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목사가 교회를 떠나지 않는 것은 세습과 더불어 4대 죄악 중 하나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 기독교사,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옥성득 박사(UCLA 교수)는 30일 자신의 SNS에 올린 '한 대형교회 목사 사임을 보면서'란 제목의 글에서 이 같이 밝혔다.
담임목사 자진 사임 사태가 발생한 지구촌교회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이 글에서 그는 먼저 교회의 재정 사용과 투명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옥 박사는 "다른 메가처치도 담임목사의 지나친 판공비/법인카드 사용 자제해야 한다"며 "내 생각이지만, 담임목사의 경제생활은 교인의 평균 +알파로 하여 상위 25% 선에서 대우하고, 부목사는 평균보다 조금 높은 40% 정도로 하면 좋을 것이다. 사모의 비행기 비지니스석 16회 법인카드 사용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대형교회 목사가 고액 연봉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상위 5% 이상의 화려한 삶을 사는 대형교회 목사의 설교가 영적 힘을 가지기 힘들다"며 "대형교회 목사가 야구 메이저리그 선수라고 착각하고 연봉 운운하면 오산이다. 그들의 설교를 들어보면 과연 2020년대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 제시가 없다"고 했다.
또 "예배도 밋밋하다. 결국 영적 힘과 위로가 있는 메시지를 전하려면, 목사는 다소 검소한 삶을 살고, 기도하는 시간, 걷는 시간, 성경을 새로 공부하는 시간, 명상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으로 대형교회 목사의 영성은 살아있기 힘들고, 한국 개신교 교인 70% 정도(?)가 대형교회에 다니므로, 앞으로 개혁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자진 사임 사태가 발생한 교회도 지난 5년간 "35% 넘게 쇠퇴했다"고 언급한 그는 "이게 한국교회 현실이다. 교인도 세상 흐름을 따라 살고 무난하게 살려면 중대형교회에 다니면 된다. 그러면 좋은게 좋다는 식의 삶을 살게 된다. 대부분의 요즘 청년들은 그런 교회를 멀리 한다"고 전했다.
은퇴한 목사는 교회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은퇴하면 목사는 되도록 교인 눈에 띄지 않는 게 좋다. 교회는 주님의 것이다"라며 "세습하거나 은퇴목사로 오래 그 교회에서 설교하는 것이 한국교회 4대 죄악 중 둘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설교 재탕이나 예배당 건축 문제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옥 박사는 "작든 크든 목사들이 정신을 차리면 교회가 살 수 있다. 설교가 핵심 중의 하나이다. 10년 전 미국에서 했던 설교를 다시 한국에서 몇 달간 하는 식으로는 교회가 살 수 없다"고 했으며 "한국교회가 느헤미야서를 교회 건축 몰아가기 본문으로 이용하는 한 소망이 없다. 성을 세워야지, 교회 건물을 세운다고 한국 사회가 사는 게 아니다. 예배당 확장할 돈으로 사회 복지에 기부하는 게 낫다. 큰 예배당 한 개 늘릴 때, 성벽 5m만 무너져도, 그곳이 쉽게 뚫리고, 성은 함락된다"고 전했다.
한편 지구촌교회는 최근 예배당 증축 공사, 소위 '느헤미야 프로젝트'에서 부족한 리더십을 보였다는 3대 담임 최성은 목사의 자진 사임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이로써 2대 담임 진재혁 목사는 8년만에 사임하고 3대 담임 최성은 목사는 5년만에 사임하게 됐다.
이에 65세 조기 은퇴를 했지만 원로목사로 예우를 받으며 여전히 교회에서 설교를 전하고 교회 안팎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동원 원로목사의 행보를 두고 우려섞인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