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교회 김기석 목사가 19일 '광야학교'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신앙인들에게 광야가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질투과 살의 그리고 희번덕거리는 광기에 휩싸인 사울의 추격을 피해 도망하여 광야에서 풍찬노숙을 하는 다윗의 삶을 조명하며 김 목사는 광야라는 장소와 시간이 "우리를 단순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을 수직적인 세계로 인도한다"며 "세상과의 연결이 끊어졌기에 오로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과의 접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윗에게 광야는 이중적이었다. 엘라 골짜기에서 벌어진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승리함으로 그는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시련의 시작이기도 했다"며 "다윗은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때는 블레셋 족속에게 망명했고, 그곳에서도 위기를 느끼고는 아둘람 굴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십 광야의 산간지역에 은신처를 마련했다가 아라바에 있는 마온 광야로 숨어들기도 했다. 말 그대로 풍찬노숙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본문은 삼상 24장 1절에서 6절 말씀으로, 다윗이 엔게디에 숨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사울이 직접 삼천 명의 정예병을 이끌고 다윗을 찾다가 갑자기 변의를 느끼는 장면이었다. 익히 알다시피 해당 장면에서 사울은 다윗과 그의 부하들이 숨어있던 동굴로 우연히 찾아 들어가 무장해제를 한 뒤 배설을 은밀하게 처리했다.
이에 김 목사는 "다윗은 부하들을 물리치고 홀로 아주 은밀하게 다가가 벗어놓은 사울의 겉옷 자락을 조금 잘라냈다"며 "성경은 다윗이 사울의 겉옷 자락을 벤 것만으로도 양심의 가책을 받았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베어낸 옷자락을 내 보이면서 마음만 먹었으면 임금님을 죽일 수 있었고 또 그렇게 권유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자기는 임금님을 아꼈다고 말한다"며 "다윗이 위기 속에서도 사울을 해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그가 주님의 기름 부음 받은 사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윗은 사울의 현재 모습 때문에 그의 과거까지 부정하지 않았다. 정치꾼들이 득시글거리는 도시에만 머물렀다면 그도 또한 권력 투쟁에 휘말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며 "어쩔 수 없어 들어가게 된 광야에서 맛본 고독과 깊은 침묵은 그를 더 큰 세계로 인도했고, 자기의 연약함에 대한 자각은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살 수 없음을 절감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광야 훈련 덕분에 다윗이 더 큰 존재가 되었다고 강조한 김 목사는 '다윗의 믹담, 사울을 피하여서 동굴로 도망하였을 때에 지은 시'라는 표제를 달고 있는 시편 57편을 인용하며 "주님의 날개 그늘 아래 몸을 숨길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에 그의 기도는 절박하다. 언제 닥쳐올지 모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그는 쇠약해졌다. 그 약함이 때로는 복이 되기도 한다. 자기로부터 해방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