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기도를 이유로 1심에서 정직 2년을 선고 받은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의 항소심 재판이 지연되는 가운데 이번 재판을 규탄하고 성소수자 차별법 폐기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꾸려졌다.
공대위는 먼저 21일 오후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본부가 있는 서울 광화문 동화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기자회견을 마친 공대위는 곧장 총회 본부 앞에서 기도 농성에 들어갔다.
이동환 목사는 2020년 1월 1심인 기감 경기연회에서 정직 2년을 선고 받았으나 즉각 항소했다. 항소장을 접수한 총회재판위원회는 당초 2월 22일을 기일로 잡았지만 공개재판을 해달라는 이 목사 측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이 목사 측은 항소심 1차 재판을 거부했고, 변호인단은 재판부 전원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다.
3월 26일 재판이 재개됐지만 이번엔 재판위원장 조남일 목사가 이동환 목사를 고발한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임이었고, 이에 조 목사는 공판 회피의사를 밝혔다. 이후 총회 재판위원장은 공석으로 남은 채 재판은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공대위는 기감 교단을 향해 날을 세웠다. "감리회 행정이 공개재판도, 재판위원장의 공백도 해결하지 않고 있어 재판은 기한 없이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동환 목사는 지난 3개월 동안 변론을 한 번도 펼쳐보지 못한 채 재판에서 소외돼 버렸다"는 게 공대위의 문제 제기다. 그러면서 "불공정한 처벌재판을 규탄하고 성소수자 차별조항을 폐지하기 위해 불철주야 기도할 것"이라며 농성 돌입을 알렸다.
기자회견에서도 기감 교단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잇달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박승렬 소장은 "감리회 재판은 최종심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소인에게 1심 재판의 판결인 정직 2년을 결정하고 재판비용을 전가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잃는 행위를 일삼았다"며 "기감 교단이 이동환 목사를 단죄한 일은 한국교회와 사회를 비롯해 나아가 국제 에큐메니칼 공동체에서도 매우 부끄러운 일로 회자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민김종훈 신부도 "오늘 기감 교단의 여러 지도자들과 신자 분들은 바로 우리 눈앞에 있는 사람,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모두 동등하며 각각 독특한 존재'인 사람을 자꾸 외면하고 대상화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들의 하느님께서 우선적으로 사랑하시는 존재를 죄라고 낙인 찍고, 성서와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피하라고 하는 ‘심판자의 자리'를 자꾸 탐낸다"며 비판을 이어 나갔다.
이어 "이 사회와 교회에서 상대적 약자나 사회적 소수자로 존재하는 성소수자 길벗들의 존재를 축복한 이동환 목사의 축복은 죄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공대위의 농성 돌입에 연대의 메시지도 나왔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연대발언에서 "동성간 결합은 축복할 수 없다"는 교황청 메시지를 거론했다.
장 공동집행위원장은 "교황청 메시지의 결과 독일에서도 미국에서도 동성커플을 축복하는 신부님들이 나왔다. 이 공개적인 축복은 바티칸에 대한 반발이 아니다. 그저 여전히 세상이 당신들을 축복할 것이냐 말것이냐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작은 지지를 보내는 일이었을 뿐"이라면서 "이동환 목사님도 많은 성직자분들도 교계의 어떤 일에 반기를 들고자 함이 아닌 이 세상의 핍박속에 그저 함께 기도하고자 함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농성에 들어가면서 ▲ 이동환 목사에 대한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밀실·처벌 재판 중단 ▲ 감리회 ‘교리와 장정' 3조 8항의 성소수자 차별 조항 효력의 즉각 중단 ▲ 동성애대책위원회 폐지와 성소수자 차별문제의 대책마련을 위한 연구위원회 설치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