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노숙인 사역 20년...노숙인학교 '옹달샘' 개원으로 결실

교장 권영종 목사 "나를 못견디게 했던 건 사람...하지만 사람이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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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노숙인학교 제공)
▲지난 5일 노숙인 자활을 목적으로 설립된 노숙인학교 '옹달샘' 개원예배가 있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앎의 명제가 삶의 자리에 착지되기까지 한 목회자의 눈물과 고통 그리고 연단의 과정이 있었다. 지난 5일 노숙인 자활을 목적으로 설립된 노숙인학교 '옹달샘' 개원예배가 있었다.

이 시대의 가장 작은 자, 이른바 민중을 노숙인으로 보고 이들을 섬겨온 권영종 목사는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처럼 20여 년의 세월 노숙인 사역을 지속해 왔다. 붓고 또 부어도 채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항아리는 기적적으로 하나둘씩 채워져 이날 마침내 노숙인학교 '옹달샘' 개원이라는 결실로 맺어졌다.

권 목사는 이날 설교에서 "이제 제 나이가 만으로 70이 되었다. 70 나이에 '노숙인학교'라는 새로운 꿈을 꾸면서 이 학교를 시작한다. 제가 노숙인 사역을 시작한 지가 20년이 되어가는데 그동안 수도없이 망설이고. 주저하고, 때로는 절망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아무런 열매도 없고 변화도 없고, 무엇보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이 노숙인들을 붙잡고 왜 나는 이들을 놓지 못하고 있는걸까?' 하는 질문을 계속했다"라며 "두 가지가 힘들었다. 돈과 사람이다. 일은 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면 그 책임은 결국 제가 감당해야 했다. 그런데 돈보다 힘든 것은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권 목사는 "내가 그렇게 아끼고 보살폈던 사람들이 거꾸로 나를 이용하고 배신하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모습들이 저를 못견디게 힘들게 했다"라며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사람이 사람을 힘들게 하고,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을 살려내고 치유하는 일도 사람이 한다는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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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노숙인학교 제공)
▲지난 5일 노숙인 자활을 목적으로 설립된 노숙인학교 '옹달샘' 개원예배가 있었다. 교장 권영종 목사가 설교하고 있는 모습.

권 목사가 돈과 사람 때문에 힘들 때도 노숙인 사역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박노해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시 때문이었다. 그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사람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며 "그 첫번 째 사람이 지금 사회를 보는 천명우씨이고, 기도했던 정석현씨이고, 노인수씨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스물한분의 노숙인학교 학생들이다"라고 말했다.

권 목사는 "생각해보면 기적같은 일이다.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던 사람들이 이제 여기까지 온 것이다"라며 "앞으로 우리는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보다는 듣는 일을 배워갈 것이다. 노숙인 분들의 내면 속에 감추어져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듣고, 공감하고, 치유해 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교장으로서 학교의 비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이 세상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말할 수도 없는 그 처절하고 절절한 얘기들을 듣고 배우는 학교가 될 것이다"라며 "내 자신의 소리를 듣고 내 이웃의 소리를 듣고 그리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훈련을 해나갈 것이다. 헨리 나우엔이라는 유명한 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오늘날 이토록 혼돈스런 시대에 정말 필요한 사람은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상처가 상처를 치유하고 아픔이 아픔을 위로한다는 말인데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상처는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라고 생각한다"며 "그 상처가 도리어 우리를 치유하고 구원한 것이다. 바라기는 오늘 시작하는 옹달샘학교가 그런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노숙인 분들의 마음 속에 갈기갈기 찢겨진 상처와 아픔들이 도리어 세상을 구원하고 치유하는 새로운 생명의 에너지가 되면 좋겠다"며 설교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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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노숙인학교 제공)
▲지난 5일 노숙인 자활을 목적으로 설립된 노숙인학교 '옹달샘' 개원예배가 있었다. 강성영 한신대 총장이 축사를 전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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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노숙인학교 제공)
▲지난 5일 노숙인 자활을 목적으로 설립된 노숙인학교 '옹달샘' 개원예배가 있었다. 이훈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무가 축사를 전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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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노숙인학교 제공)
▲지난 5일 노숙인 자활을 목적으로 설립된 노숙인학교 '옹달샘' 개원예배가 있었다.

이날 노숙인학교 옹달샘 개원예배에는 강성영 한신대 총장, 이훈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무가 참석해 축사를 맡기도 했다.

한편 노숙인학교 '옹달샘'은 노숙인들 개개인의 자활, 자립, 자생을 목표로 삼고 이 학교를 통해 노숙인들 스스로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스스로 일을 하며 하나님 안에서 사라진 희망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사업현황에 따르면 매주 토요일 노숙인 식당을 운영하고 매주 목요일에는 노숙인 학교를, 매주 수요일엔 한방 치료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매월 마지막 주일에는 서울역, 영등포역, 청량리역에서 길거리 노숙인 사역을 펼치기도 한다.

향후 주요 사업으로는 서울 근교에 폐교와 대지를 매입해 노숙인학교와 노숙인 농장을 세우고 그곳에서 노숙인들이 함께 숙식하며 농사를 배우면서 노숙인 생활협동조합, 노숙인 신용협동조합과 같은 구체적인 생활훈련과 성경공부와 예배를 통한 영적인 훈련을 통해 후원자들과 함께 노숙인교회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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