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위기를 견뎌야 할 기회의 시간"

'윤석열 폭정종식 그리스도인 모임', 제14차 시국논평 발표

'윤석열 폭정종식 그리스도인 모임'이 31일 제14차 시국논평을 냈다. '위기를 견뎌야 할 기회의 시간'라는 제목의 이 논평문은 민중신학 연구가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이사) 명의로 발표됐다. 김 목사는 이 논평문에서 "친위쿠데타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신속히 사후 처리함으로 정상을 회복시켜야 할 국가 시스템이 거의 멈춘 상태에 있다"며 "시스템을 작동해야 할 핵심 관계자인 정부와 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노골적인 배임행위로 국가를 작동불능 상태에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최대한 빠르게,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정권을 창출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짜야 할 때이다"라며 "국민 다수의 동의와 협력을 받을 수 있는 정부의 출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전했다. 아래는 시국논평문 전문.

"위기를 견뎌야 할 기회의 시간"

계엄은 대통령의 가장 극단적인 통치행위이다. 그런 만큼 계엄의 형식적이고 실질적인 요건은 매우 엄격하다. 지난 12.3 비상계엄의 주모자들은 계엄의 합법적 형식을 갖추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없었다. 그들은 계엄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쿠데타를 도모한 셈이었다. 대통령이 주도했으니, '친위쿠데타'라고 규정할 수 있다. 계엄의 방식은 '내란'이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된 군인과 경찰의 국회 장악 영상이 내란이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그 후 밝혀진 무수한 직간접 증거들에도 내란의 혐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여 지난 27일 김용현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구속・기소되었다. 피의자 중 첫 번째였다.

김용현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발견되었다. 이들은 북한의 군사행동을 유도하는 도발을 여러 번 실행했다. 자칫하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였다. 심지어 미군의 전략적 군사시설인 사드(THAAD) 기지, 전략폭격기와 최고성능 전투기가 배치된 공항들을 테러하려 했다는 충격적 제보조차 있었다. 이는 '외환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실패한 쿠데타의 주범들은 러시아나 중국을 겨냥해서 모종의 도발 행위까지 기획했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이들은 한국뿐 아니라 전 인류, 아니 지구 전체의 안전에 치명적인 위해가 되는 위험천만한 짓까지 도모한 셈이었다. 아무튼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모의를 꽤나 치밀하게 기획했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그렇게 치밀하게 모의된 비상계엄이 불과 2시간 40분 만에 제지되었다는 사실이다. 각성된 시민사회와 야당 국회의원들이 한국과 한반도를 그리고 전 지구를 구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못지않은 평화의 사도들이 한국의 국회의사당 안팎에서 위대한 일을 했다. 골방 안에서 숨죽이며 뉴스만 응시하던 나로서는 온몸으로 쿠데타를 막아낸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기꺼이 그들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그러나 내란의 주범이자 외환죄로 기소될 가능성까지 농후한 윤석열은 기소는커녕 수사기관에 출두하지도 않았고, 근무지와 자택은 압수수색을 당하지도 않았다. 공모 주도자들과 잠재적 공모자들, 극우 시민 세력이 속속 결집하고 있다.

친위쿠데타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신속히 사후 처리함으로 정상을 회복시켜야 할 국가 시스템이 거의 멈춘 상태에 있다. 시스템을 작동해야 할 핵심 관계자인 정부와 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노골적인 배임행위로 국가를 작동불능 상태에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 원화의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이 뚫렸고, 기한 없이 치솟고 있다. 한국을 향한 국제적 투기자본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곧 총공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위기론이 팽배해 있다. 한국은 GDP 세계 10위권에 근접한 경제 규모를 지닌 나라지만, 친위쿠데타 사태와 함께 막대한 자산이 깡통으로 되고 있으니, 투기자본에게는 그야말로 대박 찬스다.

그러나 굶주린 야수들에게서 국가와 국민의 자산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997년의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불길한 진단이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국가적 위기는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무게로 다가오지 않는다. 책임의 크기에 따라 가중치가 붙지도 않는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많이, 더 가혹하게 재앙의 화염이 퍼부어지는 법이다. 수많은 소시민이 일자리를 잃고서 차가운 거리로 내몰릴 것이고, 수많은 기층 대중이 생사의 갈림길 언저리로 팽겨쳐질 것이다. 이런 위기에 책임 있게 대응해서 국가와 사회를 지켜야 할 정부가 부재한 상황이다. 정부에는 사회파탄에 책임져야 할 범죄자들이 넘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최대한 빠르게,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정권을 창출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짜야 할 때이다. 국민 다수의 동의와 협력을 받을 수 있는 정부의 출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리가 변화에 불만 있는 이들과 국난에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이들에게 국난 극복의 책임을 위임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시민사회가 오랜만에 사회적 공공성을 지향하는 거대한 민주연대를 형성했다. 야당과 민주 계열의 정치권 역시 공공성을 가진 정치세력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시민사회와 야당, 민주적 연대의 정치권이 위기와 함께 기회의 시간을 맞이한 셈이다. 친위쿠데타 세력과 그 동조자들, 그리고 반민주세력들을 완벽히 척결하고 희망 가득한 민주제도를 정착할 기회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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