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김기석 목사, "약함이 때로는 복이 되는 광야"

19일 주일예배 설교서 전해

kimkisuk
(Photo : ⓒ베리타스 DB)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가 19일 '광야학교'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신앙인들에게 광야가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질투과 살의 그리고 희번덕거리는 광기에 휩싸인 사울의 추격을 피해 도망하여 광야에서 풍찬노숙을 하는 다윗의 삶을 조명하며 김 목사는 광야라는 장소와 시간이 "우리를 단순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을 수직적인 세계로 인도한다"며 "세상과의 연결이 끊어졌기에 오로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과의 접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윗에게 광야는 이중적이었다. 엘라 골짜기에서 벌어진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승리함으로 그는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시련의 시작이기도 했다"며 "다윗은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때는 블레셋 족속에게 망명했고, 그곳에서도 위기를 느끼고는 아둘람 굴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십 광야의 산간지역에 은신처를 마련했다가 아라바에 있는 마온 광야로 숨어들기도 했다. 말 그대로 풍찬노숙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본문은 삼상 24장 1절에서 6절 말씀으로, 다윗이 엔게디에 숨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사울이 직접 삼천 명의 정예병을 이끌고 다윗을 찾다가 갑자기 변의를 느끼는 장면이었다. 익히 알다시피 해당 장면에서 사울은 다윗과 그의 부하들이 숨어있던 동굴로 우연히 찾아 들어가 무장해제를 한 뒤 배설을 은밀하게 처리했다.

이에 김 목사는 "다윗은 부하들을 물리치고 홀로 아주 은밀하게 다가가 벗어놓은 사울의 겉옷 자락을 조금 잘라냈다"며 "성경은 다윗이 사울의 겉옷 자락을 벤 것만으로도 양심의 가책을 받았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베어낸 옷자락을 내 보이면서 마음만 먹었으면 임금님을 죽일 수 있었고 또 그렇게 권유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자기는 임금님을 아꼈다고 말한다"며 "다윗이 위기 속에서도 사울을 해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그가 주님의 기름 부음 받은 사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윗은 사울의 현재 모습 때문에 그의 과거까지 부정하지 않았다. 정치꾼들이 득시글거리는 도시에만 머물렀다면 그도 또한 권력 투쟁에 휘말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며 "어쩔 수 없어 들어가게 된 광야에서 맛본 고독과 깊은 침묵은 그를 더 큰 세계로 인도했고, 자기의 연약함에 대한 자각은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살 수 없음을 절감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광야 훈련 덕분에 다윗이 더 큰 존재가 되었다고 강조한 김 목사는 '다윗의 믹담, 사울을 피하여서 동굴로 도망하였을 때에 지은 시'라는 표제를 달고 있는 시편 57편을 인용하며 "주님의 날개 그늘 아래 몸을 숨길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에 그의 기도는 절박하다. 언제 닥쳐올지 모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그는 쇠약해졌다. 그 약함이 때로는 복이 되기도 한다. 자기로부터 해방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지수 theworld@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