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세 감소가 동반하는 재정 이슈가 교단 협의체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교회 성장에 치중한 복음주의 진영 보다 사회적 책임에 더 큰 관심을 두고 활동해 왔던 이른바 에큐메니칼 운동 진영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영향력 감소를 꼽을 수 있다. 올해 100주년을 맞는 NCCK는 시험대에 올랐다. 쇠퇴하고 있는 에큐메니칼 운동을 다시금 활성화 시키고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본지는 신년을 앞두고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신승민 원장을 만났다.
종로 5가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자리에서 신 원장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그는 급격하게 쇠퇴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해 "아직 바닥을 찍지 못했다. 바닥을 찍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에큐메니칼 운동이 바닥을 찍고 에큐메니칼 운동의 장례를 치를 때야 비로소 에큐메니칼 운동의 진정한 부활이 있을 것"이라며 에큐메니칼 운동의 현실 진단과 그 활성화와 관련된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먼저 신 원장은 NCCK를 중심으로 한 에큐메니칼 운동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NCCK 실무를 책임지는 스태프의 빈곤 문제를 들었다. 일각에서는 NCCK의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사업 외에 다른 사업은 축소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신 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은 인력을 축소 개편하는 구조조정을 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인재를 확충해 주요 스태프들의 업무를 분산시켜 국장급에 해당하는 스태프들의 업무 효율성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면서도 국장급 스태프들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신 원장은 NCCK 대구인권위원회 사무국장, NCCK 국제위원회, 화해통일위원회 국장 등을 두루 역임하며 탄탄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기사연 원장에 취임한 바 있다. 그는 "국장급 스태프들이 너무 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에큐메니칼 운동의 인재 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 원장은 "주요 스태프들이 스태프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자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자리로 옮겨가는 에큐메니칼 인재 순환이 이뤄져야 에큐메니칼 운동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큐메니칼 진영의 스태프들 중에 고인물이 많다고 지적한 그는 동시에 스태프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충에 대해서도 부연했다.
신 원장은 "스태프들이 과감하게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떠났을 때 일할 수 있는 다른 자리를 찾지 못해서다"라며 에큐메니칼 운동의 쇠퇴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어 인재 양성에 실패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큐메니칼 진영의 일부 리더들이 생명, 평화, 정의라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가치와 이념을 구현하는 일보다 돈과 권력에 관계된 자리 싸움에 연연하고 있다며 이러한 구태를 벗지 않는다면 에큐메니칼 운동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도 토로했다. 아울러 이들 리더들이 교단의 정치적 이해 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에큐메니칼 사회 선교 사업에 더 관심을 갖고 실무진들의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큐메니칼 운동 진영의 보수화로 인해 예언자적 목소리가 위축될 것도 우려했다. 교단 협의체인 NCCK 내 금력을 바탕으로 보수적 성향의 교단 입김이 강화되고 그 교단의 눈치를 살피는 구조가 고착될 때 NCCK 본연의 목소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NCCK 직전 총무가 특정 교단의 입김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사퇴하는 일이 발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 원장은 마지막으로 오늘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현주소를 가리켜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데 아직 바닥을 찍지 못했다"며 "에큐메니칼 운동이 바닥을 찍고 장례를 치를 때 비로소 그 운동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많은 분들이 장례식장을 찾아 조의를 표할 것이다. 그 자리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이 다시 새롭게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죽음 이후에 부활이 있듯이 에큐메니칼 운동이 죽고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