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 김은혜 교수(실천신학)가 「신학과 실천」 최신호(2024년 2월)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구 신학의 형성을 위해 물질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성찰을 시도한 논문을 발표했다.
'물질(Matter)과 물질화(Materialization)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기독교 윤리적 의의'란 제목의 연구논문에서 김 교수는 "생태적 전환의 시대에 물질의 새로운 이해는 기독교가 물질을 배제하고 높은 곳을 향한 내세 지향적 신앙을 추구하는 한 인류의 공유지인 지구를 돌보아야 하는 책임에서 멀어지는 현실에 대한 반성으로 이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배경에 존재하는 타락한 세계라는 신학적 관념으로 기후 위기에 소극적으로 응답하는 한국교회의 변화를 위해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과정은 오랫동안 물질을 그저 죽어있는 대상으로 바라본 신학적 관점과 더 나아가 물질을 영혼과 대립하거나 이차적인 대상으로 사유해 온 신학 전통이 가져온 기후 위기에 대한 무감각성과 지구 파괴적 결과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의 비판이다"라고 강조했다.
물질에 대한 신학적 반성의 필요성을 주장한 그는 "물질과 인간과의 관계의 존재-인식론적 전환을 시도함으로 여전히 각각 분리된 채 사유하는 인간과 물질과의 이원론을 물질화의 과정으로 재인식하여 지구 신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함이다"라고 연구의 동기를 밝혔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이제 한국교회는 물질 배제의 신학 전통이 가져온 심각한 현실을 통감하며 동시에 팬데믹 이후 새롭게 제기되는 물질에 관한 신학적 재구성을 수행함으로 신음하는 피조 세계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강조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인간과 물질의 이원론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물질화를 강조한 그는 "물질화에 천착한 새로운 지구 신학은 물질의 고유한 행위성과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론적 관계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지구가 인류의 공유지임과 인류는 지구공동체의 일원임을 공유하며 생태적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최근의 생태신학은 낡은 유물론에 대한 비판으로서 영혼중심주의로의 회기가 아니라 '신물질주의'의 등장을 주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질은 정신이 위대한 만큼 위대하며 이 우주는 물질을 통해 정신이라는 '물질을 이해하는 토대'를 비로소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대해 김 교수는 "고대 유물론에서부터 근대 유물론에 이르기까지 견지되었던 '물질-수동성 대 인간-능동성'이라는 이분법과 분할을 넘어선다"며 "하나님께서 흙으로 사람을 만드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 넣으신 과정에서도 물질을 배제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생태학적 담론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응답으로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는 개념은 지구와 더불어 땅, 영토와 같은 공간을 구성하는 개념들이다"라며 "특히 이미 생태신학자, 맥페이그 통해 '하나님의 몸'으로서의 지구 개념을 가지고 생태신학적으로 중요한 전환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나님의 몸'으로서의 지구 개념은 범신론 혐의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그는 "범신론적 경향성에 대한 지속적인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끈질기게 몸의 개념을 강조했던 것은 인간의 영혼과 신체의 뿌리 깊은 이원론적인 전통과 인간 정신의 우위성에 기초한 인간 예외주의의 파괴성을 폭로하는 데 기여하고 물질적 구체화(mattering)로서 지구가 신적인 임재의 장소로 바라보게 하는 것에 기여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자신이 지구 신학의 한 모델로 제시하는 '만물 신학(theology of things)'에 대해 "그리스도가 하나의 지구 위에 우리와 함께 계실 뿐 아니라 이 지구공동체의 일원이 되신 성육신의 신비를 다시 되새기며 만물과 공생하는 길을 모색한다"고 전했다.
만물 신학의 성서적 근거로 바울 서신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골로새서 1장 16절은 그리스도가 만물의 주체임을 말하고 17절은 더 나아가 만물과 그리스도의 관계를 완성시킨다"며 "이러한 관점은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all things)은 인간과 더불어 신적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을 드러내는 매개자로서 가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지구 신학에 대해 "하나님의 구원과 화해의 서사를 인간, 비인간, 자연, 그리고 물질 환경 등으로까지 확장할 뿐만 아니라 모든 만물은 어떤 고정된 본질을 지닌 것이 아니라 행위 주체들 사이의 관계들 속에서 창발하는 것이라는 과정적이고 관계적 존재론(relational ontology) 위에 터하고 있다"며 "그리스도인들은 지구가 인류의 공유지임을 그리고 인류는 지구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러한 물질에 대한 전환기적 사유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인간과 만물의 화해와 공존을 지향하는 생태적 삶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라고 김 교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