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부조화를 해명하려는 작업으로 전개된 '신정론'(theodicy) 논의를 통시적으로 조명하며 17개 유형의 신정론 이론을 소개한 손호현 교수(연세대, 조직문화신학)의 신작 『악의 이유들: 기독교 신정론』(동연, 2023)이 주목받고 있다.
이용주 박사(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부원장)는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투고한 서평에서 이 책에 대해 소개하며 "저자 본인의 입장이 무엇인지부터 알고 싶어 안달이 난 독자에게는 "미학적 신정론 혹은 예술의 신정론"(제17장)을 먼저 펼쳐 보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챕터는 가히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라이프니츠, 헤겔, 화이트헤드, 반 고흐, 윤동주 등의 시선을 통해 악에 의해 얼룩진 이 세상의 추함이 최종적인 현실이 아니며, 오히려 선과 악, 빛과 어둠의 선명한 대비를 사용하여 그 전체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가고 있는 신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의 입장이기도 한 미학적 신정론을 엿볼 수 있는 장이란 설명이다.
이 박사는 "우리의 이성과 언어로는 오롯이 파악되지 않을 그 아름다움에 의해 마침내 이루어질 악의 극복을 희망한다. "아름다움이 악을 극복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둠의 대조를 통해 빛을 그리는 이들, 추함을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가들은 동시에 사제이기도 하다"며 "예술은 마침내 아름다움으로 악을 극복할 신의 깊이를 묘사하는 "유비의 거울"이다. 이를 발화함으로써 저자는 자신이 떠났던 여정의 가장 먼 곳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침묵의 언어'이다"라고 전했다.
저자의 의도가 선과 악의 공존에 대한 완결된 이론 체계 수립이 아님도 분명히 했다. 이 박사는 "책의 마지막 장에 가서 이 사실이 드러난다. 신은 본래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무한자와 유한자, 존재와 비존재의 대립 혹은 그것들로 구성된 체계 '너머'에 계신 분이다"라며 "그러므로 신정론에 관한 모든 언어는 결국 이 경계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고, 언어로 포괄할 수 없는 그분이 계신 '침묵의 땅'을 단지 조용히 가리킬 뿐이다. 그렇다면 열일곱 개나 되는 뗏목은 결국에는 목적지에 닿지 못한 채 돌아와야만 하는 것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저자는 신정론에 대해 "우리의 인간성과 초월적 신비를 지키는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이 박사는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여 신을 우리 손으로 만든 우상에 가두어버리는 데 익숙하다. 반면 도무지 조화되지 않을 것 같은 신과 악의 공존 가능성을 더듬어가는 일은 "우상 속으로 신을 망각하지 않도록 우리를 지킨다.""며 "이성과 체계, 언어의 경계 너머에 있는 신의 초월성 앞에 침묵할 때 비로소 우리 삶의 모든 여정이 이미 그의 초월적 신비의 깊이 속에 안겨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악의 이유들: 기독교 신정론』의 저자 손호현 교수는 신정론적 질문 앞에 언어와 침묵의 변증법을 통해 우리의 시선이 자기가 아닌 타인으로 향할 것을 제안한다. 악의 이유를 묻는 것을 통해 "자신과 이웃의 고통에 대해 사유하지 않고 침묵하려는 실수"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