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선거는 예정 일정을 소화중이다. 10일과 11일 사전투표가 진행됐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투표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였다. 사전투표율은 26.6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당장 내일 치러지는 총선 투표율 역시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기자는 이틀 동안 참관인 자격으로 사전투표를 지켜봤다. 예전 선거와 달리 이번 투표는 보다 관리가 까다로웠다. 담당 공무원들은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색이 역력했다.
기자가 참여했던 투표소 역시 이틀 동안 유권자가 몰리다시피했다. 이러자 선거관리를 맡은 공무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며 줄 간격을 유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투표소에 사람이 몰리자 투표소엔 일정 인원만 들어가게 하고 나머지 유권자는 외부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이런 과정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아무런 이의 없이 선거관리 담당 공무원의 지시를 따랐다. 우리 유권자의 시민의식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나라 밖에서도 이런 모습을 주목했다. 영국의 유력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등불(a beacon of democracy in asia)'이라는 위상을 보여준다"고 찬사를 보냈다.
물론 선거운동이 순탄하게 이어진 건 아니다. 무엇보다 세월호를 폄훼하는 막말이 난무한 건 오점으로 남는다. 보수 야당인 미래통합당 차명진 전 후보는 세월호 유가족을 겨냥해 막말을 내뱉었고, 결국 당은 그를 제명했다. 그럼에도 당 게시판에선 차 전 후보를 감싸는 글들이 잇달았다. 또 같은 당 김진태 후보 선거운동원은 세월호 현수막을 훼손하다 적발돼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그리스도인, 누구에게 투표해야 하나
20대 국회처럼 막말과 이른바 '동물국회'라고 불리는 극한의 대치로 얼룩졌던 국회도 없었을 것이다. 간단히 정치판 자체가 타락했다고 폄하할 일이 아니다. 나쁜 정치를 일삼는 세력이 존재했고, 나쁜 언론이 정치혐오를 조장했다는 점은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이제 막말, 상대 깎아내리기 식의 막가파 정치는 이제 퇴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스도인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그간 한국 교회, 특히 보수 개신교 교회는 특정 후보자가 장로 혹은 전도사란 이유로 ‘묻지마' 지지를 보낸 경향이 강했다. 이런 투표행태가 하나님 나라 확장에 기여한 적은 별로 없었다. 되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에서 보듯 크나큰 퇴행을 불러왔을 때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일부 개신교 세력이 정치세력화를 기도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교회에 다닌다고, 장로 혹은 전도사라고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그보다 예수의 가르침을 이 땅에 실천하는 이들이 참 그리스도인이다.
부디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을 쥐어줬을 때 하나님 나라 확장에 기여할 수 있는 후보를 택하기 바란다. 이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