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국인은 성서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한국 성서신학자들 출판 기념회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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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김은규 교수 제공)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된

금년 2월에 출간된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 출판기념회가 '한국적 성서해석에 대한 세계성서학계의 의미'라는 주제로 최근 열렸다. 비대면 화상 플랫폼을 이용한 이번 출판 기념회에는 기조 강연자로 이원우 교수(미국 캘빈신학교)가 나섰다.

이원우 교수는 젊은 시절 프린스톤신학대학에서 수학할 때 교수로부터 '한국인은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고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에서 제안을 받고 한국인 성경학자들과 힘을 모아 책을 내게 되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책의 전체 기조를 네 가지 방향에서 잡았다고 했다. 첫째 한국을 서양인에게 흥미롭게 알리는 원자재 수출 역할이었으며, 둘째 여러국가들의 섞인 문화에서 한국적 상황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이어 셋째 성경학자들은 본문에 항상 제한받는 해석을 하게 되나 한국적 상황, 곧 역사적 배경이 출발점이 되고 이를 통한 성경을 재해석하는 방법으로 진행했으며 마지막으로 성경을 한국과 미국 등 다문화 상황에서 상호문화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추려고 노력했다.

이 교수는 콩이 서양에서는 파스타로 쓰이지만, 한국에서는 청국장 냄새가 나는 성경해석의 특징을 갖자는 취지이었고, 향후 미래에는 성경학자들에서 벗어나, 목회자, 평신도가 보는 한국적 성경을 해석하는 내용들도 담아내길 기대한다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어 각 참석한 저자들의 간략한 발표시간이 이어졌다. 하경태 교수(장로회신학대)는 통일신학이 통일운동을 지향할 때, 북한에 대한 고려도 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천사무엘 교수(한남대)는 홍콩의 아치리 교수의 다문화적 해석과 유동식 교수의 한국신학에 영향을 받았으며 사사 입다의 딸과 심청전을 비교하는 등 국문학자 관점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한국교회사의 흐름들을 정리했으며, 평신도 운동, 유동식 윤성범 등의 토착화 신학을 소개했고, 신학의 복음화와 세속화 사이에서 기독교의 개혁, 사회적 문화적 책임을 강조했다.

김수정 교수(미국 클레어몬트신학대)는 굿, 샤머니즘이 성경에도 한국에도 나타나는데 한국의 성경적 세계관과 샤머니즘 세계관이 가깝기도 멀기도 한 관계로 있다면서 배척과 제거가 능사가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중보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민석 교수(한국침례신학대)는 1887년 한글성경 번역본부터 시작하여 현대까지 여러차례 개정된 번역사를 분석했고 특히 하느님은 "하늘"이라는 어원적 특징을, 하나님도 "하늘"의 뜻을 갖고 있으나, "한분 주님"의 뜻이 강조되어 있음을 밝혔다.

또 이윤경 교수(이화여대)는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될 때, 이미 불교와 유교가 천 여년 넘게 뿌리를 내렸고 그래서 백성들은 이들의 정경적인 경전들에 신성한 생각들을 가졌고 성경도 '성스러운 경전'으로 명명했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기독교가 한국에 소개되었을 때 성경은 다종교의 경전들 상황에서 짧은 시간임에도 절대적인 권위를 가졌고, 중요하게 영향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불교 경전들의 신비적 구원 능력, 몽골이 침략했을 때 불력으로 물리치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새긴 것을 그 예로 들었다.

유윤종 교수(평택대)는 고대 이스라엘의 바벨론 포로기 시대를 연구하며, 바벨론 지역으로 끌려간 포로들, 주로 왕 가족, 귀족 등 상류층, 숙련 기술자 등이 비교적 잘 살았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연구에서는 이들도 바벨론 포로민으로 트라우마와 심리적 고통들을 겪었다는 관점에서 한국의 민중과 한을 연결지었다.

아울러 홍국평 교수(연세대)는 한국의 분단의 갈등 상황에서 출발하고 있다. 본래 하나의 백성이었던 고대 이스라엘이 통일 국가에서 남 유다와 북 이스라엘로 갈라져 두 국가로 분단되었는데 남유다가 북이스라엘로부터 국가적 동력을 가져와 하나의 이스라엘 국가로 시도했음을 밝혔다. 여기에는 두 국가들 사이에 배타적 포용성과 다면적 정체성을 가지면서 조화를 시도했던 것을 보면서 한국 상황에 적응시킬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 김은규 교수(성공회대)는 성경해석에서 서양신학적 해석과 사대주의적 해석을 극복하고자 했다. 창세기 1장의 창조를 불교와 도교의 관점에서 불교가 신을 인정하지는 않으나 '절대무' 개념은 기독교의 창조의 유일신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도교의 '무위자연'과 같은 개념으로 보았다. 그는 불교에서 모든 것이 관계적이라는 '연기법'으로 창조의 순서들을 연결지었으며 성경해석이 역사비평주의를 넘어서 동아시아의 종교간 대화에도 적극 나설 것을 주장했다.

아지수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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