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신교 교단인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회장 김생수 목사) 교단 계열인 서울기독대학교(총장 이강평) 교직원 A씨가 지난 7일 법정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직원은 말단이고 ‘몸통'은 따로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A씨 구속 직후, 이 학교 구성원인 제보자 ㄱ씨가 기자를 찾아 저간의 상황을 털어 놓았다. ㄱ씨는 교육부 결과처분 보고서, 법원 판결문, 회계장부 등 자료도 제공했다. ㄱ씨의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상황을 재구성해보자.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10부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학교 교직원 A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2008년 2월 이 학교 교직원으로 채용돼 구속 직전까지 학생처와 기획처 팀장으로 일했다. 담당한 주 업무가 학교 자금 입출금이라는 게 ㄱ씨의 주장이다.
교육부는 A씨의 횡령혐의를 적발했다. 교육부는 민원을 접수 받아 2018년 8월과 9월 두 차례 조사에 나섰다. 조사 과정에서 A씨가 교비회계·산학협력단 회계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발견했다. 이에 교육부는 2019년 2월 중징계를 권고하는 한편,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교육부는 이강평 총장도 ▲ 기부금 용도불명 사용과 세입처리 부당 ▲ 교직원 대출강요 부당 ▲학생모집 부당 등의 혐의로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일단 A씨를 12월 불구속 기소했다. 그리고 법원은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A씨의 횡령이 이뤄진 시점은 2012년이며 규모는 총 5억 5천 만원이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가 2012년부터 이 사건 범행이 발각된 2018년까지 자신이 회계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학생들이 낸 등록금 약 5억 5천 만원을 자신의 재산인 것처럼 임의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이 대목에서 제보자 ㄱ씨는 윗선이 A씨를 감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간의 상황을 살펴보자.
먼저 이강평 총장이 그를 신임해 교직원 채용 이후 줄곧 자금 관련 업무를 맡겼고, 이후 학교 행정 전반까지 일임했다는 게 제보자 ㄱ씨의 증언이다. 공교롭게도 A씨의 아버지는 이강평 총장이 담임하는 교회의 장로다. ㄱ씨는 "이 총장이 A씨를 아들처럼 생각했다. 학교 안에서 A씨 별명은 부총장이다. 그가 없으면 행정이 마비되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이뿐만 아니다. 교육부가 중징계 처분을 권고했지만, 학교 측은 기소 5개월 전인 7월 정직 1개월 처분만 내렸다. 업무에서 배제하지도 않았다.
범죄일람표를 보면 A씨는 2012년 4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총 138회에 걸쳐 거래은행인 K은행에서 2주 간격으로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까지 인출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면서 "피고인이 6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5억 5천 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횡령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의문"이라고 적시했다.
놀라운 건 학교 측이 A씨에게 가불금을 집행했다는 점이다. 학교 측은 2019년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가불을 해줬다. 이 시점은 A씨의 횡령혐의가 드러나 징계가 내려지고 검찰 수사와 횡령액 변제가 이뤄지던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학교 측은 A씨에게 가불을 해준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5월 내부에 배포한 정기결산 자료에서 확인됐다.
제보자 ㄱ씨는 "윗선이 비호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학내 구성원들은 일찌감치 A씨가 이강평 총장에게 자금을 대왔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고, 실제 A씨는 2011년에 근로장학금 관련해 감봉조치 됐었다"며 "A씨가 인출한 돈이 다른 누군가에게 흘러 들어간 건 아닌지 의구심이 인다"고 덧붙였다.
제보자 ㄱ씨는 구속된 A씨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면 윗선의 혐의도 드러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ㄱ씨는 이렇게 호소했다.
"이 총장은 1999년 취임 이후 20년 넘게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제왕적 권력을 휘둘러왔다. 이 총장 보다 더 장기집권을 하는 이는 동양대 최성해 총장이 유일하다. 이전까지 학교 재정은 탄탄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부정이 불거지고 자금 담당 직원이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총장은 교비 횡령 의혹 말고도 인사전횡 의혹, 입시부정 의혹 등 혐의점이 많다. 반면 학교 재정은 부실해지고 학교 신뢰도 낮아졌다.
만약 명문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온 사회가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 소규모 종합대학이라도 총장 등 임직원이 학생의 등록금을 임의대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심각하다. 검찰이 엄중하게 수사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에 대해 이강평 총장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구속된 직원과 접촉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물으며 "자금흐름에 문제가 있었다면 공판기록과 검찰 조서, 담당 판·검사 등을 취재해 보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