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성폭력 한신대 박경철 전 교수, 1심 징역 2년 6월 선고 받아

대책위 "피해자 고려하면 부족한 결과"....2차 가해 강력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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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한신대 박경철 (전)교수 성폭력사건 대책위원회 제공 )
성폭력으로 기소된 한신대학교 박경철 전 교수가 1심에서 징역 2년 6월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 받았다.

성폭력으로 기소된 한신대학교 박경철 전 교수가 1심에서 징역 2년 6월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 받았다.

박 전 교수는 지난 해 1월 자신의 집에서 제자를 성폭행했으며, 이에 한신대 공동체는 대책위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전북노회와 한신대는 각각 면직과 파면 결정을 내렸다. 1심 재판부인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도 박 전 교수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한신대 신대원 김평화 대책위원장은 1심 판결에 대해 "이미 너무나 고통 받았고, 여전히 그 상처와 싸워야 할 피해생존자를 생각한다면 부족한 결과"라면서 "가해자가 그간 보여왔던 행태를 고려했을 때, 이러한 결과마저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또 가른 2차 가해를 저지르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도 "오늘 내려진 판결에서 재판부는 동종범죄 전과가 없다는 점과 범행을 자백인정하고 교원소청심사와 총회 재판을 취하했다는 점을 인정하여 양형사유로 삼았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대책위는 이어 2차 가해에 대해서 "피해생존자가 온전히 치유되기 전에 함부로 용서를 말하거나, 왜곡된 사실을 유포함으로써 피해생존자의 회복 과정을 방해하는 모든 언동에 대해 법적 조처를 할 수 있음을 알린다"고 경고하는 한편, 한신대 신대원을 향해선 "이 사건에 책임의식을 느끼고 철저한 대책 마련에 솔선수범해야하는 단위들은 현재까지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히 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피해생존자의 일상회복을 위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아래는 대책위가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한신대 박경철 (전)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대책위 입장문

오늘은 사건 발생일로부터 478일째 되는 날입니다. 2020년 5월 21일 오늘 원주지원 형사 제1단독 재판부 오승준 판사는 피고인 박경철씨에게 징역 2년 6월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하였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에게 징역 4년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신상정보/실명공개, 취업금지 3년을 구형한바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내려진 판결에서 재판부는 동종범죄 전과가 없다는 점과 범행을 자백인정하고 교원소청심사와 총회 재판을 취하했다는 점을 인정하여 양형사유로 삼았습니다. 이는 유감입니다.

이 사건의 피해생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마주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엄중한 처벌을 선고해주시기를 부탁"한 바 있습니다. 오늘의 판결은 이렇듯 피해생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유의미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는 이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에게도 정의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할 뿐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에게 성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범죄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교수로 재직하며 가르치던 신학대학원의 목사후보생에게 피감독자 간음을 저지른 행위가 범죄행위라는 것을 교계에도 명백히 일깨워줄 것입니다.

오늘의 판결에 이르기까지 피고와 피고 지인들에 의한 허위사실, 왜곡된 정보, 피해생존자를 음해하고 모욕하는 다양한 언어들로 인해 피해생존자가 감내해야 했던 2차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판결은 고통 속에서도 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진실을 밝히고자 애써온 피해생존자의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서지현 검사로부터 촉발된 우리 사회 #미투운동은 교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어디선가 행해지는 또 다른 피감독자에 의한 간음이나 위력에 의한 성폭력, 그루밍 성폭력은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의 판결로써 이러한 가해 행위는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이 교계에도 각인되어야 합니다.

사건 발생 직후 2019년 2월 1일부터 피해생존자를 지지하고 연대해온 대책위는 1심 선고 결과가 사건의 종결이 아님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피해생존자가 더는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날이 속히 올 수 있도록 성폭력을 넘어 안전하고 평화로운 신학교와 교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1심 판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자 합니다.

피해생존자가 온전히 치유되기 전에 함부로 용서를 말하거나, 왜곡된 사실을 유포함으로써 피해생존자의 회복 과정을 방해하는 모든 언동에 대해 법적 조처를 할 수 있음을 알립니다.

또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건 해결에 대해 미진한 대응을 해온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등에 경고합니다. 이 사건에 책임의식을 느끼고 철저한 대책 마련에 솔선수범해야하는 단위들은 현재까지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히 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피해생존자의 일상회복을 위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합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역시 교단에 소속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에 빠트린 이 사건의 뼈 아픈 교훈을 기억하며, 성폭력 예방과 처리를 위한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여 또 다른 피해생존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마지막으로 교회, 신학교, 기독교 단체 등 교계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생존자분들께도 오늘의 이 판결이 유의미하길 기원합니다. 침묵을 끝내고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낼 때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는다."(고전 12:26)

2020년 5월 21일
한신대 박경철 (전)교수 성폭력사건 대책위원회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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