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말씀카드뽑기, 미신적 행위인가? 정당한 신앙 행위인가?

김용민 침신대 교수, 「목회와 상담」 11월호에 발표

금기시하는 타로카드에 대한 목회신학적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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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페이스북 갈무리)
▲송구영신예배를 기점으로 이루어지는 교회행습 가운데 하나인 말씀카드뽑기

김용민 침신대 교수가 오늘날 우리나라 문화현상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타로카드에 대해 "단순히 금기시하기보다는 타로카드에 대한 정당한 이해를 통해 목회신학적 성찰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목회와 상담」 11월호에 발표한 논문 '타로카드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이해와 목회신학적 성찰'에서 이 같이 밝힌 김 교수는 "타로카드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토대로 타로카드의 해석원리와 과정을 분석심리학적으로 이해하고 이에 기반해 제비뽑기, 말씀카드뽑기, 목회상담의 투사적 검사에 대한 목회신학적 성찰을 시도"했다.

이 연구에서 그는 타로카드를 분석심리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동시성이론, 원형과 무의식 그리고 초월적 기능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김 교수는 타로카드의 해석 원리와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동시성이론을, 타로카드의 해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원형과 무의식을, 해석에 대한 내담자의 결단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초월적 기능을 사용했다.

아울러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성서에 나타난 제비뽑기와 목회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말씀카드뽑기에 대한 성찰과 함께 목회상담의 투사적 검사에 대해 고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타로카드는 현재 8,000종이 넘는다. 계속해서 다른 형태의 타로카드가 만들어지고 있고 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기이해와 변화를 위한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타로카드에 대해 김 교수는 "단순히 점을 치는 용도가 아니라 직관을 활용해 카드의 의미를 해석하고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한다"며 "또한 결단을 통해 의미있는 행동을 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타로카드의 구성대해 살펴본 그는 타로카드 해석방법과 과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타로카드 해석에 있어 첫 번째 과정은 질문하기, 두 번째 과정은 섞기와 커팅, 세 번째 과정은 뽑기와 배열이다. 또 네 번째 과정은 뒤집기와 해석이며 다섯 번째 과정은 조언과 자기결정이다.

융의 동시성 이론과 세 가지 유형

특히 김 교수는 타로카트를 해석하는 과정과 원리를 분석심리학을 근거로 설명했다. 먼저 칼 융이 최초 사용한 동시성 이론을 언급한 그는 "동시성이론이 우연의 일치뿐만 아니라 미래예측을 설명하는 기능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동시성이론은 머리가 매우 아팠는데 알고 보니 그 시간에 지인이 권총으로 자살을 했다거나 우연히 컵을 깼는데 시험에서 떨어졌다거나 하는 등의 현상을 설명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즉석에서 확인이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융은 동시성 현상을 세 가지 유형으로 제시하는 첫째 유형은 "관찰자의 정신상태나 내용이'관찰자의 감지영역 안에서 동시에 일어난 외부사건 과 일치'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엔 일어난 사건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유형은 "관찰자의 정신상태나 내용이'관찰자의 감지영역 밖에서 동시에 일어난 외부사건과 일치하는 경우"다. 이 경우는 일어난 사건을 나중에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유형은 "관찰자의 정신 상태나 내용에 상응하는 사건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나'미래에 일어나는 일과 일치'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는 외부사건이 시간적으로 훨씬 거리를 두고 일어나기 때문에 그때가 되어야 확인할수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동시성 현상의 이러한 유형들이 타로카드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내담자가 타로카드를 선택할 때 내담자의 심리상태와 선택한 카드가 일치하는 현상을 첫째 유형을 통해서 설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내담자가 선택한 카드와 현재 다른 곳에서 일어난 사건의 일치는 둘째 유형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동시성 사건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바로 확인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예를 들면 현재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자녀를 둔 내담자가 칼 카드(10번)를 뽑는 경우다.

마지막을 그는 "내담자가 선택한 카드와 미래에 일어날 사건의 일치는 셋째 유형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다"며 "이것은 다른 현상과 달리 미래에만 확인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수능시험을 본 학생이 태양 카드(19번)를뽑고실제로원하는대학에 합격하는 경우다"라고 전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동시성 이론이 타로카드를 해석하는 기본적인 과정과 원리를 설명할 수 있디면 원형과 무의식은 타로카드 내용에 대한 해석 자체와 관련돼 있다. 그는 "타로카드는 다양한 상징과 그림을 통해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상징과 그림을 해석하는데 원형과 무의식 개념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융이 말하는 원형은 "단순한 지적인 개념이 아니라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원형은 '집단무의식을 구성'하고 있으며, 자아가 '통상적인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원형은 신화, 민담, 종교현상, 예술 등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타로에도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융의 개인무의식과 집단무의식

융의 무의식에 대한 설명도 보탰다. 김 교수는 "개인무의식은 한 사람이 태어나서 현재까지 겪은 일 가운데 기억나지 않는 것, 잊어버린 기억 모두를 가리킨다. 또한 개인무의식은 현실세계에 적합하지 않아 억압된 것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개인무의식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말한 무의식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성에 집중되기보다 더 폭넓은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개인무의식과 비교할 때 인류의 경험과 지혜를 담고 있는 원형들로 구성된 집단무의식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향하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을 열어준다. 집단무의식은 기본적으로 자율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 자율성은 집단무의식이 억압될 때 보상작용을 통해 집단무의식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갑작스런 출현을 통해 개인에게 누미노제를 선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타로카드를 해석하는 사람들은 타로카드의 그림이나 상징이 융이 말하는 원형을 담지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타로카드를 통해 개인무의식과 집단무의식을드러낼수있다고본다. 이것을가능하게하는것은심리적 투사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타로카드가 원형을 담지하고 있고 투사를 통해 개인무의식과 집단무의식을 드러내기 때문에 타로카드는 단순히 미래예측이 아닌 심리 검사 도구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긍정적 판단도 보였다.

무의식적 자료와 의식적 자료의 만남을 통해서 시작되는 초월적 기능에 이르러 김 교수는 "초월적 기능은 타로카드의 해석과정을 인도한다. 타로카드에 담긴 무의식의 내용을 해석과정을 통해 의식화하고, 이 과정에서 자아는 그것을 의식에 통합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3의 무엇(태도)을 만들어낸다"며 "특히 이 과정은 해석의 결과를 자기화하는 과정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타로카드의 심리학적 설명 가능성이 기독교적 긍정성을 얻을 수는 없다고 전제한 김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성서에 나타난 제비뽑기와 목회행위로서 말씀카드뽑기를 성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회상담의 투사적 심리검사를 위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제비뽑기, 말씀카드뽑기에 대한 목회신학적 성찰

먼저 제비뽑기에 대해 김 교수는 "제비뽑기는 신탁을 구하기 위한 인류의 경험과 지혜가 축적된 집단무의식을 구성한다. 이것은 하나의 미신적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지만, 집단무의식에 축적된 인류의 실천지(phronesis)이기도하다"라며 "또한 제비뽑기는 그 결과를 수용하는 방식을 통해 회중의 초월적 기능을 보여준다"고 했다.

김 교수는 "만약 교회공동체가 제비뽑기를 하려고 한다면, 그것이 결정을 우연에 맡기는무책임한 행위가 되지않도록 제비뽑기를 하나님의 신비와 개입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또한 제비를 뽑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 결정은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라는 사실을 신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실제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교회공동체가 제비뽑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분명히 하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구성원은 모두 신자여야하며 모든 신자의 의견이 공정하게 반영되는 합리적인 절차가 있어야 하고, 모든 신자가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성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구영신예배를 기점으로 이루어지는 교회행습 가운데 하나인 말씀카드뽑기에 대한 목회신학적 성찰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성서에서 제비를 뽑는 행위가 말씀카드를 뽑는 행위로 대체되었다고 할 수 있다"며 "제비가 하나님의 뜻을 반영하듯이 말씀카드가 하나님의 뜻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비뽑기와 다른 점은 말씀카드뽑기가 연초에 1년의 운세를 보는 무속신앙의 점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즉 점을 보는 행위를 말씀카드를 뽑는 행위로 대체한 것이다. 말씀카드뽑기는 이렇게 성서의 제비뽑기와 무속 신앙의 점을 결합해 놓은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말씀카드뽑기는 어떤 교회에서는 미신적 행위로 간주되어 터부시하기도 하지만, 어떤 교회에서는 의미있는 행위로 간주하여 매년 실시하기도 한다"며 "말씀카드뽑기는 이미많은 교회에서 연례행사로 실시하고 있다. 만약 교회에서 말씀카드뽑기를 한다면, 1년의 운세를 보듯이 무의식적 욕구를 충족시키기보다는 명확히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특히 " 뽑힌 말씀카드는 우연의 일치처럼 보이지만, 하나님께서 자신을 비춰주고 한 해의 방향을 제시해 주시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또한 그 말씀 앞에서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단하게 하는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 물론 뽑힌말씀카드에대해 이 정도 확신이 없다면 하지 않는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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