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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혁의 통합의학 3] "I am What I eat."

한재혁 목사(TLC 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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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한재혁 목사(TLC 클리닉 원장)

기능의학(functional medicine)은 영양요법과 생활요법을 통해 혈액과 세포의 기능(function)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게 하는 의학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세포의 기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대표적으로 느끼는 증상이 '만성 피로'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은 생활하면서 생기는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해독과 면역 기능'을 들 수 있다.

음식으로 들어오는 독소나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는 주로 간세포에서 해독을 한다. 또한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하루 3천개에서 5천개 정도의 암세포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일찍 자고 숙면을 취하면 이것을 제거하는 NK(Natural Killer) 세포가 나와 암세포를 잡아먹기 때문에 모두가 암으로 진행되지는 않는 것이다.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세포 안에는 에너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화폐가 있어야 편리하듯이, 미토콘드리아 내에서 에너지 화폐인 ATP(adenosine triphosphate)가 잘 만들어져야 대사활동이 원활히 일어나게 된다. ATP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은 TCA(Tricarboxylic Acid)회로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회로의 출발물질에서 딴 시트르산 회로(Citric acid cycle)라 하기도 하고, 발견자인 한스 크렙스의 이름을 따서 크렙스 회로(Krebs cycle)라 부르기도 한다.

한편 음식으로 섭취하는 영양소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3대 영양소인 칼로리(열량영양소)이고, 다른 하나는 양은 적지만 TCA회로가 잘 돌아가는데 꼭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효소 등의 미량영양소이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먹게 되면 TCA 회로를 통한 대사를 거쳐 미량영양소의 도움을 받아 최종산물 에너지인 ATP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몸이 피곤하고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제 등의 미량영양소를 먹거나 병원에서 수액으로 보충하게 되면, TCA 회로가 잘 돌아가고 ATP가 생성되니 몸 상태가 가벼워지고 힘이 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과도한 칼로리와 부족한 미량영양소의 불균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열량은 많은데 영양은 부족한 '풍요 속의 빈곤'인 것이다. '영양실조'라는 말을 떠올린다면 뚱뚱한 사람이 기운 없이 처져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더 정확하다. 만성피로가 있는 현대인의 영양실조는 열량 부족이 아닌 영양 부족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열량과 영양은 다르다.

열량은 과다하고 영양은 부족하니 TCA 회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먹은 음식은 축적되어 비만 살이 되는 것이고, 에너지인 ATP가 만들어지지 않으니 피로감은 점점 늘어가게 된다. 역으로 우리에게 부족한 미량영양소를 충분히 먹으면 내장 비만도 차츰 줄어들고 ATP가 잘 나오니 힘이 생겨서 만성피로도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왜 현대인들은 예전에 비해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영양은 턱없이 모자라고, 열량은 터무니 없이 높은 음식을 먹는 '풍요속의 빈곤'을 살게 된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농작물의 대량 생산 때문이다.

예전보다 10-20배 가량 미량영양소가 부족해진 이유는 10-20배 정도 대량 생산을 했기 때문이다. 한정된 토지 내에서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변형) 옥수수를 이용한 농작물의 대량 생산, 화학비료의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으로, 모든 음식물이 예전보다 칼로리는 높으면서도 미량영양소는 턱없이 부족해졌다. 풀을 먹어야 하는 소에게도 남아도는 GMO 옥수수 사료를 먹인다. 좋은 음식 보다는 많은 음식을 생산하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농장이 아니라 공장으로 변해버린 현실 속에서 소, 돼지, 닭 등은 고통을 받으며 집단사육을 당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즐겨 먹는 각종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 역시 열량은 높으나 영양은 적다. 코로나19 이후 유행하게 된 배달음식, 가정간편식도 마찬가지이다. 좀 더 맛있게, 좀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야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음식에는 미각을 자극하는 각종 향료와 조미료, 유화제, 산도조절제, 연화제, 팽창제, 응고제 등이 들어가게 된다. 이런 감미료와 식품첨가물, 방부제 등의 화학물질을 간에서 해독하는 데에도 많은 미량영양소가 소모되다 보니 계속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고혈압 약, 고지혈증 약, 위염 약 등 병원에서 장기 처방하는 모든 약들은 그렇지 않아도 부족해진 미량영양소의 고갈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대표적인 예로 고지혈증 약은 우리 몸속 항산화제인 코큐텐(Coenzyme Q10)을 고갈시킨다. 그러니 이런 약들을 평생 먹다보면 내 몸의 대사 기능은 점점 더 악화되면서 다른 새로운 질병들이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

만성피로나 대사의 불균형 현상이 지속될 때 우리 몸에는 '대사증후군'이나 '암'이라는 무서운 질병이 찾아오게 된다. 만약 평소에도 피로감이 쉽게 없어지지 않거나 계속 쌓일 경우, 또는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의 대사증후군 약을 장기복용하고 있다면, 기능의학 진료를 함께 병행 할 것을 권유한다.

필자도 진료실에서 면역능력이나 영양이 떨어진 환자들에게 영양제 수액을 처방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주사보다는 먹는 영양제를 드시게 한다. 영양제 수액은 탈수가 심한 환자들에게는 빠른 효과를 보이지만, 습관적으로 자주 맞게 되면 효과가 떨어진다. 게다가 요즘은 수액치료로 병원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곳도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영양주사를 권유하는 곳은 곤란하다.

소변유기산 검사를 하면 자신에게 부족한 미량 원소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 결과에 맞추어 부족한 영양소를 3개월 정도 열심히 복용하면 좋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모두 새롭게 바뀌는 기간이 90일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은 공장에서 만든 인공영양제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공장영양제 역시 줄이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 3개월 이후에는 영양제도 서서히 줄이거나 꼭 필요할 때만 복용하게 하고, 가급적이면 천연 영양소인 음식이나 허브, 한방제로 점점 바꾸어 나가게 한다.

결국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먹는 것이 곧 내가 되는 것이다.

"I am What I eat."(내가 먹은 것이 바로 나다)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이자,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성경에는 우리 몸은 거룩한 성전이라고 나온다.(고전 6:19) 우리 몸이 거룩한 성전임을 안다면 우리 몸에는 이에 합당한 좋은 음식을 넣어야 할 것이다. 영혼 구원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몸을 소홀히 할 수 있고, 몸이 성스러운 장소라는 사실을 잊게 되면 탐심이 생기고 식욕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누가 12:15)

현대인들은 맛있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가공식품, 집단 사육된 육류 등을 마음껏 먹으면서 몸을 상하게 하고 있다. 만성질환의 90%는 잘못된 식생활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식이나 채식을 병행하지 않고서 암 환자가 완치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노아의 홍수 이후 하나님은 육식을 조건부 허용하셨지만(창 9:3), 집단 사육 당하는 동물을 먹으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피째 먹지 말라"는 구절을 문자적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 당시 사람들은 피에 생명이 흐른다고 생각했다. 이 구절의 진짜 의미는 생명을 경시하지 말고 존중하라는 뜻이고, 생명이 붙어 있는 동물을 함부로 학대하지 말라는 뜻이다.(창 9:4)

그런데 요즘 우리 식탁위에 올라오는 공장식 축산 먹거리는 생명의 산물이 아니라 죽음과 고통, 자본주의라는 탐욕의 산물 덩어리이다. 도축장 벽이 유리라면 우리는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었을 것이다. 도축장으로 끌려간 동물이 잔인하게 죽는 모습을 본 사람은 차마 육식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인간의 음식으로 쓰이기 위해 매일 5억 마리의 동물이 죽어나간다.

사실 하나님은 타락 전 인류에게는 채식을 적극 권유하셨다.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거리가 되리라, 모든 짐승과 새와 땅에 기는 모든 것에게는 푸른 풀을 먹을거리로 주노라."(창 1:29-30)

천지창조 직후에 하나님은 인간에게 채소와 과실, 동물에게는 푸른 풀을 먹으라는 명령을 하셨다. 그러므로 가공식품이 아닌 자연식을 먹는 것이 좋다. 육식보다는 채식이 좋고 채식보다는 소식이 더 좋다. 음식을 약처럼 먹지 않으면 이다음에 약을 음식처럼 먹게 된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다. 우리 몸이 거룩한 성전임을 깨닫는 것은, 나의 마음이 거룩한 하나님의 성품과 닮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요한1서 4:8)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수록, 우리의 마음은 보다 더 하나님의 마음과 가까워진다. 가공식품이나 공장식 축산 음식을 멀리할수록, 우리의 몸과 마음은 더욱 건강하게 될 것이다.

※성경에는 "마음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한다(잠언 17:22)"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은 마음(心)에서 시작된 근심이 기와 혈을 거쳐 물질(精)의 세계에서 뼈를 마르게 한다는 뜻이다. 글쓴이는 사람이 마음부터 몸까지 모두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는 심기혈정 존재라는 인식으로 통합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의사이자 목회자다. 30년 이상 진료실에서 현대의학을 펼쳐온 그는 현대의학의 장, 단점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의 전인적인 치유는 몸뿐 아니라 마음 치료가 병행될 때 비로소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글쓴이는 연세대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차의과학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을 나왔다. 연세대 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와 종교철학을 수학했고 현재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의료고문/목사, 한국 NLP 최면교육협회 부회장, 한마음 자연치유 상담센터/ 연세바른의원/ TLC 클리닉 원장으로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외래교수이기도 하다. 통합의학에 관한 글 총 7편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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