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고 말한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 핵심 가르침이다. 하지만 종교적으로 왜곡된 사랑은 배타성과 당파성에 매몰되기 쉽다. 신자는 사랑하지만 불신자는 미워한다. 이러한 당파적 시각에서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은 지옥 불이 활활 타오르게 하는 땔감에 지나지 않는다. 너와 나를 구분하고 사랑해야 할 이웃을 배제하는 이러한 경계 짓기가 심화되면 게토화 현상이 발생한다. 게토화 현상은 지역사회에서 교회가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 하지 못하게 하며 이기적인 종교 집단으로 비춰지게 한다. 이는 신앙과 사랑의 일치를 보여준 예수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예수께서는 경계를 허물고 죄인들과 더불어 먹고 마시면서 그들과 삶을 나누는 복음을, 사랑을 몸소 보여 주셨다. 본 기획은 예수의 정신을 좇아 경계를 넘어서 이웃을 향해 섬김의 손길을 뻗치는, 작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선한 이웃 교회를 소개한다. 지역사회 내 건강한 교회 공동체 세우기 운동의 일환이다. - 편집자주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에 소재한 논현감리교회(담임목사 권영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극한의 선교 여건 속에서도 교회를 분립 개척하는 등 교회 부흥의 전기를 맞고 있는 지역교회 중 하나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 시기 말씀 선포와 더불어 교회의 몸통 사역으로 알려진 교제와 봉사 사역이 방역을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통제를 받자 여타 교회와 같이 교인이 감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엔데믹 시대를 맞아 중단했던 주요 프로그램을 재가동하면서 사역이 다시금 활기를 띠게 되었고 소그룹의 역동성 회복은 교회 성장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교회가 건강하면 부흥한다는 자연적 성장을 추구하는 논현감리교회가 이처럼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데에는 지역사회를 위한 각별한 섬김 사역이 그 중심에 있었다. 지역사회 선한 이웃으로 자리 잡게 된 논현감리교회 권영규 담임목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분량 상 총 2회에 걸쳐 싣는다.
Q. 올해 교회 표어를 "기본으로 돌아가자"로 정하셨습니다. 오늘날 교회의 위기를 기본의 부재로 꼽을 수 있다면 교회가 초심으로 돌아가 회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와 내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코로나를 겪으며 교회는 사회적 신뢰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로 인해 오늘날 교회의 선교 상황은 극한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교회의 위기라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오늘날 교회의 위기는 기본이 무너졌다는 데에서 비롯합니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교회 본연의 모습을 우리는 성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 2:42-47에는 초대교회의 모습이 나오는데, 마지막 47절에는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고 하며, 초대교회에 있었던 놀라운 부흥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초대교회는 부흥 자체를 목표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이 탄탄한 교회가 되니 부흥은 자연스런 결과물로 따라온 것입니다. 초대교회는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42절), 곧 말씀이 있었습니다. "기도하기를 힘쓰니라"(42절), 곧 기도가 있었습니다.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46절), 곧 예배에 힘썼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찬미하며"(47절), 곧 찬양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교인들은 백성에게 칭송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신자의 수가 더해졌습니다. 말씀, 기도, 예배, 찬양의 기초가 탄탄하면, 교회는 저절로 부흥합니다.
그래서 논현교회는 4년 동안 교회의 기초, 기본을 든든히 세워가고자 합니다. 특별히 올해는 교회 표어를 "기본으로 돌아가자, 기도"로 정하며, 기도의 기초를 탄탄하게 세우고자 합니다.
Q.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는 가파르게 쇠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천만 성도는 옛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며 수년만 더 지나면 반 토막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선 목회자로서 오늘날 선교의 외적, 내적 상황에 대해서 냉철하게 평가를 내리신다면.
'한국교회는 반 토막 날 것이다'라는 전망이 과장된 말로 들리지 않는 요즘입니다. 그 까닭은 분명 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개신교회의 역사, 특별히 초창기 한국교회의 선교 역사를 짚어보면 과거 교회는 세상에 희망을 주고, 세상으로부터 기대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를 겪으며 이런 신뢰가 무너진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오죽하면 '세상을 걱정하던 교회가 세상의 걱정거리로 전락했다'는 웃지 못할 소리까지 들릴까요.
그러니 이제는 교회의 교회다움을 회복하는 데에 전념해야 하겠습니다. 다시 세상으로부터 신뢰를 얻어 하나님께 칭찬받고, 세상으로부터도 칭찬을 받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Q. 어려운 선교 상황 속에서도 논현감리교회는 지난해 교인 감소 흐름을 끊고 전환점을 맞아 교인 수가 증가하는 전도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극한의 선교 여건 속에서 전도가 회복될 수 있었던 요인이 궁금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중단했던 모든 프로그램을 회복했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지역에 신도시가 개발되고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논현교회는 교제와 전도, 새가족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오늘의 논현교회가 됐습니다. 당시 교회의 성장을 견인했던 프로그램들을 재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출석이 회복되고, 전도도 회복됐습니다.
특별히 소그룹 모임을 활성화된 것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주일 오후 교회의 전체 성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후 예배 대신, 소그룹별로 예배를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달에 한번 오후마다 동호회와 선교회, 사역팀별 예배가 뿌리내리면서 소그룹의 역동이 생겼습니다. 특별히 속회 모임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데, 코로나 직후 무너졌던 속회가 살아나면서 대부분의 속회가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논현감리교회는 지역의 선한 이웃으로 자리매김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역주민을 섬기며 부흥하는 교회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역주민과 교회를 잇는 매개의 역할을 해왔던 주요한 사역들을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리교회는 2004년 새성전 건축을 시작할 때부터 교회 공간을 지역사회에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가졌습니다. 교회 내의 공간을 작은 도서관, 지역주민들을 위한 카페, 탁구장, 농구와 족구, 게이트볼이 가능한 운동장, 녹색 가게 등 많은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인대학과 노인 무료급식소, 문화센터, 아기 학교 등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불우이웃돕기 사랑나눔바자회, 경로잔치, 사할린영주귀국동포 위로회, 사랑의 김장 담그기 등의 행사를 진행해왔습니다. 독거 노인들의 안부를 묻기 위한 우유 배달 사업 뿐 아니라 복지기관이나 봉사단체, 독거 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일들을 계속해왔습니다. 매년 고난주간 금식헌금을 통해 세계와 지역사회의 고난받는 이웃들을 섬기고 있고, 2015년부터는 장학회를 설립하여 교회 안에 있는 학생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학생들에게까지 연간 2,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해 왔습니다.
노인들이나 불우한 이웃들만 섬긴 것도 아닙니다. 지역사회의 아동들과 부모들을 섬기기 위해 토요놀이터, 여름에는 토요물놀이터, 김창옥 교수와 우종학 교수 등의 명사를 초청하여 부모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고, 지역 아동축제와 바자회 등을 진행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 덕분에 지역사회 속에서 논현교회는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와 같은 지역사회를 향한 논현교회의 관심은 논현교회의 영구표어인 "세상을 품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교회"에 반영돼 있습니다.
특별히 지난 코로나 시기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치뤘다가 다량의 민원을 겪었던 교회가 주변에 있습니다. 그런데 논현교회가 행사를 치뤘을 때에는 민원으로 오는 연락이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 외에도 논현교회에서 교육부서 여름 행사 일정이 지역 맘카페에 게시글로 올라오면, 호의적인 댓글들이 다수 달리곤 합니다. 이 정도로 논현교회는 지역사회에서 긍정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Q. 과거 노인대학 등의 사역을 통해 시니어를 섬기는 데 주력해 왔다면 이제 청장년 사역 프로그램도 활성화하여 청장년에게 매력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의 청장년들을 섬기는 교회의 프로그램으로 어떤 것들을 진행하고 있습니까?
논현교회는 사실 시니어를 섬기는 데 주력하는 교회는 아닙니다. 논현교회는 다만 노인사역에 대한 시대의 필요에 적절히 응답했을 뿐입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노인사역을 하고 있을 뿐인데, 다른 교회에서 하질 않으니 유독 도드라지는 듯합니다. 논현교회는 '균형 잡힌 교회가 건강한 교회다.'라는 생각으로 모든 영역에 대해 조화롭게 사역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요 근래에는 저출산에 대한 시대적 필요에 응답하며 교회학교 부모 세대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청장년 세대를 젊은 세대, 그 자녀 세대를 다음 세대로 명명하며 "다음 세대에게 꿈을, 젊은 세대에게 미래를"이라는 표어를 세우고 청장년 부흥을 위해 주력하기도 했습니다. 43세 이하 청장년 속회와 선교회를 남·녀 통합운영하여 부부가 함께 소그룹에 참여하도록 했고, 교육프로그램으로는 신혼부부학교와 결혼예비학교를 신설해 부부로의 첫 발자국을 함께 내딛기도 했습니다. 3명 이상 다자녀 가정을 포상하고, 출산가정에 대해 장려금 1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출산장려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영유아실을 편하고 깨끗하게 리모델링하여 교회가 자녀 양육에 동행하고 있음을 실감토록 했습니다.
Q. 논현감리교회는 지역사회를 섬기며 부흥하는 선교적 교회로 보입니다. 부흥이라는 것이 단순히 교회의 외적 성장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동안 교회의 양적 성장에 대한 강박이 성장제일주의를 낳았고 오늘날 교회가 허수와 허세, 허영심에 매달리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교회의 외적 성장만큼 내적 성숙도 중요한 과제로 보입니다. 논현감리교회는 교인들의 수준, 즉 내적 성숙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까?
물론 논현교회는 외적 성장을 지향하지는 않습니다. 내적으로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되, 교회가 건강하면 부흥하게 된다는 자연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교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 7가지 주제(예배, 교제, 교육, 환경, 문화, 봉사, 선교)를 선정하여 7개년 동안 집중적으로 사역하며 교회의 내적 건강, 기초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교인들의 내적 성숙을 위해 논현교회는 신앙 단계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신자반, 제자훈련 확신/성장반, 성서과정(논현성서대학), 사역과정(전도폭발, 중보기도학교, 바나바훈련)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대별로도 아기학교, 토요놀이터, 교회학교 제자훈련, 청소년 성취 포상제, 결혼예비학교, 신혼부부학교, 아버지학교, 마더와이즈, 주부교실, 노인대학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인들의 내적 성숙을 이루어 왔습니다.
특별히 교인들의 내적 성숙을 위한 논현교회만의 강점이 있다면 교회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매주 교회력 본문을 가지고 설교함으로써 설교자의 주관이나 편의가 성도들의 신앙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교인들이 성서의 전체적이고도 핵심적인 메시지를 알고, 균형 잡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