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데스크시선] XY염색체 여성 복서와 극단적 PC주의

다양성을 명분으로 삼은 극단적 PC주의의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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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해당 방송화면 캡처)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부에 출전한 XY염색체를 지닌 두 선수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부에 출전한 XY염색체를 지닌 두 선수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성발달이상(DSD) 증세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알제리 출신 이마네 켈리프와 대만 출신 린유팅은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자랐지만 XY염색체를 갖고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는 신체적 특징을 가졌다.

앞서 국제복싱협회(IBA)는 지난해 켈리프와 함께 린유팅을 XY염색체 및 남성호르몬 수치 문제로 나란히 실격처분을 내렸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기준은 달랐다. IOC는 여권상 여자 선수들인 이들을 가리켜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경기를 뛰어왔다"며 출전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토머스 바흐 IOC 위원은 "모든 혐오 발언, 공격과 학대 그리고 이 의제에 의해 부추겨지고 있는 일은 전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선수들을 '트렌스젠더' 선수들과 동일한 잣대로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춘기가 지난 남성이 여성이 되기를 선택한 '트렌스젠더'와는 달리 이들에게는 성별을 선택할 자유란 것이 애당초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XY염색체를 가지고 출전한 특별한 이 여성 선수들로 인해 평범한 여자 선수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린유팅에게 패배한 불가리아 선수는 링 위에서 손가락으로 '엑스(X)'를 표시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이탈리아 안젤라 칼리니 선수는 켈리프와의 경기에서 46초 만에 기권을 선언했다. 칼리니 선수가 켈리프 선수의 펀치를 안면에 맞은 뒤에 스스로 시합을 포기한 것이다.

기권 선언 직후 링 위에서 바닥을 치며 통곡을 했던 칼리니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 목숨을 지켜야 했다"고 주장했다. 복싱 여자부 경기에서의 켈리프 선수의 펀치가 선수 생명을 좌우할 만큼 강력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XY염색체를 가진 특별한 여성 켈리프와 린유팅에 대한 IOC의 포용적인 정책으로 인해 다수의 평범한 여성 선수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성소수자들을 향한 IOC의 관용적이고 포용적인 정책 기조는 PC주의(Pol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PC주의란 인종, 성별, 장애, 종교, 직업 등에 관한 편견이나 차별이 섞인 언어나 정책을 지양하는 신념, 혹은 그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회적 운동을 총칭한다. 다시 말해 여러 다름을 틀리다고 차별하지 말고 모두 포용하자는 이념이다.

이러한 PC주의의 함정은 또 다른 배제와 차별을 낳는다는 데 있다. 다양성 이념을 명분 삼아 극단적 '다름'까지도 수용할 것을 강요하며 이 특별한 '다름'의 수용을 거부하는 이들을 거꾸로 혐오하는 세태를 부추기는 것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PC주의가 동일성을 강조하니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반공주의나 전체주의 뿐 아니라 PC주의 역시 동일성 이념이 그 배후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동일성 이념에 저항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차별받기 일쑤다. 동일성 이념으로 무장된 극단적 PC주의는 나아가 특정 이념에서 소외된 다수의 희생자를 낳는 폭력 구조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다양성 이념을 명분 삼아 XY염색체를 지닌 특별한 여성을 수용함으로써 다른 평범한 여성 선수들을 희생자로 만드는 파리 올림픽 여자부 복싱 무대는 그 적절한 예에 해당한다.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상대의 다름을 절대화하는 것은 폭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PC주의가 상대성과 상대주의를 혼동하지 않길 바란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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