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송태근 목사 "한국교회, 과열·과잉·과장 '3과(過)'란 거품을 걷어내야"

[이웃과 더불어 사는 교회]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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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삼일교회 제공)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가 미얀마에서 난민 선교 활동 중 아이를 돌보는 모습.

삼일교회는 올해 6대 담임목사를 위한 청빙위원회를 꾸렸다. 12년여 전 부임한 5대 담임 송태근 목사의 임기 만료가 2년 6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둔 목회자로서 아름다운 랜딩을 준비하고 있는 송태근 목사를 만났다.

송 목사는 인터뷰에서 미셔널 처치로서의 가치관이 바로 서지 않은 한국교회가 과열, 과잉, 과장이란 '3과(過)'에 빠졌는데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그 '3과'에 해당하는 거품을 제거하는 소중한 기회를 주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3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으로 "미셔널 처치를 'doing church'로 오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코로나 이후 교회에 던져야 할 진정한 질문은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존재론적 물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교회에 대한 존재 물음이 교회를 있게 하는 토양, 즉 기독교 문화 생태계로 눈을 돌리게 했다며 "개혁의 기치를 들었던 지난 목회의 세월들이 의미가 없지는 않았지만 뒤늦게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생태계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한 뒤 은퇴 직전까지 건강한 기독교 문화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밖에 선교 주체 전환의 필요성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과열, 과잉, 과장이라는 '3과'는 인간 주체중심적 사고의 선교 열정이 불러낸 것임을 확인한 송 목사는 "현장에 가면 하나님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진다. 하나님의 관심은 선명하다. 하나님은 이 시대 여자, 약자, 난민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가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담을 쌓을 때가 아니라 담을 넘어 이웃을 향해 손을 뻗는 하나님의 선교에 주목해야 하며 따라서 인간으로부터 하나님이 중심이 되는 선교 주체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Q. 삼일교회에 부임하신지 어느덧 12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 은퇴가 얼마 안 남으셨는데 목사님은 한국교회 부흥 성장기와 침체기를 한 몸으로 겪은 산 증인이시기도 합니다. 흥망성쇠의 역사의 굴레에서 교회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은데 오늘 이 시대 교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십니까?

어느덧 저도 2년 반 정도 남았습니다. 은퇴까지. 마지막 랜딩을 특별히 준비할 건 없고요. 자연의 이치처럼 시간이 되면은 물러가야 되는 것이고요. 물러갈 즈음에서 저절로 자연스럽게 제 안에 모아지는 생각은 저는 올해 벌써 청빙위원회를 꾸렸네요. 꾸렸고. 후계자, 후임자라는 말도 못 쓰게 했어요. 그게 사람이 만든 표현이긴 한데 그 말 자체가 좀 세속적인 냄새가 담겨있고 그래서 저는 그냥 제가 5대 목사니까 6대 목사 이렇게 네이밍을 했습니다. 모든 기도 제목에서도 사용하자고 했고요. 후계자니 후임자니 하는 것 자체가 전임자의 그늘을 자연스럽게 생각케 하는 뉘앙스가 나도 싫고 후임자도 그렇게 유쾌한 표현이 아니고 그래서 우리 당회에서 그렇게 결정을 했습니다. 저는 이 표현과 용어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출발을 했고 그래서 한 2년 반 남았습니다. 삼일교회 제가 혼란기에 부임해서 12년 섬기면서 겸양을 떠는 게 아니고 제가 삼일교회로부터 누리고 받은 은혜가 너무 크고 누리고 받은 것 뿐만 아니라 배운 게 너무 크고 인간에 대해 배웠고 또 목회에 대해서 다시 배웠습니다.

또 치열하게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기간이었다고 봐요. 그동안 코로나가 있었지 않나요? 그 기간 치열하게 본질적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 기간에는 교회가 뭔가? 참 진작에 물었어야 될 질문인데 그렇다면 교회가 뭐냐는 질문을 했을 때 자연스럽게 그게 재정의될 때 목회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많이들 코로나를 기독교, 또는 한국교회 위기로 걱정을 많이 하잖아요. 근데 저는 오히려 이게 정말 하나님의 너무너무 더없는 찬스다. 기회를 주신거다.

과거에 옥한흠 목사님이 삼허를 얘기했다면 그동안 한국교회는 과열, 과잉, 과장. 이걸 거품이라고 하죠. 이게 너무 우리들도 모르는 사이에 잔뜩 껴있었어요. 이거는 털어내고 싶어서 털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이 세계적인 전염병 사건 속에서, 사건도 아니죠. 이 어마어마한 세계사적 사건을 맞으면서 이때야말로 이 거품을 빼낼 수 있는 진짜 기회다. 그래서 그때 치열하게 우리 교역자들 공부를 좀 시켰어요.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주제를 정해서. 교회라는 게 진짜 뭘까? 더불어서 교회는 예배 공동체인데 참 예배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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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삼일교회 제공)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

온라인으로밖에는 마주할 수밖에 없는 너무 생경스러운 현실에서 그런 본질적인 질문을 해나가는 가운데 오히려 하나님께서 답을 선명하게 보여주시면서 한국교회는 선교를 많이 하는 교회를 선교적 교회라 아는데 잘못알고 있었구나. 우리 성도 한 사람 한 사람 자체가 존재론적인 선교를 해야 되는데 'doing'이라는 이 과잉, 거품, 과장, 과열된 너무 정신없이 한국교회가 각자 플레이를 하면서 내몰렸구나. 그래서 그걸 이제 우리가 보통 존재론적 선교. 선교를 많이 하는 교회가 미셔널 처치가 아니고 그 교회가 그 지역에 있어야 되는 이유. 또 성도가 성도로서 일상의 현장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되는가? 이게 진짜 미셔널 처치로서의 기초거든요.

삼위 하나님의 속성에서부터 그렇게 본질적인 질문을 해나가면서 또 하나 그러다보니까 그런 본질적인 질문을 아젠다를 끊임없이 생성해 내면서 근데 그게 다 설교에서 나오는 문제들이겠죠. 생성해 내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목사들이 강단에서 성경을 해석해서 설교하면 그게 다인 줄 알았는데 코로나라는 시기를 겪으면서 진짜 성경 해석을 현장에서 하나님이 보여주시더라고요.

저는 너무너무 소름끼치게 놀랬어요. 목사가 해석해 가지고 풀어내는 게 설교가 아니고 진짜 성경해석은 성도들이 말씀에 순종해서 살아내는 삶의 현장에서 성경이 진짜 해석이 되더라고요. 그걸 너무너무 경험하고 겪고 봤어요. 그리고 저희는 저희 교회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교회는 미셔널 처치로서 정확한 가치관을 재정의를 해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하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교회. 담 쌓고 게토화되는 그런 형태 때문에 한국교회가 시대의 빌런 역할을 그러니까 사건 터질때마다 그 한복판에는 직분자들의 이름이 나오고 교회가 안 끼어들어가는 경우가 없어요. 너무 그게 가슴 아프고 슬프죠.

 Q. 난민사역도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작년 8월에 제가 요즘 난민 사역을 좀...노숙자 사역 뿐만 아니라 난민을, 자꾸 하나님이 난민을 붙여 주세요. 그래서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난민들을 섬기다가 이 사람들이 또 거기도 발 붙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그리스로 넘어갔어요. 그래서 그리스에 있던 난민들을 계속 또 쫓아가서 섬기고 정기적으로 돌봐주고 그리스에 캠프촌이 있어요. 말이 캠프촌이죠. 또 하나의 감옥이에요. 그냥. 근데 거기서 정착하다가 이 사람들이 난민 지위를 얻게 되죠. 그리고 자기들이 살고 싶은 나라로 떠납니다. 그래서 제일 많이 가는 나라가 독일입니다.

이 분들이 한 오백여명이 독일로 가서 연락이 왔어요. 목사님 우리 여기 지금 나와서 일터 직장 잡고 살고 있는데 그리스 난민촌 옆에 숲 속에서 배우던, 함께 하던 집회 성경 말씀이 너무 목이 말라요. 정말 죄송하지만 여기까지 와 줄 수 있겠냐고. 한 팀 꾸려가지고 막 거기로 날아간 거에요. 유스호텔을 하나 통째로 빌려 가지고 성도들하고 저하고 이제 컨퍼런스를 열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얘기는 점심 시간에 거기 목사들하고 점심을 먹는데 나왔습니다. 독일이 하루에 난민을 최고로 많이 받을 때는 백만명 이상을 받아요. 독일은 지금 인구가 퍼센트지가 늘어났어요. 독일 목사가 물어요. '그럼 목사님. 문제가 일어날까요? 안 일어날까요?' 난민이라는 존재가 절박하고 절실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제가 기겁할 내용을 들었는데 이 난민 분들을 그 정도 규모면 시설을 만들어서 딱 캠프로 촌을 만든다고 난민촌을 만듭니다. 보통 나라들은요. 수많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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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삼일교회 제공)
▲삼일교회 선교팀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건너가 난민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그런데 그건 또 하나의 감옥이 된다. 메르켈 총리가 그러지 말고 우리도 거주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이 사람들도 살고 싶은 곳에 마음껏 살 수 있도록 뿌려라. 원하는데로요. 제일 많이 간 데가 프랑크푸르트에요. 그래서 제가 거길 갔던 거에요. 전국에 뿌렸어요. 그러면 당연히 문제가 일어나죠. 그런 처지에 던져진 사람들일텐데요. 그런데 더 놀랠 일이 인터넷에 방송에 신문에 줄 한 자 안난대요. 난민에 대한 사고 소식이 말이죠.

그러면 정말 사고가 없어서 그랬을까? 아니요. 당연히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얘기를 해요. 왜 안 싣는줄 압니까? 언론 통제를 하는 게 아닙니다. 언론 통제하면 큰일나죠. 그런 얘기를 해요. 이것이 독일 기독교 문화의 역량입니다. 저는 그 말에 딱 띵 하고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았어요. 역량이라는 게 사실 하루 아침에 축적된 힘이 아니잖아요. 생태계를 만든 거거든요.

그래서 제가 요즘 이제 2년 반 밖에 안 남았지만 꽂혀 있는 아젠다가 한국의 건강한 기독교 문화의 생태계. 여기에 지금 꽂혀 있습니다. 연구소도 조그마한 거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현장을 다니다 보면 하나님이 어디에 관심있는가 보여져요. 저희들에게 하나님의 관심은 여자, 약자, 난민. 이런 데 관심이 있으세요. 그걸 자꾸 보여주십니다.

저는 은퇴하기 전에 교회가 그런 쪽으로 계속 사역을 했으면 해요. 부임초기부터 요즘은 아 내가 주목해 오고 쫓아 다니는 일들이 헛 짓이 아니었구나. 하나님이 확인시켜 주시고 계속 보여주시니까 생태계를요. 교회 정치도 그렇고 총회 정치도 그렇고 생태계가 건강하면 비실비실 하던 애가 심겨져도 살아나요. 생태계가 더러우면 나무를, 아무리 건강한 나무를 들이 밀어도 금방 똑같은 놈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기독교가 자체가 생명인데 왜 더러운 생태계가 되었을까...

저도 젊을 때는 오만 개혁단체에 이름 들어가는 거 다 걸어보고 주창도 해보고 했는데 그게 의미없었다라는 말 보다는 아 진작 좀 이런 쪽에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좀 에너지를 쏟았으면...끝날 무렵에 눈에 들어오니까 답답한 노릇입니다. 그래 요즘 저는 제 다음 바톤 받을 6대 목사를 위해서 교회론적 가치관이 건강한 분이 오셔야 된다. 강단이 일단 건강해야 되고 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설교자가 좀 주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Q. 목사님은 노량진 목회 시절 지역의 고시생과 재수를 준비하는 청년들을 영육간에 섬김으로써 강남교회를 지역의 청년 사역 최대 거점으로 성장시킨 바 있습니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이웃을 섬기면서 부흥하는 교회를 몸소 실천하셨는데 삼일교회에서는 이런 목회 경험과 철학을 어떻게 구현시키셨는지 궁금합니다.

강남교회에서의 경험이라고 한다면 눈물겨운 청년들의 사정을 가까이서 살피고 돌볼 수 있었던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노량진이나 용산이나 할 것 없이 서울 안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을 말씀 안에서 성숙하도록 섬길 수 있을까가 그 때나 지금이나 큰 고민입니다.

Q. 목사님이 삼일교회에 부임하시기 전 교회에는 지역사회를 충격에 빠트리고 아픔을 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전임 목사와 관련된 일인데요. 이러한 어려움에 빠진 교회에 마치 구원 투수처럼 등판을 하게 된 것인데 당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며 지금은 교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부임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교회가 대내외적으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었습니다. 먼저는 성도들의 큰 상실감과 아픔을 보듬어 주는 것이 시급했습니다. 또한 교계나 사회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주었기에 빚진 마음을 가지고 하나씩 신뢰를 회복해 나갈 필요도 있었습니다. 큰 어려움을 겪은 공동체가 온전히 회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저는 아직도 우리가 회복의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삼일교회는 당시 아픔을 겪은 피해자를 충분히 위로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그들과 비슷한 사례를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충분히'라는 말은 피해자들에게 사용할 수 없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부족한 점이 많았으나 교회의 힘이 닿는 대로 피해자들을 돌보는데 애썼습니다. 또한 유사 사례를 예방할 수 있는 기관의 설립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Q. 피해자를 위한 구제 활동도 중요했지만 가해자에 대해 정의를 실현하는 활동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가해 목사인 전임 목사가 여전히 목회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목사님이 부임하시기 전의 일이지만 삼일교회는 전임 목사에게 정상적으로 전별금을 지급해 그의 개척 사역에 도움을 주었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이후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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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삼일교회 제공)
▲삼일교회 선교팀이 미얀마에서 난민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저희는 전임 목사의 행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또한 과거 일부 잘못된 결정에 대해서는 공개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합당한 처분을 위해 노회와 총회에 호소하였고, 교단 차원의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만족스런 결과가 도출되지는 못했다는 점은 못내 아쉽습니다.

Q. 아울러 그동안 지역사회의 신뢰를 다시 쌓아가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역사회에 아픔을 주었던 공동체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공동체로 다시 서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요?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수모를 당하는 시간을 어떻게 견뎌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성도들이 그 시간을 잘 버티고 참아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노력보다는 교회가 그러한 인내 속에서 진정성 있게 맡겨진 사명을 감당할 때 오해도 풀리고 잃어버린 신뢰도 다시 회복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Q. 특히 목사님은 한국교회 대표적인 강해 설교가 중 한 분으로 손꼽히십니다. 성도들에게 건강한 영의 양식을 제공했던 점이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는 기초 다지기 과정이었다고 보는데요. 거짓 예언자와 교사 그리고 이단이 준동하는 현실 속에서 이를 분별하지 못하고 유사 복음에 현혹되는 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신자들이 영적인 분별력을 가지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건전한 신학을 가진 건전한 교회에서 영적인 지도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유튜브 같은 미디어들을 통해서 성경에 관한 내용을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익한 것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영적인 건강을 그런 매체에 맡기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닙니다. 건강한 지역 교회에 출석하셔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신앙생활을 잘 해나가셨으면 합니다.

Q. 목사님은 지역사회에서의 교회의 기능을 무엇이라고 정의하십니까? 선교 지향적인 교회의 문제점 중 하나는 말씀과 성도 간의 교제에 치중한 나머지 이웃에 대한 봉사의 손길을 후순위로 삼고 멀리함으로써 게토화된다는 데 있습니다.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은 그 자체로 본질이어야 하는데 이런 교회에서는 봉사가 비본질적이고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되기 십상입니다. 삼일교회는 어떻습니까?

선교는 삼위 하나님의 사랑의 확장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이미 사랑을 받은 존재로서 그 사랑을 전하고 나누기 위해 이 땅에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교회 안에서의 사랑의 교제는 반드시 이웃 사랑으로 열매 맺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삼일교회는 선교적 교회로서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고 흘려보내는 존재로 지역에 뿌리내리고자 하는 열망이 있습니다.

Q. 오늘날 한국교회는 이웃을 잘 섬기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여전히 이웃에게 걱정을 끼치는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섬기는 교회 공동체들이 많지만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합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대안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고 삼일교회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물론 교회에 책임이 많습니다. 지적하신대로 교회가 게토화 되어서 우리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반기독교적인 흐름이 형성되어 있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대중매체에서 교회와 교인들이 빌런으로 묘사되는 것이 이제는 정도가 지나친 형국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교회만큼 많은 구제와 봉사를 하는 사회 기관도 드문데도 말입니다. 어쨌든 교회가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자성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특히 교회가 세상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상이 적대적이라고 하더라도 더 세상의 어둡고 소외된 영역을 향해 교회가 감당할 일들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삼일교회는 현재 섬김의 손길을 교회 안팎으로 뻗어 지역사회 내 선한 이웃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특수 사역을 통해 열매를 맺고 있다고 하는데 교회의 크고 작은 사랑의 실천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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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삼일교회 제공)
▲삼일교회 선교팀이 노숙인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실 서울역 노숙인 사역은 교회가 전략과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낸 사역이 아닙니다. 성도님들 몇 분의 자발적인 봉사가 있었고,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노숙인분들이나 주위의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교회 식당을 찾아오시면서 사역이 확대된 형태입니다. 그 후에 함께 예배하고 성경을 읽는 모임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분들에게 다른 것보다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던 차에 선의를 가지고 함께 하신 분들이 있어서 커피 기술을 배우실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었고, 교회가 이분들이 일하실 수 있는 커피 점을 내게 되었습니다.

Q. 지역사회의 또 다른 이웃인 이웃교회를 섬기는 사역도 꾸준히 실천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삼일교회 성도들 중에는 지역의 이웃교회에서 주일학교 선생으로 봉사하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개교회 이기주의를 극복한 교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인데요. 이러한 사역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진행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삼일교회는 오랜 기간 수도권 지역의 작은 규모의 교회들을 실질적으로 섬기는 사역을 해왔습니다. 여름과 겨울에 성경학교를 여는 사역 외에도 주일에도 연계 교회에서 여러 봉사를 감당하는 성도님들이 있어 왔습니다. 특히 그런 주일 사역은 성도님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모델 제시 이런 표현은 너무 거창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삼일교회의 대부분의 사역들은 성도님들의 자발적인 동기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담임목사로서 감사할 따름이고, 오히려 제가 보지 못해 왔던 부분들을 많이 배우게 됩니다.

Q. 삼일교회를 건강한 교회 공동체로 세우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오셨는데 이제 몇 년 뒤 은퇴를 앞두고 계십니다. 불꽃 같은, 그간의 목회 사역 중 가장 보람되고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는지 나눠 주십시오.

순간 순간이 은혜일 뿐입니다. 허물이 많고 연약한 종이 어쩌다 이 귀한 교회 종으로 쓰여진것만 해도 천천만만 감사일 뿐입니다. 저의 존재가 감사뿐입니다.

Q. 마지막으로 '이웃과 더불어 사는 교회' 캠페인에 참여해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일에 함께하는 <베리타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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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삼일교회 제공)
▲삼일교회 선교팀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건너가 난민 선교 활동 중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한국사회가 급속도로 성장해 온 이면에 소외된 사람들과 영역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교회도 성장가도를 달리다보니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무심코 지나쳐 온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교회가 성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놓쳐온 사람들, 지나쳐 온 영역들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시고 새로운 마음을 주시도록 기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건강한 교회를 꿈꿀 때 하나님께서 은혜 주실 줄 믿습니다. 끝.

우리는 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 핵심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종교적으로 왜곡된 사랑은 배타성과 당파성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신자는 사랑하지만 불신자는 미워합니다. 이러한 당파적 시각에서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은 지옥 불이 활활 타오르게 하는 땔감에 지나지 않습니다. 너와 나를 구분하고 사랑해야 할 이웃을 배제하는 이러한 경계 짓기가 심화되면 게토화 현상이 발생합니다. 게토화 현상은 지역사회에서 교회가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 하지 못하게 하며 이기적인 종교 집단으로 비춰지게 합니다. 이는 신앙과 사랑의 일치를 보여준 예수의 정신에도 위배됩니다. 예수께서는 경계를 허물고 죄인들과 더불어 먹고 마시면서 그들과 삶을 나누는 복음을, 사랑을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본 기획은 예수의 정신을 좇아 경계를 넘어서 이웃을 향해 섬김의 손길을 뻗치는, 작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교회를 소개합니다. 지역사회 내 건강한 교회 공동체 세우기 운동의 일환입니다. 인터뷰 및 제보 문의) jhkim@veritas.kr - 편집자주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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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화와 신성화라는 이중의 덫에 걸린 한국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최영 목사가 기장 회보 최신호에 실은 글에서 기장이 발표한 제7문서의 내용 중 교회론, 이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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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외면하고 지상의 순례길 통과할 수 없어"

3월 NCCK '사건과 신학'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4월의 꽃, 총선'이란 주제를 다뤘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선거 참여와 정치 참여'란 제목의 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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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형상은 인간우월주의로 전환될 수 없어"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기후위기 시대의 신학적 인간 이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박 교수의 창조신학을 엿볼 수 있는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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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가 물질 배제하고 내세만 추구해선 안돼"

장신대 김은혜 교수(실천신학)가 「신학과 실천」 최신호(2024년 2월)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구 신학의 형성을 위해 물질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