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이 슬픔을 당한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추모의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와 장애인소위원회는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참사 추모예배'를 드렸다. 이날 추모예배는 장애인부모연대가 주최했다.
예배에 참여한 그리스도인들과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정부에 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등 지원대책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서울 성동구에 사는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같은 날 인천에서는 대장암 진단을 받은 60대 어머니가 중증장애가 있는 30대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벌어졌다.
NCCK 정평위와 장애인소위는 추모예배에서 "고통과 절망 가운데 세상을 등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상처 입은 영혼을 위로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이젠 장애가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품어야 할 공동의 책임이며 의무라고 외치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이날 추모예배엔 장애자녀를 둔 부모가 현장 발언에 나섰다. 발언한 장애인부모연대 강서구지회 장미라 지회장은 울먹이며 "아이가 장애인인 게 죄고, 장애 아이를 낳은 제가 죄인이다. 세상이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절규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죄 짓고 싶지 않고 아이를, 그리고 제 자신을 죽이고 싶지 않다. 아이와 제가 살아가면서 평범하게 누릴 수 있는 것 다 누리면서 평범한 이웃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뭐든 하고 싶다. 같이 살아갈 수 있고, 희망이란 걸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세상 사람들이 저희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설교를 맡은 정평위 장기용 위원장(대한성공회)은 "인간을 하느님의 형상으로 보지 않고 도구로 여긴다. 장애인은 이런 세상에서 죄인 될 수밖에 없다"며 "그들을 죄인으로 만든 건 우리 사회이고 국민이 책임을 위임해 사회공동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라고 질타했다.
장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발달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의 삶의 현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탁상공론으로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지원을 갖고 생색 낼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사회공동체 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평위와 장애인소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장애인과 가족에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가 지원체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에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을 위한 ‘24시간 지원체계'를 당장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