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창조와 진화는 양립불가한 모순 관계 아냐"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 23일 페이스북에서 밝혀

parkyoungsik
(Photo : ⓒ베리타스)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

창조과학을 비판하고 유신진화론을 수용하는 입장으로 인해 징계 위계에 처한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창조와 진화가 양자택일의 관계에 놓여 있지 않음을 다시금 강조하며 창조신학에 대한 몰이해를 경계했다.

교단지에 실리는 기고문 등을 통해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유신진화론 비판에 박 교수는 유신진화론에 대해 "창조와 진화의 양립 가능성을 수용하는 기독교 창조신앙의 입장이라고 정리해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창조과학은 창조와 진화를 양자택일, 즉 모순과 대립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런 생각은 창조를 진화와 동등한 수준에서 보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성결교회는 신유와 의료행위를 동등한 수준에 놓거나 양자택일의 관계로 보지 않는다"며 "양자는 동등한 수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성결교회는 신유를 앞세워 의료행위를 거부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하나님의 치유하심을 기도하면서도 인간적 측면에서 최선의 방식을 수용합니다. 마찬가지로 신학과 과학의 관계도 이와 같다"고 했다.

기고문에서 말한 대로 "창조와 진화의 양립 가능성을 타진한다고 해서 과학숭배주의에 빠지고 무로부터의 창조와 아담의 역사성,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과 부활 교리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박 교수는 창조와 진화의 양립 가능성을 주장한 사람들로 C.S. 루이스, 빌리 그래함, 앤터니 플루, 알리스터 맥그라스, 벤자민 워필드, 존 폴킹혼, 톰 라이트, 팀 켈러, 위르겐 몰트만,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등을 들었다.

박 교수는 "이들은 아우구스티누스를 비롯하여 많은 신학자가 이미 걸어갔던 신학적 사유의 길을 걷고자 한다"며 "즉, 신학과 과학, 계시와 이성의 관계를 단순히 양자택일의 관계가 아니라 전자의 입장에서 후자를 비판적으로 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아울러 "성결교회의 조직신학자, 이명직, 조종남, 전성용, 이신건, 황덕형, 김성원도 이러한 신학의 길을 걸어갔다"며 "기독교 신학은 무지와 배제, 혐오와 반지성의 길이 아니라 배움과 포용, 존중과 대화의 길을 걸음으로써 하나님의 진리를 보편적 진리로 드러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신대의 현 상황이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신학적 혼란'을 주고 있다는 말은 한편에선 옳다"며 "학교 내의 창조과학 사태를 숨기고자 신학에 정치적 외투를 입혀 왜곡과 선동을 일삼고 엉뚱한 논란을 일으키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밖에 오늘날 선교적 차원에서 과학과 신학의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박 교수는 "과학과 신학의 대화에서 창조는 진화와 동등한 수준에 두는 것도 아니며, 서로 교환가능한 개념도 아니다"라며 "창조는 진화로 인해 결코 부정될 수 없다. 신학이 이성과 비판적으로 대화하며 계시를 설명하고자 하듯이, 창조신학은 과학적 설명과 비판적 대화를 통해 하나님의 창조를 설명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창조와 진화를 양자택일적 모순 관계로 보는 창조과학의 입장에 대해서는 "이들은 성경을 과학책으로 읽고자 하며, 하나님의 창조를 과학과 동일한 수준에 놓고 생각하기에 과학과 성경을 이리저리 꿰맞추는 작업을 하게 된다"며 "그러다 보니 특정한 과학의 발견(예컨대, 빅뱅 이론이나 힉스 입자)에 흥분하기도 하고 열광하기도 한다. 하지만 창조와 진화, 신학과 과학을 동등한 수준에 놓게 되면, 되레 신앙을 반이성적, 반과학적인 것으로 오해할 위험성에 노출된다"고 우려했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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