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가 7일 '목사 수준론'이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그는 1년 전에 쓴 글이지만 "지금도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한다"며 해당글을 소개했다.
이 글에서 그는 "물과 기름 같이 날카롭게 양단할 수 없지만 그런 수준의 차이란 게 있긴 있다고 인정한다"며 "인간은 하나님 앞에 두루 평등하지만 그 평등한 존재가 무엇을 어떻게 배워 자신의 인격과 삶을 갈무리해나가느냐에 따라 도토리 키재기일망정 질적 양적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없고, 그 도토리 키 차이의 사소한 수준은 나름대로 의미심장하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이어 목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차 교수는 "인격, 신앙적 순도와 열정, 지성과 영성, 시대와 역사를 읽는 분별력, 공동체를 향한 헌신과 책임감, 그밖에 영혼의 파수꾼으로서 요청되는 다양한 성서의 미덕들...이런 걸 기준으로 수준 높은 목사, 수준이 떨어지는 목사, 아주 수준 이하의 목사 등등 여러 등급을 매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문제시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수준이 갈려 그 수준이 높은 목사들은 대개 서울, 수도권을 떠나지 않고 그들이 부른 찬송대로 "아골 골짝 빈들"과 "소돔 같은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며 "여기 저기 커리어 쌓는 젊은 시절, 선교사 경험과 미자립교회, 개척교회 등의 경력을 거치더라도 안정된 실력과 수준을 갖춘 뒤에는 대체로 서울,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중산층 위주 안정된 교회, 대형교회, 깔끔하고 자기 수준에 걸맞는 사람들 들끓는 곳으로 그 수준 높은 목사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물질적이든 상징적이든 수준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수준 높다는 목사들이 수도권에 몰려들자 농어촌 시골교회, 미자립교회, 후미진 골목교회, 경제적 인프라가 절대로 열악한 제3세계 목회는"텅텅 비어가고 있다"며 "내가 지난 27년간 가르쳐 배출한 목사들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 또는 상당수가 이런 곳으로 가서 구질구질한 목회적 선교적 삶을 이어간다"고 했다.
이에 차 교수는 "나는 물론 인간적으로 이런 현실이 안타깝고, 가급적 내 제자 목사들도 수준 높은 교회, 서울 수도권의 번듯한 교회에서 부목사, 담임목사 하면서 폼나게 목회하길 원하고 기대하며, 기회 되면 로비도 해보지만 별로 실효는 못 거두었다"며 "워낙 수준 높은 목사들의 기득권 카르텔과 정치적인 장막이 막강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그러나 "이렇게 힘이 세고 잘난 목사들, 세련된 화법과 신학적 수준을 탄탄히 갖춘 목사들과 똑똑하지 못하고 설교시 말 주변도 시원찮은, 그렇다고 사람들 끌어모으는 무슨 중뿔난 은사도 갖추지 못한 그저그런 수준 낮은 목사들이 교회와 세상에 끼치는 기여도와 해악이 있다면 양쪽이 비등비등하거나 오히려 전자가 후자보다 더 심하게 열악한 수준일 거라는 심증이 있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이런 목사의 수준과 그걸 판별하는 기준, 보이는 외적인 현상이란 빙산의 일각보다 더 광대한 보이지 않는 속내의 빙산 덩어리를 기준으로 본다면 종말론적 맥락, 영원한 하나님의 심연에서 이런 목사의 수준이란 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를 거라는 잠정적인 판단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