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통일 '대박'이란 정치가들의 수사에 미래 맡기지 말자"

NCCK 국제위원장 박원빈 목사, 100주년 컨퍼런스 여는 예배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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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NCCK 국제위원장 박원빈 목사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NCCK 100주년 주요 기념사업 중 하나인 국제 컨퍼런스가 20일 오전 수요리 한신대 신대원 캠퍼스 예배당에서 막을 올렸다. 본 행사에 앞서 열린 여는 예배에는 에큐메니칼 국제 지도자들이 순서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설교는 NCCK 국제위원회 위원장인 박원빈 목사가 맡았다.

설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는 이번 컨퍼런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박 목사는 먼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엄중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작년 12월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지금까지 쌓아온 대화의 모든 루트를 차단했다. 이제 서로 대화할 테이블마저 걷어버린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박 목사는 이어 "역사를 통해 크고 작은 전쟁을 돌이켜 보면 전쟁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다"며 "서로에 대한 오랜 적대감, 사소해 보이는 다툼, 대화 단절로 인한 오해와 불신이 쌓여 결국 거대한 파멸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한국교회를 찾아온 그리스도 형제자매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 예배가 얼마나 감사하고 귀한지 모른다"고 했다.

박 목사는 그러면서 "어느 때보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잃어버린 신뢰와 선의를 나누는 시간이 중요하다"며 "신뢰는 상대방과의 관계로 세워지는 것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이 지켜내야 할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우리는 상대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불안에 침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신의 선의와 신의를 꾸준하고 명료하게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며 "이러한 지치지 않은 집요한 대화의 노력을 통해 결국 이에 상응하는 신리와 선의를 베풀어 줄 것을 믿어야 한다. 이러한 신뢰와 선의는 사실 신앙이 없이는 불가능한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처럼 일상적인 분쟁 지역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냈다. 박 목사는 "한반도가 독일처럼 평화의 여정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바라지만 현실은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처럼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이 엄습한다"며 "한번 개시된 평화를 향한 대화가 분단 극복으로 이어지는 독일의 경우와 달리 한반도 평화를 향한 대화와 협상은 너무 많은 장애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한반도 평화 통일을 둘러싼 남남갈등 역시 장애물이라고 지적한 그는 "이 자리에 이미 통일을 경험한 독일교회의 형제자매들이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어떻게 '나쁜 친구'와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관계'로 발전시켰는지 지혜를 듣기를 원한다"며 "독일교회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그리스도 형제자매들이 여러분의 자리에서 매일 경험하는 갈등과 분열, 상처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작은 '평화의 이야기'를 나눠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통일은 '대박' 혹은 '번영'이라는 정치가들의 현란한 수사와 최면에 우리의 미래를 맡기지 말고 오히려 교회가 앞장서서 정치가들에게 평화를 향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채근하는 '피스메이커'로서 에큐메니칼 형제자매들의 노하우를 공유해주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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