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제11차 총회가 독일 카를스루에(Karlsruhe)에서 아그네스 아붐 중앙위원회 의장의 개회선언으로 31일(현지시간) 오전 11시 개회됐다. 이날 아붐 박사는 'Witnessing Together to Christ's Compassionate Love'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참석한 전 세계교회 대표들이 모든 인류의 살아있는 이미지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여기에 나사렛 예수의 제자들이기에 모였고 아직 온전한 일치를 이루지 못한 그리스도의 제자들이기 때문에 모였으며 비록 젠더와 피부색이 달라도 모든 일류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 받아 평등한 존엄성을 지닌 존재들이기에 모였다"고 전했다.
아붐 의장은 이어 이번 총회 주제의 핵심어가 '그리스도의 사랑'임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야기해야 하는 까닭은 WCC 총회는 언제나 그 시대에 대한 예언자적 정신을 가지고 선교와 중언과 일치를 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값싼 화해나 추상적인 일치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번 총회를 통해 세계교회가 하나님 사랑의 힘으로 새로워져 이 땅에서 가장 연약한 사람들과 창조세계의 피조물과 연대하는 저항의 힘이 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기를 마치는 아그네스 아붐 의장은 부산총회 이후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함께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아붐 박사는 WCC 최초의 여성, 아프리카 출신 중앙위 의장으로 활동해 왔다.
아붐 의장의 보고에 이어 사우카 총무대행의 보고가 이어졌다. 정교회 신부인 사우카 박사는 지난 2020년부터 WCC 총무대행을 맡아왔고 새총무가 선출됨에 따라 올 연말 임기가 종료된다.
사우카 총무대행은 보고에서 "부산총회 이후 '정의와 평화의 순례'는 이제 '화해와 일치의 순례'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화해와 일치는 정의와 평화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지만 화해와 일치를 갈망하는 오늘의 세계에서 정의와 평화의 순례가 화해와 일치의 순례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25년이 서기 325년에 최초의 에큐메니컬 공의회가 열린지 1700주년이 되는 해임을 상기시키며 "WCC와 로마가톡릭교회와 오순절세계연합과 세계복음주의연맹이 더욱 긴밀히 협력하길 바란다"는 희망을 표출했다.
기후정의 행동할 때..소수자 인종차별 강하게 비판
기후정의 문제와 미국의 흑인, 원주민 등 소수자 문제를 언급했을 때는 청중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사우카 총무대행은 기후 정의에 대해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말은 충분히 했다"면서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해 청중의 호응을 받았다.
아울러 미국의 흑인, 전 세계 원주민 그리고 인도의 불가촉 천민과 다른 모든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주의를 강하게 비판해 청중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다만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사우카 총무대행은 "성소수자 문제로 교회가 분열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한 후 "WCC 는 오늘의 세계가 직면한 어떤 문제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CC는 교회의 친교를 깨뜨릴 수 있는 어떤 윤리적 혹은 신앙의 문제에 어떤 특정한 입장을 강제할 수는 없다"며 "WCC는 교회들의 세계적인 친교의 장이라는 본질을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사우카 총무대행은 "지난 2년반의 코로나 시대에 역설적으로 세계교회는 더 영적으로 가까와졌다"고 회고하며 "오늘날과 같은 분열과 갈등의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만나 마음 열고 대화하면서 치유와 화해를 찾는 통로로 WCC가 존재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편 총회는 오는 9월 8일까지 '그리스도의 사랑은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끈다'(Christ's love moves the world to reconciliation and unity)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총회에는 WCC 소속 350개 회원 교회에서 8백여 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