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유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함께 울어 주세요”

[인터뷰] 이태원참사 아산시 희생자 고 오근영 씨 누나 오선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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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이태원 참사 아산시 희생자 고 오근영 씨. 누나인 오선영 씨는 고 오 씨와 한 살 터울로, 아산에서 함께 나고 자랐다. 유가족인 오선영 씨 동의를 얻어 사진을 싣는다.

10.29 이태원 참사가 오는 2월 4일 꼭 100일째를 맞는다.

그간 시민분향소가 마련됐고, ‘10.29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10.29참사유가족협의회'가 꾸려져 세 차례의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그리고 국회에선 국정조사가 실시됐다.

하지만 현 시점까지 무엇 하나 뚜렷하게 드러난 건 없다. 국회 국정조사는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일부 의원들의 돌출 발언이 불거지면서 정쟁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참사 유가족은 절규하며 진상규명을 바라고 있지만, 이 같은 간절한 바람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이번 참사로 막내 동생을 잃은 오선영 씨도 진상규명을 바라는 유가족 중 하나다. 오 씨는 참사 희생자 고 오근영 씨와 한 살 터울로, 아산에서 함께 나고 자랐다. 참사로 희생되기 직전까지도 오누이는 한 동네에 살며 서로에게 의지했다.

참사 이후 오 씨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족을 잃은 상실감이 오 씨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놀러가서 사고 당했다'는 세간의 입길, 그리고 사회 공동체의 무관심은 오 씨의 마음을 더 짓눌렀다.

하지만 개신교계는 30일 오전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그리스도인 모임'을 꾸리고 진상규명에 힘을 보태기로 선언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등은 이날 참사 현장을 방문하고 유가족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오선영 씨 인터뷰는 ‘10.29참사유가족협의회'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오 씨는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역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자신과 동생의 신원 공개에 동의했다.

아래는 오 씨와 나눈 일문일답.

-. 우선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먼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 살 터울 동생을 잃어 슬프다. 그런데 참사 전후로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 동생 일에 발 벗고 나서 도와주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유가족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이후론 아무 활동도 못하는 중이다.

-. 사고 전후 상황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는가?

동생은 여자 친구와 이태원에 갔었다. 사고 소식은 여자 친구로부터 들었고, 곧장 이태원으로 향했다.

도착 시점은 다음 날인 10월 30일 새벽 1시경이었는데 현장에선 ‘클럽에서 마약이 담긴 사탕을 나눠줬다'는 식의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동생은 그런 거 하지 않는다. 여행을 좋아했던 동생은 늘 가족을 먼저 생각했고, 조카들도 엄청 챙기고 옆에만 있어도 든든하고 힘이 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소문을 들으니 ‘동생도 혹시?'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참사 이후 경찰 등 정부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현장을 살펴보니 너무 화가 났다. 경찰 배치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수습 과정은 더했다.

서울로 가면서 처음엔 상황보고실인가, 그쪽으로 가라고 안내받았는데 가보니 시민들을 제지했다. 그러다 한남동 순천향대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가보니 거기서도 동생은 없었고, 서초경찰서에서 연락이 와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수습을 막았고 새벽에 아산으로 왔다가 오후에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경찰과 실랑이 끝에 30일 오후 5시 20분 경에 아산으로 올 수 있었다.

"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눈물 흘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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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6일 오후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 공간은 추모객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 지자체에선 제대로 지원을 해줬다고 보는가?

장례식장엔 시장·시의원 등이 찾아왔었다. 처음 왔을 땐 마치 원하는 걸 다해줄 것처럼 말했지만 그때뿐이다.

동생을 데리고 오니 아산시 전담 공무원이 와서 장례식 비용 등을 물었다. 이 공무원은 장례 후 한동안 계속 연락해왔다. 장례는 거의 누나가 맡았고, 이 같은 상황을 전담 공무원에 말하면서 불편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이 공무원은 이후론 연락을 끊었다.

장례절차를 밟는데 아산시에선 서류를 제출하면 장례비 등을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해왔고, 절차대로 하자 입금했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게 다였다. 모든 절차를 일사천리로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 이태원에 시민분향소가 마련됐지만, 그 앞에 보수단체가 시위를 벌이며 유가족을 폄훼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2차 가해가 심하다.

자식 잃은 부모나 동생 잃은 가족들은 이번 일을 참사로 여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놀러가서 사고 당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언론사와 ‘다음' ‘네이버' 등 포털이 참사를 보도하는 기사에 악성 댓글이 달리지 않도록 댓글을 차단했지만 안보일 수 없더라. 안보고 싶어도 보게 된다.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렸음에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에 속상하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도 이 말은 하고 싶다. 2차 가해에 앞장서는 분들은 자식이 없을까? 어쨌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고, 그렇게 폄훼한다고 해서 유가족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 개신교계도 진상규명 운동에 연대를 약속하고 나섰다. 혹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해달라.

많은 이들에게 동생을 기억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모두 다 슬퍼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나 혼자 슬퍼해도 충분하다.

다만, ‘놀러가서 사고 당했다'는 식으로 기억하지 않기를, 그 일을 참사로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부는 그저 참사를 묻으려고만 한다. 이게 말이 될까? 적어도 책임 있는 지위에 있으면 잘못한 건 인정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미래 세대가 정부의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고 무얼 보고 배우겠는가? 적어도 책임 있는 지위의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는 그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교회가 유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참사 100일이 다가오는데 159명의 친구들을 위해 기도해주고 함께 슬퍼해 주었으면 한다. "이태원은 사고가 아니라 참사입니다",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 달라.

-. 끝으로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생이 너무 보고 싶다. 동생을 구급차로 데리고 올 때 ‘내가 옆에서 끝까지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동생, 그리고 모든 참사희생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근영아, 그리고 희생자 여러분 우리가 진실을 밝혔어요!"라고.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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