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학 대화 방법론에 관한 연구가 최근에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대화 방법론에 수반되는 문화적 시사점을 살펴보는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과학과 신학 대화에서 문화의 문제를 타진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황은영 박사(성결대 조교수)는 「신학사상」 최신호(205집)에 투고한 논문에서 종말론에 대한 과학과 신학의 대화가 서로 다른 두 담론 체계의 상호 작용을 조율하기 위해서 어떻게 문화적 존재론과 그 다양한 형식들인 기호학, 우주론, 문학적 상상력 등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탐사했다
이 논문에서 황 박사는 종말론을 둘러싼 과학과 신학 대화에서 서로 다른 두 담론 체계를 조율하는 상호 작용의 방법론으로서 "문화적 존재론"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그는 "하나님의 공동 창조자로서 인간 문화가 가지는 종말론적 시사점에 집중하면서 그것에 제공하는 과학-신학 대화를 위한 두 담론 체계를 매개하는 방법들을 고찰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과학과 신학은 서로 다른 담론 체계들로써 각자 나름의 탐사의 공동체와 서로 다른 자료 관찰, 해석, 가설 설정과 이론 그리고 개념들의 네트워크들을 가진다.
이때 서로 다른 체계들의 대화를 조율하기 위해 비판적 실재론을 통해 공동의 탐사 대상과 상호 비판을 촉진해야 하며 동시에 창조적 상호 작용 방법론으로 서로의 탐사 방법론의 공동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게 황 박사의 의견이다.
그는 "두 담론이 가진 스펙트럼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장들의 작동 방식에 있어서 나름의 중첩성을 가지며 이를 통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다"며 "이안 바버는 그 중첩성과 상호 소통 가능성을 구성하는 요소들로서 경험-해석의 상호성, 탐사 공동체와 그 탐사의 패러다임 그리고 탐사의 기준들과 탐사의 논리들과 개념들의 네트워크들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또 두 담론 모두 경험과 해석 사이에 '쌍방적 상호 작용'에 의존한다는 점도 부연 설명했다.
이처럼 신학과 과학 모두 어느 정도 유사한 담론 체계와 그것들을 구성하는 특성들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이질적이지 않고 서로 간 건설적인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는 게 황 박사의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황 박사는 "과학과 신학 두 담론 체계가 대화를 위해서 각자 서로 다른 자료 관찰, 해석, 이론 수립과 개념들의 네트워크 등을 서로 통약-가능한 대화를 이루기 위해서 조율할 때 이 문제는 공유하는 대상과 또한 각자의 공유하는 방법론 모두에 집중하며 조율의 지점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학과 신학이라는 두 담론 체계 간 대화를 위한 방법론으로 그동안 활용되어 온 비판적 실재론의 유의미성과 러셀이 제시한 창조적 상호 작용 방법론을 살펴봤다.
황 박사에 따르면 비판적 실재론을 지향하는 신학은 과학적 우주론에 신학적 개념들을 조율하기 위해 그 개념들의 역사적 연원을 추적하고 전통 안에서의 시사점을 검침하면서 현대의 과학적 성취의 관점에서 수정할 부분과 재해석할 부분, 그리고 폐기할 부분을 분별해야 한다.
이어 비판적 실재론에 대해 그는 "한 편에서는 공동의 자연적 대상을 향한 미래에 드러날 진리를 과학과 신학 모두 탐사하지만 동시에 다른 한 편에서는 과거의 지적 유산과 현재의 지식 생산을 둘러싼 역사적 문화적 개념들의 비판과 재해석을 추구한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과학 개념과 다른 문화적 상징 쳬계들의 관계를 검침하면서 과학과 동시대 문화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이며 또한 자기 비판적인 대화"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과학과 신학이라는 두 담론 잇는 또 다른 방법론으로 러셀의 창조적 상호 작용 방법론도 살펴봤다. 황 박사는 "러셀에게서는 과학이나 신학 모두 각각 근본적인 철학적 전제들이 있으며 이는 신학의 경우 성서나 전통 그리고 과학의 경우 경험적 사안들로서 자료들의 해석과 관찰에 영향을 주고 이론 모델들이나 유비들, 그리고 상상력들을 형성한다"며 "신학이나 과학에서 이러한 모델들은 이론들 혹은 교의들의 네트워크들에 영향을 주며, 이러한 이론들은 다시 경험이나 해석들, 그리고 그에 따른 보조 가설들을 조직하고 형성하고, 다시 이는 근본적 자료들의 관찰과 해석에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황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으로 창조적 상호 작용 방법론은 과학과 신학 각자가 경험을 관찰 해석하고 가설을 설정하고 이론들을 재구성하며 개념들의 네트워크들을 형성하는 흐름의 유사성을 밟혀냄으로써 그 유사점을 따라서 각자의 담론을 조율하고 재배치할 수 있다.
또 "이 방법론은 그 구조적 유사성을 규명한 후에 또한 과학이 신학에 주는 영향과 신학이 과학에 주는 영향의 지점들을 제시함으로써 또한. 각자의 담론이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지점을 좀 더 선명하게 제시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울러 과학-신학 대화를 위한 상호 작용에서 문화적 존재론에 대한 반성의 문제도 논했다. 그는 "문화적 존재론은 인간 혹은 비인간 행위자들을 향한 인간 공동의 문화적 활동이 다양한 상징 체계들은 물론 더 나아가서 성스러움을 환기하는 종교적 상징 체계를 통해서 집합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공동의 삶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구성 행위 일반을 다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말론을 둘러싼 대화에서 문화적 존재론의 방법론적 특수성을 살펴봤다. 황 박사는 먼저 "우주의 종국을 의미하는 종말론이라는 주제는 그것이 가지는 사변적 차원 넘어서 문화적 사회적 현실에 지속해서 영향을 끼쳐왔고 여전히 시사점을 가지기에, 과학-신학 대화에서 이를 둘러싼 문화적 조건의 문제를 방법론의 문제로 반성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벨커와 폴킹혼이 종말론의 문제를 "과거 실존주의적 여기-지금의 결단이나 정치 신학적, 혹은 이상주의적 기획으로 제한하고 과학과 분리하는 구획화를 피하고, 새 창조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이라는 틀에서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과학과 신학 공동의 이해를 추구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종말론을 둘러싼 과학과 신학의 대화가 가지는 특수성은 바로 대화 자체가 하나님의 공동 창조자로서 가지는 인간이 달성하는 문화적 성취와 그 새로운 존재 방식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하나님의 종말론적 완성을 향한 창조적 작업에 인간 존재가 가진 다-차원성의 정점으로서 문화는 종말론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문화적 존재론적 형식들과 상호 작용의 방식들에 대해 고찰했다. 황 박사는 특히 래리 부처드가 문화적 상상력을 통해 과학과 신학 사이의 상호 작용을 촉진하며 양자가 수렴하는 지점을 마련하는 것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부처드는 현대 과학적 세계관이 허용하는 세 가지 우주론적 제안들, 즉 우주의 궁극적 운명의 무의미, 인간 지성을 위해 설계된 우주, 먼 미래까지 우주에 존속할 생명의 전망 등 세 가지 대안이 "역사적, 문화적, 그리고 종교적 지평선들 위에" 위치 지어져야 한다고 본다.
황 박사는 "부처드는 이렇듯 신학과 과학 사이를 아우르는 공동의 문학적 상상력에 집중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제 삼의 공동 영역, 즉 미학적-윤리적 체험이라는 문화적 지평을 재구성한다"며 "이러한 "미적 반응과 윤리적 반응이 또한 종말론적 전통들과 함께 결합"해서 하나님 나라의 선포, 만물의 새로운 창조의 비전과 이미지들에서 잘 드러나게 된다"고 부연했다.
종말론의 문제에 집중하게 될 때 과학과 신학 대화에서 문화를 통한 매개의 종요성을 확인한 그는 끝으로 "이러한 문화적 매개들은 문화가 가지는 포괄성과 미-규정성을 고려할 때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특히 기호의 문제나, 우주론의 문제,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은 종말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방향 설정을 제공하며 과학-신학 대화의 상호 작용을 인도하는 매개로 작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