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로잔대회가 막을 내린 가운데 서울선언이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로잔운동의 얼굴이자 정체성을 상징하는 '2024 서울선언'을 두고 한쪽에서는 근본주의적 퇴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자유주의, 신복음주의 운동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양 진영에서 비판을 받는 형국이다.
먼저 이번에 발표된 '서울선언'이 종래 선언들과 비교할 때 진전된 내용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 이슈에 치중해 방어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정작 시급한 국제적 선교 이슈 및 담론을 심도깊게 다루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선언'에는 포스트모던시대를 맞은 탈근대적 선교 패러다임 전환 등의 논의가 반영되지 못했고 교회의 선교를 "그리스도의 제자를 삼는 것"이라고 협소하게 정의함으로써 피조물 간의 화해와 해방을 아우르는 넓은 의미의 선교 개념을 확정하지 못했다.
또 분쟁을 겪고 있는 민족들과 관련해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복음을 통해 모든 민족을 화해시키려는 하나님의 목적을 확언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하는데 그쳤다. 민족 분쟁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이한 종교 문화 배경에 대한 이해 및 수용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심지어 WCC, WEA 등 형제 교회 및 이웃 종교와의 대화 노력의 필요성에도 지면을 할애하지 않았다. 근본주의적 퇴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 설명한 동성애 문제에 대해 로잔대회 서울선언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비판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동성 성관계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에서 나오는 특정 문구를 겨냥해 로잔대회가 동성애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선언 69항에 담긴 일부 내용 중에는 "우리는 동성에게 끌리는 기독교인들이 기독교 공동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인식한다"며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에 속한 우리의 형제자매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음을 회개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또 70항에는 "우리는 기독교 지도자들과 지역교회들이 우리 공동체 안에 동성에게 끌림을 경험하는 교인들이 존재함을 인지하며"라는 표현도 있다.
이 밖에 로잔대회가 성경을 역사 문화 맥락에서 읽기를 권장하며 "문자 그대로 믿지 말라"고 주장한다는 일각에서의 비판도 있지만 이 같은 내용은 서울선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로잔대회 서울선언을 둘러싸고 거짓 선동을 일삼는 목회자들까지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제4차 로잔대회 서울선언은 첫 발표 때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로잔대회를 시작하는 날 발표된 서울선언은 특정 이슈에 치중한 나머지 주요 이슈를 놓쳤다는 내부 비판과 수정 요청이 잇따랐다. 결국 대회 끝무렵 이 같은 문제제기를 반영해 서울선언문 초안이 수정 발표됐다.
로잔운동이 갈지자 행보를 보인데에는 풀뿌리 운동인 로잔대회의 성격과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서울선언을 채택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요 논의들을 귀납적인 방식으로 수렴해 완성하는 바텀업(Bottom Up) 방식이 아니라 소수의 리더십에 의해 특정 목적으로 완성하는 Top-down(탑다운) 방식으로 서울선언이 채택됐다는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