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고위직을 지낸 목사가 설교 도중 성범죄 의혹을 받는 목사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10월까지 서울연회 감독을 지낸 옥토교회 담임 원성웅 목사.
원 목사는 17일 감리교신학대학교 화요채플에서 설교를 맡았다. 원 목사는 설교 도중 서울남연회 소속 로고스교회 전준구 목사의 성범죄 의혹을 입에 올렸다.
전 목사의 성범죄 의혹은 지난 5월 MBC 시사 고발프로그램 'PD수첩'이 상세히 고발했고, 이후 큰 파장이 일었다.
원 목사는 전 목사의 이름과 교회를 직접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다만, "MBC 'PD수첩'에 보도된 이후 (감리교단) 감독회의가 '이 일'(전 목사 사건)이 교회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속히 해결하라는 임무를 자신에게 맡겼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원 목사는 이어 "이를 위해 총회성직윤리위원회를 가동해 성명서를 작성해 선언했다. 내부적으로는 감리교단 목회자, 외부적으로는 MBC 보도국과 교회 밖 사람들이 보도록 신앙의 기준을 확고히 세웠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성명서 내용이다. 원 감독은 "(성명서에)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은 후에 성화과정을 거쳐 완전에 이르는 것이 우리 교단 목회자와 성도들이 추구하는 길이라는 점을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전준구 목사 재판 결과를 살펴보자. 전 목사는 ① 담임목사의 직권을 남용하여 교회와 선교원 재정 서류와 컴퓨터 등 공유물 절취 ② 퇴직시 지급하기로 한 개인연금보험 7억 1천만원의 퇴직 전 명의 변경에 따른 횡령 ③ 감독선거 출마 관련 공금 유용과 횡령・배임 ④ 아내의 선교원장 임용에 대한 직권 남용과 급여 3억 7천만원 지급을 통한 횡령 ⑤ 법인카드 사용(2018년에만 1억 6천여 만원) 내역 미공개로 인한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서울남연회 재판위원회는 지난 5일 전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결과는 교단 사법기구가 전 목사에게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더구나 전 목사의 성범죄 혐의는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저간의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원 목사가 밝힌 성명서 내용은 재판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원 목사 스스로 "이 기준은 교회 재판에도 영향을 줬다"고 밝혔을 정도다.
또 전 목사의 성범죄를 '부적절한 관계'로 표현한 점도 논란거리다. 이에 대해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는 성명을 통해 "전준구 목사의 교회 성폭력 사건은 ‘부적절한 이성관계'라 표현될 수 없는 명백한 성폭력 사건"이라면서 "원성웅 목사가 이를 ‘이성관계'라고 표현한 데에는 그가 이 사건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그의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감신대 총여학생회는 그러면서 "전준구 목사는 재판에 의해 제대로 치리된 바 없으며, 원성웅 목사는 성직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전준구를 치리하는 일에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 그가 성직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노력한 일이라 언급하였던 토론회는 성직윤리위원회에서 주최한 것도 아니며, 더구나 토론회가 열리기도 전에 전준구 목사가 소속된 로고스교회 부교역자 및 교인들의 점거로 무산됐다"고 비판을 이어나갔다.
앞서 원 목사는 지난 9월 소속교회들의 현장예배를 촉구하며 그에 따라 발생하는 법적인 책임은 감리교회가 공동으로 책임질 것이란 서신을 보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래는 감신대 총여학생회가 발표한 규탄성명 전문
아래]
2020년 11월 17일 감리교신학대학교 화요채플 설교를 맡은 원성웅 목사(옥토교회 담임, 서울연회 전 감독)는 설교 중 자신이 감독시절 있었던 일을 사례로 들며 전준구 목사의 교회 성폭력 사건을 ‘부적절한 이성관계'라 지칭하였다.
그는 거듭 ‘이성관계'라는 말을 사용하며 이 사건이 MBC에 보도되어 사회에 알려지게 되자 기독교에 미치는 부정적인 여파가 있었음을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총회 성직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 부정적인 여파를 잠재우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일을 하였는지를 강조했다. 그는 성직윤리위원회가 진행한 심층토론과 연구를 통해 감리교회의 목회자들과 성도들, 교회 밖 사람들에게 감리교회의 성직자와 감리교회의 신앙의 기준을 바로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성직윤리위원회의 성명서를 통해 감리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추구하는 길에 대한 기준을 감리교회에 각인시켜 그 기준에 따라 재판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원성웅 목사의 이 설교에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는 두가지 지점을 문제적이라 말한다.
첫째, 전준구 목사의 교회 성폭력 사건은 ‘부적절한 이성관계'라 표현될 수 없는 명백한 성폭력 사건이다. 원성웅 목사가 이를 ‘이성관계'라고 표현한 데에는 그가 이 사건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그의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드러낸다.
둘째, 전준구 목사는 재판에 의해 제대로 치리된 바 없으며, 원성웅 목사는 성직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전준구를 치리하는 일에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 그가 성직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노력한 일이라 언급하였던 토론회는 성직윤리위원회에서 주최한 것도 아니며, 더구나 토론회가 열리기도 전에 전준구 목사가 소속된 로고스교회 부교역자 및 교인들의 점거로 무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토론회 스텝으로 일한 우리대학 학생들이 로고스 교회 교인들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 또한 있다.
성직윤리위원회의 활동이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는 데 일조하였을지 모르나 전준구 목사의 성범죄를 징계하는 데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성직윤리위원회에서 발표된 성명서 또한 성직윤리위원회의 입장문에 그쳤을 뿐이며 성직윤리위원회의 마땅한 역할 중 하나인 성폭력가해 목사를 자격심사위원회에 고소를 한 것도 아니었다. 이에 총여학생회는 성직윤리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성직윤리위원회는 교역자 윤리 및 성직 등의 문제를 위해 설치된 본부 특별위원회이며(<교리와 장정> 제3편 조직과 행정법 【375】 제175조(특별위원회의 설치) ③ 성직윤리위원회 1. 교역자 윤리 및 성직 등의 문제를 위해 성직윤리위원회를 설치한다.), 12편 13. 성직윤리위원회 규정은 【2277】 제5조에서 위원회의 직무를 "⑤ 재판법과 사회법을 위반한 성직자는 해당 연회 심사위원회에 고소하고 자격심사위원회에 회부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대로 치리하려고 했다면 단순한 입장문 발표에 그치지 않고, 마땅히 심사위원회에 고소하고 자격심사위원회에 회부했어야 한다.
원성웅 목사의 말처럼 감리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추구하는 길에 대한 기준을 성직윤리원회가 감리교회에 각인시켰다면, 전준구 목사는 더 이상 목사가 아니어야 한다. 헌데 안타깝게도 전준구 목사는 여전히 목사이며 감리교회는 여전히 피해자의 상처를 보듬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원성웅 목사의 성직윤리위원회를 상찬하는 설교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 이룸은 요구한다.
첫째, 원성웅 목사는 교회성폭력 사건을 ‘부적절한 이성관계'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둘째, 원성웅 목사는 제 역할도 다하지 못한 성직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의 이력을 자랑으로 삼지 말라.
셋째, 원성웅 목사를 설교자로 세운 감리교신학대학교는 책임을 통감하고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우들과 원우들에게 사과하라.
2020년 11월 17일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 이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