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WCC 실행위, 고조되는 가자지구 위기에 대한 성명서 발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벌인 전쟁범죄 책임 물어야"

세계교회협의회(WCC) 실행위원회가 최근 콜롬비아 보고터에서 회의를 열고 '고조되는 가자지구 위기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 신승민 목사)이 번역한 WCC 성명 전문.

고조되는 가자지구 위기에 대한 성명서

"당신은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이라 하였으니"(창 16:13)

계속되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으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2024년 6월 6일부 터 11일까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실행위원회로 모인 우리는 그들의 고통을 들어 올리고 깊은 연대를 표한다.

현재 사망자 수가 36,000명을 넘어섰고, 그중 3/2 이상이 어린이와 여성이며, 인구의 83% 이상(대부분의 경우 반복적으로)이 이재민이 되었다. 또한, 의료, 교육 및 기타 기반시설이 완전히 파괴되고, 주택의 50% 이상이 파괴되어 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노숙자가 되었다. 이러한 통계는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군사행동의 본질과 국제 인도주의법과 도덕성에 대한 존중의 부재를 강력하게 보여주는 증거이다.

또한, 이러한 익명의 통계 중심에는 이 잔인한 전쟁으로 인해 삶과 생계, 가족, 공동체, 희망과 열망이 파괴된 가자지구의 모든 어린이와 여성, 남성들이 있다. 민간인 사망자와 부상자, 난민 수는 매일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의 어린이들이 전쟁의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14,0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천명이 중상을 입거나 불구가 된 채 고아가 되었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아절단 환자가 있다. 가자지구의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 모두 전쟁과 상실이라는 충격적인 경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 트라우마는 평생, 여러 세대에 걸쳐 계속될 것이다.

가자지구의 거의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200만명 이상의 주민들에게 긴급한 인도주의적, 의료적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가자지구 전역의 주민들은 기근의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급성 영양실조와 기아의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인도주의적 접근과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구호품의 전달은 계속해서 방해를 받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번 전쟁 기간 중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식량, 물, 쉼터를 공급하는 주요 기관이었으며 가자지구 주민의 87%가 이러한 필수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UNRWA를 악마화하고 테러단체 목록에 추가하려고 했다. 또한, 10월 7일 공격에 12명의 UNRWA 직원이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주요 국제사회 기부자들, 특히 미국의 기부자금이 빠지면서 전쟁의 와중에 가자지구 주민들의 생명줄이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다.

이후 일부 기부자들은 UNRWA에 대한 자금지원을 재개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어 이 지역의 인도주의적 재앙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교회구호연대행동(Action by Church Together)은 지역 회원들과 교회들을 통해 필수적인 인도적 지원, 보건 서비스, 사회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며 피해 주민들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쟁의 성격,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미친 엄청난 영향,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발언으로 인해 대량학살 의도가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었다. WCC 총무가 주장했듯이 이러한 주장은 국제법 관련 기관, 즉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판단이 필요하다.

더욱이 우리는 WCC가 '페즈 프로세스'(the Fez Process)의 '폭력과 잔학행위 조장방지를 위한 종교지도자와 활동가 초안'을 작성하는 일에 있어 유엔 집단학살 방지 특별고문관을 도와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유엔의 페즈 프로세스는 전 세계, 특히 종교적, 종파적 긴장과 폭력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잔혹 범죄(집단학살,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를 예방하는 데 종교지도자와 활동가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요구(WCC 및 세계 많은 교회 포함)와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임시명령, 유엔 안보리 결의 2728(2024)2) 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공격 이후 하마스 격퇴를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주민과 지역사회,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라파에서 수많은 피난민과 인도주의 활동가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는 군사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기금수조치와 경제제재는 가자지구의 유혈사태와 파괴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신성함을 옹호하면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수많은 소중한 생명이 희생당하는 것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평화와 화해를 위해 필수적인 '정의'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한다.

특히 이 지역과 전 세계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명백히 부재한 상황에서 우리는 교회와 신앙공동체가 이 지역의 정의, 인권과 존엄성, 자결권, 민주주의, 평화를 증진하는 데 결정적인 예언자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전쟁과 전쟁범죄, 대량학살, 생태학살, '교육학살'(Scholasticide)3)의 위협에 맞서 용감하고 끈질기게 목소리를 높이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일어선 전 세계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움직임에 찬사와 연대의 뜻을 표한다.

우리는 전쟁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일어난 여러 교육기관의 관리자들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여 과격하고 과도한 조치로 시위에 대응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우리는 이 지역 모든 이들의 지속가능한 안보는 국제법에 대한 존중과 책임에 근거한 정의롭고 포괄적인 평화의 구축에 달려 있다고 단호히 주장한다. 현재의 분쟁은 지역 전체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국제무대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 군대의 지원을 받는 정착민들에 의한 팔레스타인 주민과 학교, 지역사회를 상대로 한 자의적인 체포가 크게 증가하고 모든 팔레스타인 마을에 대한 접근이 폐쇄되는 등, 점령 이후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의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

국제법에 대한 존중의 부족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공격의 성격에도 반영되어 있다. 또한 " 가장 극단적이고 비인도적인 형태의 살인, 고문, 그리고 성폭력을 포함한 여타의 공포"와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 대한 이스라엘 당국의 성폭력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이러한 지속적이고 확인되지 않은 폭력과 불의를 배경으로 우리는 2023년 11월 회의에서 전 세계 유대인, 아랍인, 무슬림에 대한 증오행위의 확산에 대해 표명했던 우려를 다시 강조한다.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의 잘못된 행동으로부터 무고한 유대인에 대한 모든 공격을 규탄한다.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신앙에 근거한 도덕적 긴급성의 정신으로 우리는 다음을 촉구한다: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즉각 가자지구의 영구적 휴전에 합의하고, 모든 국경에서 방해받지 않는 인도주의적 접근허용과 충분한 양의 원조물품 제공을 보장하며, 지역 주민들이 평화롭고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정치적 절차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 모든 행위는 인간 생명의 신성함을 존중하고 민간인 보호를 우선시하여 그들의 안전과 안보, 그리고 자신들의 집과 땅으로 돌아갈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가자지구에 억류된 모든 인질과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구금된 이들을 폭력 없이 즉각적이고 조건 없이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 국제사회가 평등한 인권에 대한 도덕적, 법적 약속을 재확인하고, 차별 없이 국제법의 원칙을 지키고 적용하며, 이러한 원칙에 근거하여 이 지역에서 정의로운 평화를 증진하고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특히 유엔 안보리가 이러한 맥락에서 임무를 다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부적절한 정치적 목적으로 거부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 전 세계 정부가 무기금수조치와 폭력과 유혈사태를 지속시키는 무기이전중단을 포함한 폭력 감소와 긴장 완화 등, 이 지역의 장기적인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한 선제적 노력을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화로운 공존의 전망을 뒷받침하는 국제조약과 협정을 재검토하고 강화하는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 WCC 회원교회들이 가자지구와 지역주민들을 기도와 행동으로 지지하고, 정부를 설득하며, 즉각적인 휴전과 정의와 점령종식을 요구하는 젊은이들과 연대하고, 난민과 실향민을 지원하며, 상호이해와 화해, 평화를 증진하기 위해 타 종교공동체와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회원교회들이 이스라엘 국가의 법적, 도덕적 책임을 사면하고 성지의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주민을 희생시키는 기독교 시온주의의 도전에 대해 각자의 지역사회에서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

신앙과 선의를 가진 전 세계 모든 이들이 평화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일하며, 정의를 옹호하고, 인도주의적 지원과 갈등전환 프로그램, 평화문화조성을 위한 선제적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연대할 것을 간청한다.

이스라엘 당국과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서안지구에서 증가하고 있는 정착민 폭력, 주택철거, 자의적 체포를 예방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책임을 다해 줄 것을 호소한다. 국제조약 및 관습법에 해당하는 의무에 대한 책임과 관련하여 관련 사법기관의 필수적인 역할을 재차 강조한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와 여타 지역에서 저지른 모든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기타 국제 인도주의 및 인권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행위와 2023년 10월 7일 공격 당시 하마스 무장세력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관련 사법기관을 통해 차별 없이 온전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한다.

예루살렘의 현 상태 유지에 대해 위협을 증가하는 것은 가자지구를 포함한 이 지역 전체의 긴장과 분쟁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인지하여야 한다. 세 유일신교의 도시로서의 다원적 정체성과 신성함을 존중하고 예루살렘의 종교적, 역사적 전통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024년 6월 11일/ 보고타

WCC 실행위원회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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