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주의 이래 현대 사회는 서구 인본주의 사상을 중심으로 기독교를 공공영역에서 배제하면서 사사화시켜왔다. 우리나라도 포스트모더니즘을 위시한 서구 사상에 의해 2천년대를 기점으로 세속사회에 접어들면서 사회에 대한 교회의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공적 영역에서 교회의 역할을 찾는 공공신학이 논의가 최근까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특별계시와 일반계시를 관통하는 개념으로 청지기 담론을 재해석해 오순절주의 공공신학을 정립하는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김미영(한신대 외래교수)·신문철(한세대 교수) 박사가 공동으로 연구한 논문이 「신학과 실천」 최신호(5월호)에 발표된 것.
이들은 논문에서 공공신학 담론으로 청지기 사명의 재정립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생태계 파괴와 빈부격차라는 심각한 시민사회 문제 극복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생태계 파괴와 심각한 빈부격차는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국가 간의 주종적 이원론적 대립적 관계를 파생한다. 이러한 反성경적 관계는 기독교의 공공신학에 의해 이웃사랑의 관계로 변혁될 수 있다"며 "인간과 자연을 생명공동체로 재정립할 수 있는 문화명령의 청지기 사명이 인류 공동체에 창조 때부터 주어졌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웃사랑은 지배와 피지배의 권력 관계를 상호 협력적인 코이노니아와 디아코니아의 관점으로 전환할 수 있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다"라며 "그래서 생태계 파괴와 빈부격차의 갈등은 코이노니아의 진정성과 디아코니아의 헌신성이 교회 공동체의 문화로 가시화된다면 극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태계 파괴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신학계의 대응을 살핀 이들은 이어 오순절주의의 상황화로 대표되는 순복음 교단이 "한국의 오순절주의, 즉 순복음 교단은 개인의 정체성 강화를 통해 코이노니아적 빈곤퇴치와 교회 공동체 차원에서 디아코니아적 사회복지를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 신학계의 순복음 신앙을 향한 "기복주의와 친화적 자본주의 성향이 있다는 비난과 비평"에 대해 "한국의 오순절주의로서 순복음 교단은 분단국가라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에서 진보 신학이 네오마르크시즘으로 사회 문제를 해석하는 상황에서 보수주의적 색채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어려움도 부인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오순절주의 공공신학 담론의 주된 특징으로 기독론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부연했다. 이들은 "오순절주의의 공공신학적 담론은 우주적 차원에서 평화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공공신학의 논의에서 기독론이 빠지면 정치학이나 사회학과 별반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전인구원의 공동선을 위한 공공신학 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들은 또 "자연과 인간을 위한 샬롬의 공동체성 회복은 자연이 인간에 의해 착취당하고 이용당하는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보존하고 관리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현대인들과 공유할 때 나타난다"며 "이를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웃사랑의 청지기 사명으로 전인구원의 공동선을 추구한다면 일반은혜 안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경륜적 섭리에 의해 샬롬이 가시화되는 에토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종말에 완성될 하나님 나라에서는 모든 인류와 자연 만물이 아름답게 회복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통치 안에서 모든 피조물이 함께 사랑으로 존재하는 샬롬의 공동체가 이루어질 것이다"라며 "이러한 샬롬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모든 사도적 교회 공동체는 복음 선포를 통한 우주적 갱신을 위해 "화평케 하는" 청지기 사명을 적극적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