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신학에도 극심한 편식주의가 유행"

박영식 서울신대 교수, 7일 SNS에 올린 글에서 밝혀

parkyoungsik
(Photo : ⓒ베리타스)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

박영식 서울신대 교수가 "신학에도 극심한 편식주의가 유행"이라며 연구가들에게 신학의 기초학문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박 교수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구약성서에 대한 전문적 연구가 수준은 될 수 없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며 아는 것은 중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이 글에서 "창조신학에 관심을 갖고 연락주시는 분들이 있다"며 "관련 분야에 좀 더 공부를 하려면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 문의하는데, 일단은 구약성서신학 분야에서 '창조'를 주제로 한 책들을 읽어보시면 좋겠다고 권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폰 라트나 베스트만의 창세기 주석과 같은 20세기 고전 연구도 있지만, 우리나라 신학계에도 본인의 이름으로 가독성이 뛰어난 좋은 저서를 내신 분들이 많이 있다"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창세기' 해설서도 좋고 '창조'라는 주제의 구약신학 저서도 좋다"고 덧붙였다.

개신교 신학은 교리 전통보다는 성서 본문의 해석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한 박 교수는 이어 "구약성서신학 분야에서 창조 본문을 어떻게 읽고 해석하는지를 살피면 큰 도움이 된다"며 "이를 도외시하고 그저 아퀴나스, 루터, 칼빈의 글만을 줄곧 인용하는 분들을 저는 인물연구가 또는 문헌학자라고 본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특히 "가만 살펴보면 신학에도 극심한 편식주의가 유행"이라며 "무엇보다도 성서학은 신학의 기초 학문이기 때문에 반드시 곁눈질이라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신학의 과제에 대한 설명도 보탰다. 그는 "창조 본문에 대한 성서학계의 이해를 넓게 가진 다음, 교리전통과 건설적으로 대화하며, 현대적 도전에 책임적인 답변을 제공하는 작업은 주로 조직신학의 과제"라며 "사실 20세기 이래로 조직신학 분야에서 좋은 책들은 항상 이런 작업을 거쳐 왔다. 몰트만이나 판넨베르크의 창조론을 보시면 이미 성서신학 분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우리시대의 도전에 답하기 위해 기존 전통과 비판적인 대화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님의 창조활동을 창세기 1-3장으로만 국한시키려는 협소한 창조이해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박 교수는 "통시적으로는 시간과 공간, 우주의 시작을 창조와 연관시키되 이후에는 마치 하나님이 창조주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협소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태초의 창조와 연속선상에 있는 섭리, 계속적 창조, 그리고 새창조를 부정하거나 도외시하는 일은 성경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매우 위험하고 신앙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기독교 신앙은, 사도신경의 고백처럼 사실 단순히 세상의 창조를 믿는 것이 아니라,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신앙한다"며 "그 하나님이 창조주이시며 아버지라고 믿는다. 하나님의 창조활동은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돌봄과 치유, 변화와 살림의 사건으로 증거되었으며, 예수 부활의 사건을 통해 종말론적 사건의 선취로 명확하게 드러났다. 우리는 만물을 새롭게 하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따라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와 함께 이뤄질 새 창조를 또한 희망하고 있다. 협소한 창조이해의 틀에서 벗어난 이러한 창조이해를 저는 신학적 창조론, 포괄적 창조신앙이라 부른다"고 전했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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