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의사는 환자 옆에 머물러야 한다며 악 쓰지 마세요"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21일 페이스북에 의료대란 관련 글 게시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의료대란과 심리적 아이러니'란 제목의 글에서 삶의 단순성을 예찬한 예수의 어록을 인용해 "의사는 환자 옆에 머물러야 한다"며 악을 쓰는 형국을 가리켜 "어린아이의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천국은 어린아이의 것이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의료대란에 잘못 적용한 병폐임을 지적한 그는 작금의 현실에서는 "생각하는 지혜에서는 어린아이가 되지 말라"는 사도 바울 선생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차 교수는 "무식하면 용감하단 말, 일리 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 채 설쳐대는 언행, 무모하고 위험하다. 특히 영혼을 담당하는 목사나 지식인 타이틀 걸고 행세 깨나 하는 사람이 그러면 더욱 더 해롭다"고 일갈했다.

특히 "부분적으로 알고 담대하게 외치는 건 전혀 모르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우리 사회에 훨씬 더 해롭다. 그래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에게 둘까지 알려주려 하면 바득바득 대들고 화를 내다가 이미 가진 하나까지 유명무실해지곤 하는데 그게 인간 심리의 아이러니다"라고 했다.

차 교수는 그러면서 "누구나 계몽하는 건 좋아하지만 계몽당하는 건 싫어하기 때문이다"라며 "그 싫음을 무릅쓰고 겸손한 자세로 되묻고 공손하게 응대할 줄 아는 사람은 인성이 좋고 꾸준한 자기성찰과 함께 정신수행을 해온 덕에 자아가 건강한 사람이다"라고 했다.

정부의 의료 정책이 2차 방정식 수준이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그는 "의대생 2천명 늘려 지방의대에 82% 배정하면 자연스레 비인기 필수 전공자가 늘고 지방 의사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믿음은 2차방정식에 기초한다"며 "지방의대 졸업해 의사가 될 사람들은 지방 병원에서 반드시 근무해야 한다는 반헌법적 법을 만들어놓지 않는 한(불가능하다!) 수도권의 의사/환자 빨대 증상은 더욱 더 심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비인기 필수전공과에 수가 증액 찔끔 해줘도 전공별로 워낙 의사들 사이 빈부격차가 심하여 인기전공으로의 쏠림 현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으며 "중급 규모의 병의원, 소규모 동네병원 등 간의 다양한 먹이사슬의 생태계도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건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고차방정식의 난이도 높은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차 교수는 이어 "나는 1년 365일 대부분 병원에 갇혀 죽어라 일하면서 돈은 비교적 많이 벌지만 일상의 향유 여유가 턱없이 부족한 의사들을 좀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라며 "다만 난마처럼 얽힌 고차방정식의 복잡다단한 사안에 핀셋정책으로 정교하게 대안을 연구해 주도면밀하게 시행하지 못하고 맷돼지 돌진하듯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정치적 잔머리와 이에 부화뇌동하는 단순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의사는 천직이니 히포크라테스 선서대로 생명을 최우선으로 무조건 환자 옆에 머물러야 한다고 외치며 악을 써대는 건 어린아이 수준의 생각이다"라며 "그들이 15년 걸쳐 고생 많이 해서 전문의사 되기까지 보태준 게 하나도 없으면서 말이다. 그것 이상을 생각하는 장성한 사람이 되어야 우리는 말과 생각과 지혜에 어린아이 티를 벗고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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