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독대 신학과 손원영 교수의 수난은 어디까지일까? 목사이기도 한 손 교수는 이웃종교인 불교와 대화를 시도했다가 학교에서 파면 당하는 수난을 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1월 강단으로 돌아왔지만, 새로 시작한 2학기에 재차 이단시비에 휘말렸다.
사태의 진원지는 학생들이었다. 신학과 학생들은 2학기 손 교수가 맡은 수업을 거부하고 나섰다. 그가 ‘이단'이라는 게 학생들이 내세운 수업거부 이유다.
손 교수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옥마들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2학기에 전공필수 과목을 두 과목 강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학과 학생들이 ‘이단'이라며 교수 교체를 요구했다. 학교 측도 권고해 전공 선택 두 과목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강의에 수강신청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손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재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개강좌 ‘한국교회의 기독교교육, 희망찾기' 개설을 공지하고 수강생 모집에 나섰다.
손 교수의 이단시비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1월 경북 김천 개운사에서 개신교 성도가 저지른 훼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불당 회복을 위한 모금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가 파면조치 한 게 시련의 서막이었다.
손 교수는 학교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냈고, 우여곡절 끝에 올해 1월 강단에 복귀했다. 학교 측은 1, 2심에서 잇달아 패소했음에도 연구실을 폐쇄하며 복직을 지연시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로 일관했다.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손 교수는 2018년 12월 열린선원에서 ‘예수보살과 육바라밀'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의 설교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고통에서 해방되고 그래서 모두 열반의 세계에 이르도록 우리 모두 보살행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육바라밀을 잘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육바라밀을 실천하기가 얼마나 힘듭니까? 그 때 필요한 것이 스승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보살되신 아기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육바라밀을 실천하실 때, 종종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십시오."
손 교수의 설교에 대해 서울기독대의 원 교단인 한국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는 손 교수의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에 이단성 심사를 청원했고, 기감 이단대책위원회는 지난 8월 손 교수를 호출했다. 기감 이대위는 최종적으로 이단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게 이단
기감 교단의 판단에도 학생들은 그가 이단이라며 수업을 거부하고 나섰다. 이토록 수난을 당하는 손 교수지만 ‘종교간 대화'에 대해선 입장이 확고하다. 손 교수의 말이다.
"개신교, 가톨릭을 아우르는 그리스도교는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점은 130여 년으로 비교적 역사가 짧다. 반면 불교 역사는 1,500년에 이른다. 한국 전통문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두 종교는 만나야 하고 만날 수밖에 없다.
분명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두 종교는 다르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출발선이라고 본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점을 찾고, 공감대를 이뤄나가려는 노력을 의도적으로라도 해야 한다. 이런 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칫 싸움으로 번진다. 그래서 이후에 사찰에서 설교를 부탁하면 가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복음 전도니 하는 명분을 떠나 불교도들을 만나면서 많이 배운다. 이분들은 마치 거울처럼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한다. 이분들도 나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리라 생각한다."
이어 빈번한 이단시비에 손 교수는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이단은 그리스도교의 정통교리를 따르지 않는 게 이단이라고 생각한다. 정통교리를 알려면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가장 싫어한 게 무엇이었나? 말은 그럴 듯 하게 하지만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당시 종교 권력자 집단에 날을 세우지 않았나?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게 바로 이단이라고 힘주어 말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